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에는 ‘어떻게 하면 인간의 몸과 하나처럼 편안하게 작동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을까’만을 고민하는 연구센터가 있다. ‘인간중심제품혁신연구센터’라는 명칭처럼 인간과 제품의 상호 작용을 고려해 장애인용 로봇팔을 비롯한 각종 맞춤형 서비스 로봇 개발이 한창이다.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는 지난 90년부터 인공위성 연구에 매진, 국내 최초로 위성 우리별 1∼3호를 발사했다.
이들 센터는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이사장 박찬모)이 지난 20년간 지원해온 수많은 대학 우수연구센터사업(S/ERC)의 성공 사례들 중 일부다. 정부가 국내 대학에 흩어진 우수 연구 인력을 ‘S/ERC’사업을 통해 특정 분야별로 조직화·체계화해 집중 지원한 것이 주효했다.
지난 1990년부터 시작된 ‘S/ERC’사업이 올해 성년을 맞으며 대학을 통한 세계적 선도 과학자 및 연구성과 발굴의 산실로 자리매김했다. 지금까지 과학연구센터(SRC)와 공학연구센터(ERC)로 나눠 총 145개 센터당 최장 9년까지 연간 10억원의 연구비가 지원됐다. 현재 지원이 종료된 83개 센터 외에 62개 센터가 운영 중이다.
특히 S/ERC사업은 교과부 주요 연구개발 사업 중에서 세계적 학술지인 NSC(네이처·사이언스·셀) 점유율이 가장 높다. 지난 2008년 R&D 지원 1000억원 당 NSC 논문 산출 실적은 국가 전체가 0.07편, 교과부 주요 R&D 사업은 1.15편인 반면, S/ERC는 6.9편에 달한다. 이 사업의 과학인용색인(SCI) 논문 평균 피인용 횟수도 5.17회로 세계 평균인 4.62회를 상회한다고 연구재단은 밝혔다.
센터를 통해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연구 성과도 적지않다.
이화여대 지능형나노바이오소재연구센터(센터장 최진호)는 ‘아미노산 분리 및 전환기술(ARCA)’를 개발, 국내업체인 아미노룩스(대표 윤훈열)를 통해 아미노산 대량 생산에 성공했다.
최진호 교수는 “기존 아미노산 생산기술이 한 가지 물질에만 적용되는 기술인데 반해 신물질 ARCA를 이용한 이번 기술은 거의 모든 아미노산에 적용되는 세계 최초의 범용 기술이란 점에서 아미노산 산업 100년사의 혁명적 사건으로 기록될 만하다”고 밝혔다.
다만 성년을 맞이한 S/ERC가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하기 위해 예산 지원 및 선정 방식에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승종 교수(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는 “S/ERC 사업의 연도별 총 지원 예산이 지난 2001년 이후 답보 상태고 간접비 등 비용 상승을 고려하면 예산 지원은 후퇴한 셈”이라며 “일몰제 방식 예산 지원의 효율성 여부와 바텀업 방식의 신규 선정 방식 등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연구재단은 27일 서울 메리어트호텔에서 김중현 교과부 차관, 박찬모 이사장, 이종걸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S/ERC 추진 20주년 기념 연구성과 교류회를 개최한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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