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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에너지경제연구원 경영목표 및 추진전략

 올해로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만 35년째. 방기열 원장은 인생의 절반 이상을 에경원과 함께한 에너지맨이다. 누구보다 에경원을 잘 파악하고 있으며 누구보다 연구원들의 생각과 생활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는 원장 취임 이래 연구원들에 대한 업무환경 개선과 핵심인력 확보에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뛰어다녔다. 연구원시절 부터 느낀 ‘사람의 중요성’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우수한 인력을 채용하기 위해 지방은 물론 해외까지 찾아가고 지식경제부나 기획재정부에도 인력 채용에 대한 필요성과 정당성을 직접 전달하고 다녔다. 실력있는 연구원 유치는 기관의 ‘급’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방 원장은 석유·신재생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 중인 연구원들에게 항상 선수가 되라고 강조한다. 국가의 백년대계를 결정지을 에너지정책의 근간이 되는 정확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라는 것이다.

 “연구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이 원하는 연구 환경입니다. 그들에게 최상의 연구환경을 만들어주려는 노력 없이는 우수한 연구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환경을 제공하고 최상의 성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지휘하는 것이 제 역할입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2010년 사업 계획과 화두는 무엇입니까.

 △ 올해 경영의 화두라면 유가 예측의 전문성 확보입니다. 유가는 산업계는 물론 국가경쟁력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산유국의 정책, 달러화가치, 국제수요 등 다양한 외부요인이 영향을 줍니다. 이 때문에 최대한 실제에 근접한 전망을 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개발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에경원 인력이 부족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올해 인원 확충 계획과 함께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할 사업이 있으시다면.

 △ 인력 확보 역시 중요합니다. 최근 녹색성장과 관련된 업무가 폭주해 인력이 크게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다행히 지난해 정부로부터 연구원 인력충원을 위한 재원을 확보해 올해는 박사급 고급인력들을 좀 더 채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고급 인력을 영입하기 위해 올초 제가 직접 애틀랜타로 갔습니다. 많은 박사급 인재들을 만나 우리 연구원의 여러 장점, 특히 일련의 심의과정만 거치면 연구자가 하고 싶은 과제를 얼마든지 수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열심히 하면 전문영역을 확보할 수 있는 연구환경을 설명했습니다.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이란 새로운 국가비전을 제시한 지 이제 3년째로 접어들었습니다. 그동안 에경원에서의 성과와 아쉬웠던 점,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에경원은 2008년도에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많은 연구진이 참여해 장기 에너지전략을 수립했습니다. 이 안을 중심으로 수많은 공청회와 자문회의를 거쳐 2030년까지의 우리나라 에너지 기본계획이 나왔습니다. 당시 공청회에서 진통도 많았지만 미래 에너지전략을 수립한 것은 큰 성과입니다. 또 지난해에는 국회의원 및 산업계·학계·문화계 지도층이 모여 저탄소 녹색성장 국민포럼을 창설하는 데 저희 연구원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이 밖에도 기후변화협약 대응책이나 신재생에너지확대책 등 저탄소 녹색성장과 관련된 많은 연구과제들을 수행했습니다.

 올해는 지난해 수립된 많은 녹색성장 관련 계획들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전략 연구가 우리 연구원의 핵심과제입니다. 특히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문제가 핵심과제로 부상함에 따라 에너지절약실을 신설해 연구를 강화해 나가려고 합니다. 이외에도 전력산업과 가스산업의 구조개편과 선진화 문제, 스마트그리드 구축을 위한 법제도 정비, 해외자원개발과 에너지플랜트의 해외 진출확대 관련 정책 등에 집중적인 연구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신년사를 통해 에너지가격체계 개선에 대한 언급하셨는데요. 2010년 우리나라 에너지문제의 중요한 관심사입니다. 현 가격체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에너지가격 체계는 산업육성 정책이나 서민지원 정책 등으로 시장변화를 잘 반영하지 못했습니다. 적정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전기·가스요금이 에너지 과소비를 초래했습니다. 가격체계의 불합리성은 비효율적인 에너지소비를 유발해 에너지절약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뿐 아니라 녹색성장 전략에도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전력이나 가스요금 등 공공 에너지 요금들은 국제 연료가격 변동들이 합리적으로 반영되는 원가주의가 도입돼야 합니다. 그러나 급하게 가격체계를 개선하면 서민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고 이해 당사자 간 갈등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문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가격체계 개선은 사회적 충격을 흡수하면서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또 가격상승에 따른 서민들, 특히 빈곤층에 대한 에너지복지 대책도 병행해서 확대해 나가야 진정한 에너지가격체계 개선이 이뤄집니다.

 -에너지원의 다변화는 우리나라가 달성해야 할 주요과제인 동시에 가장 어려운 문제입니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어떤 전략을 수립하고 어떤 기술을 개발해 나가야 합니까.

 △에너지원의 다변화는 화석에너지가 아닌 저탄소 에너지의 확대를 의미합니다. 이는 곧, 원자력발전과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것입니다. 원전은 신재생에너지가 주류 에너지로 정착될 때까지 향후 수십 년간 온실가스를 줄이며 저탄소 시대를 만드는 녹색성장의 핵심 에너지로 부상했습니다. 우리나라가 UAE 원전을 수주하는 쾌거를 이룩했지만 원전 분야에서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특히 원전 수출의 부가가치를 좀 더 높이기 위해 설계부터 설비공급, 유지보수까지 총괄적으로 전담하는 국제적인 밴더(vendor) 육성이 시급합니다.

