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올 설비투자 당초보다 4조원 늘린다

작년 사상최대 실적 힘입어 총 12조로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삼성전자 반도체·LCD 올해 투자 계획

 삼성전자가 올해 반도체와 LCD 생산라인 증설에 사상 최대인 12조원을 투자한다.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과 10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면서 생긴 투자 여력에다 주요 거래선의 요구 물량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삼성전자가 애초 계획보다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는 것은 이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됐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당초 8조5000억원 규모로 잡았던 투자 규모를 4조원 가까이 더 늘려잡았다. 늘어나는 투자는 반도체 16라인과 LCD 8세대 라인(8-2 페이즈2) 신설에 집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지난달 29일 4분기 실적 발표 때 투자 확대 방침을 밝혔다. 이명진 상무(IR팀장)는 “반도체 30나노급 신공정 전환 등을 위한 추가 투자를 검토 중”이라며 “상반기 반도체·LCD 수요가 탄탄하게 이어지고, 거래선 요구 물량도 증가해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상무는 또 “올해 투자 확대는 시장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월등한 품질 및 기술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선 삼성전자는 메모리 후공정용으로 활용중인 16라인 건물의 빈 공간에 신규 라인을 증설할 계획이다. 반도체 생산라인 증설은 4년만에 처음이다. 16라인은 메모리와 낸드플래시를 함께 생산하는 것이 유력하다. 삼성전자는 모듈 공정까지 동시에 증설할 지 여부를 놓고 최종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6라인 투자 규모는 최대 3조원을 넘지만 올해 약 2조5000억원 정도 투자가 예상된다.

이밖에 삼성전자는 10라인을 300㎜ 웨이퍼 라인으로 전환하는데 약 1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12·13·14·15라인 증설에도 약 3조원을 쓴다. 이와 함께 낸드플래시를 생산하는 14라인의 사무공간을 시스템LSI 전용 라인으로 전환해 2분기부터 장비를 반입할 예정이다. 시스템LSI 라인 투자 규모는 약 1조원이다. 해외 반도체 라인도 증설한다. 미국 오스틴공장(SAS)에 약 1조원을 투입해 A1 라인을 300㎜ 라인으로 전환한다. A2 라인은 월 4만장(웨이퍼 기준) 수준으로 신규 증설한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반도체 부문에만 9조원 가까이 투자될 전망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실적발표 때 연말께 화성단지내 17·18라인 공장 건립도 검토 중이라고 밝혀 확정될 경우 규모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LCD의 경우 네번째 8세대 라인인 8-2 페이즈2 투자가 3분기부터 본격화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8-2 페이즈2의 경우 중국 정부의 쑤저우 공장 승인 여부에 따라 유동적이나 10월부터 장비 반입을 시작할 것”이라며 “투자 규모는 약 1조5000억원 선이 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 측은 규모를 밝히지 않은 채 신규 8세대 LCD 라인 투자를 시장 상황을 면밀히 검토해 증설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1분기 중국 시장 수요가 탄탄한 데다 동계올림픽, 월드컵 특수가 이어지는 상반기 시황에 따라 적극적인 투자에 무게 중심을 뒀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해 국내 기업으로는 최초로 ‘매출 100조원, 영업이익 10조원’ 시대를 열었다. 특히 역대 최대 매출을 올리면서 세계 최대 전자업체에 등극하는 기염까지 토했다.

삼성전자의 2009년 매출액은 136조2900억원, 영업이익은 10조92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을 기말환율 1164.5원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1170억달러로, 독일 지멘스(1098억달러), 미국 HP(1146억달러) 실적을 뛰어넘는 것이다. 수익성도 개선됐다. 지난해 영업이익 규모는 전년보다 91.2%나 증가했다. 또 영업이익률도 8.01%를 기록, 전년보다 3.2%포인트 상승했다.

유형준·양종석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