 신재생에너지 분야 역시 할 일이 많습니다.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기술력은 아직 선진국 의 70% 수준입니다. 특히 부품산업의 경쟁력이 미흡합니다. 예를 들어 가정용 연료전지 기술을 일본과 비교해 보면 시스템 수준은 90% 가까이 접근했는데 신소재 기술은 30%, 주변장치 기술은 60%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조선·디스플레이 등 신재생에너지에 응용할 수 있는 산업 기반이 있습니다. 적극적인 투자를 병행한다면 해볼 만한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반드시 성공할 수 있습니다. 특히 녹색 에너지산업은 기존의 산업기술과 높은 연관성을 가진 복합·응용기술 산업이기 때문에 국내 주력산업과의 융복합화를 통한 기술개발에 주력해야 할 것입니다.

 -작년에 다소 누그러졌던 유가가 최근 심상치 않습니다. 올해 유가 전망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글로벌 경기가 아직 완전하게 회복되지 않아 공급 측면에서 다소 여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국제유가는 수급보다는 달러화의 향방에 더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달러가치의 하락으로 석유 선물시장에서 투기수요가 늘어나고 이것이 유가를 상승시키는 요인이 됩니다. 작년 중반부터 세계 경제회복의 기대감은 다소 높아졌습니다. 유가는 작년 초반에 30∼40달러대로 하락했으나 최근 70달러대를 넘나들고 있습니다. 이는 수급요인보다 달러화 하락과 함께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영향을 준 것입니다. 현 유가는 이미 이러한 요소들을 다 반영하고 있어 앞으로 달러화 변동이 크지 않고 경기전망에 대해 큰 변화가 없는 한 배럴당 70달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금년도 세계 경기가 기대이상으로 활발해지면서 석유수요가 회복돼 수급이 타이트해지면 80∼100달러 선으로 상승할 수 있다는 예측도 있습니다.

 작년 평균 유가는 두바이 기준 배럴당 61.9달러였습니다. 그러나 올해에는 평균 74.4달러가 될 것으로 우리 연구원은 예측합니다. 이 경우 올해 우리나라의 에너지수입액은 작년보다 약 340억달러가 늘어난 1242억달러로 전망돼 우리나라 국제 수지에 크게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해 정부가 국가온실가스감축 중기계획을 발표했고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도 통과했습니다. 산업계는 물론 민간부분을 비롯한 전 부문에서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됐습니다. 효율적인 온실가스 감축방안이 있다면.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BAU대비 30% 감축한다는 국가적 목표가 수립됐습니다. 계획이 수립되고 총량목표가 결정된 만큼, 이제는 각 산업부문별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세부목표의 할당과 그 이행 대책들을 세워야 할 때입니다. 우선 각 부문별 감축잠재량에 대한 조사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온실가스 감축 강화에 따른 산업부문의 국제 경쟁력 약화방지 대책과 이에 대한 지원정책도 추진해야 합니다. 온실가스 인벤토리 시스템 구축 및 배출권 거래소 설립 등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관련 제도들도 조속히 마련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당면과제인 측정·보고·검증(MRV)체계 구축의 핵심입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kr

 ◆에너지경제연구원 주요업무

 에경원은 지식경제부의 위탁을 받아 우리나라 모든 에너지 통계자료를 담은 ‘국가에너지통계정보종합시스템(DESIST)’을 구축·운영하고 있다. 또 동북아 에너지협력 정부간협의체를 운영하면서 중국·러시아·일본 등 동북아 국가들과의 협상전략을 수립하고 정부 대표단의 협상활동을 지원한다.

 녹색성장과 관련해 신 재생에너지 부품·소재의 수출전략화 연구, 수소경제 기반구축연구 등의 연구과제들을 수행중이다. 특히 정부의 위탁을 받아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의 공식 자료인 ‘국가온실가스통계’를 작성한다.

 2년 전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한 에경원은 최근 국내외 정세를 반영한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수립 연구도 수행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중장기 해외자원개발계획이나 전력 및 가스수급계획 등 정부의 에너지관련 중장기 정책 및 계획 수립에도 참여한다. 특히 올해 변동성이 심한 유가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 산업계는 물론 정부의 주요 현안 중 하나인 만큼 유가예측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산유국의 증·감산 정책, 달러화가치, 지정학적 문제 등 유가에 영향을 끼치는 다양한 인자를 수치화하고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모델 개발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방기열 원장은

 1948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난 방기열 원장은 정통 에너지맨으로 유명하다. 고려대학교 지질학과 학사, 동 대학원 응용지질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1998년 호주 맥쿼리대학교에서 자원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지난 1975년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전신인 국립지질광물연구소에서 사회에 첫발에 내딛었다. 이후 자원개발연구소로 다시 한국동력자원연구소를 거쳐 에너지경제연구원으로 계속 이름이 바뀌는 35년 동안 한 번도 에너지경제연구원을 떠난 적이 없다.

 실제로 모 조선업체로부터 임원 자리를 주겠다며 일하자는 제안을 받기도 했다. 그는 “실리를 찾는 생활보다 정부 정책과 접목된 연구생활에 헌신하는 기쁨이 더 클 것 같아서 연구원에 계속 눌러앉게 됐다”고 한다.

 방 원장은 국가 녹색성장위원회 위원, 신재생에너지 학회 고문, 세계 에너지협의회 위원 등 10여개 기관과 학회 활동 등으로 매일 같이 바쁜 일정을 소화한다.

 올해 우리나이로 63세인 그는 30년간 취미로 해온 테니스 분야에서는 비슷한 연배에서 당해낼 선수를 찾기 어렵고, 연구원내에도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실력자다. 2009년에 열린 지식경제부 장관배 테니스대회에 최고령이자 기관장으로는 유일하게 선수로 출전해 복식 예선전에서 3전 전승을 거둘 만큼 수준급 실력을 자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