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독자위원회] "IT이슈 이끈 만큼 현장에도 눈 돌려야"

Photo Image
지난 20일 전자신문 독자위원회는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2차 모임을 갖고 전자신문이 거둔 그간의 성과와 과제에 대해 논의했다.

 “차가운 테크놀로지의 시대는 갔다. 이제 따뜻한 전자신문을 기대한다.”

 통섭과 융합의 시대 전문지의 지향점은 무엇일까. 뜻밖에도 독자들은 거창하고 화려한 미사여구 대신 ‘따뜻함’을 이야기했다.

 아이폰으로 그날의 주요 뉴스를 확인하는 시대.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대량 정보가 아닌 20초짜리 동영상에 감동받기 원하는 시대다.

 지난해 9월 처음 출범한 전자신문 1기 독자위원회가 4개월 만에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전자신문 대표 독자들은 이제 IT는 단순한 국가 신성장동력을 넘어 소외 계층의 삶을 향상시키고 국가의 격을 한 단계 높이는 데 일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차가운 기술로 무장한 전자신문보다 따뜻한 온기를 전달하는 새로운 미디어가 될 것을 주문했다.

 ◆참석자

<제1기 독자위원회 위원>

 위원장:안문석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위원:김준식 삼성전자 전무, 류광현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이민규 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장, 이성민 엠텍비젼 사장, 이희성 인텔코리아 사장, 정현경 중앙ICS 사장 <가나다순>

 ◆일시·장소

 2010년 1월 20일 오전 7시 30분, 소공동 조선호텔 로즈룸

 #. IT로 여는 따뜻한 사회

 “스마트폰 시장의 흐름을 보니 이제는 확실히 콘텐츠 싸움입니다. 이 과정에서 저작권 문제가 핫 이슈로 부상했습니다. 전자신문이 저작권 도네이션(기부) 캠페인에 앞장서면 어떨까요?”

 지난해 IT특보 신설 등 국가 어젠다를 이끌어온 전자신문에 대해 독자들은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 ‘따뜻한 IT가 매개가 된 국가 어젠다’ 창출에 앞장서 줄 것을 거듭 요청했다.

 ◇이민규=그동안 차가운 기술을 다루는 전자신문이었다면 이제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전자신문이 됐으면 합니다. IT가 소외계층에 어떤 혜택을 줄 수 있을지, IT가 우리 사회에 미친 폐해는 무엇인지 등이 일례입니다.

 상명하달식, 설교식 뉴스 전달이 아니라 시민의 눈높이에서 ‘내러티브라이팅(서사적 글쓰기)’을 활용한 삶의 현장 이야기를 담는다면 독자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지 않을까요.

 ◇안문석=사회적 이슈 리딩 측면에서 저작권 기부 캠페인을 추진해볼 것을 제안합니다.

 디지털 융합시대 신규 매체의 등장으로 저작권은 매우 중요한 쟁점이 됐습니다.

 그런데 학자나 변호사들은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는 분위기입니다.

 해외처럼 공공 데이터베이스(DB) 오픈은 물론이고 저작권을 기부받아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전자신문이 저작권 관련 규제를 완화하기 위한 ‘규제개혁위원회’를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또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한 낙후성도 정부가 거의 포기 상태인데 전자신문이 나서서 다시 불씨를 살려낼 필요가 있습니다.

 ◇이희성=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IT가 큰 도움을 주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지면에서는 IT가 국민의 삶을 어떻게 편하게 바꾸고 있는지는 잘 반영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또 어떤 측면이 미흡한지도 지적해서 삶을 보다 편하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줬으면 합니다.

 일례로 우리나라 병원에 가면 병원끼리 데이터 공유가 안 되는데 얼마나 불편합니까.

 이런 부분을 국가 어젠다로 이끌어내 개선하는 것이 전자신문의 역할입니다.

 ◇정현경=얼마 전 48시간 소멸성 DVD 사품이 나왔습니다. 편의점에서 구매하면 반환할 필요도 없고 저작권 문제도 해결됩니다.

 이처럼 저작권을 예로 든다면 너무 어렵게 규제 이야기만 하지 말고 재미난 상품이랄지 생활 속에서 저작권이 어떻게 녹아있는지 등을 쉽게 풀어보는 기사도 이슈 리딩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 아이폰, 기회는 열렸다

 최근 스마트폰 열풍이 거세지면서 아이폰에서 99센트짜리 전자신문 뷰어를 구매해 신문을 보는 독자들도 적지 않다. 독자위는 급변하는 융합과 멀티미디어 시대에 전자신문의 생존조건으로 ‘입맛대로 쉽게 접할 수 있는 특화 콘텐츠’를 꼽았다.

 ◇정현경=앱스토어의 전자신문 브라우저를 접하고 정말 반가웠습니다. 다만 기사 업데이트 시 좀 더 생동감이 들도록 숫자를 표시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하면 어떨까요. 텍스트 위주는 너무 평면적입니다.

 이동기기에서 과거의 텍스트는 환영받지 못합니다. 아이폰이 인기를 끌면서 유튜브의 20, 30초짜리 동영상이 한층 활성화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또 현재 브라우저가 유료인데 초기 무료 트라이얼 버전으로 독자를 유인하는 전략도 필요합니다.

 ◇이민규=전자신문처럼 기존에 확보한 DB가 방대한 매체는 멀티미디어 플랫폼 전략에 대응하기 유리합니다. 대형 신문은 못해도 날렵한 전자신문은 가능합니다.

 결국 스마트폰 외에도 다양한 모바일 플랫폼이 나올 것이고 여기에 최적화한 콘텐츠를 누가 잘 만들어 공급하느냐가 관건입니다.

 짧은 콘텐츠로 감명을 줄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이희성=온라인 포스트 전략을 콘텐츠 측면에서 평가하면 CIO비즈+의 케이스 스터디가 상당히 의미있습니다. 깊이만 좀 더 부여하면 정말 좋은 콘텐츠가 될 것 같습니다.

 다만 기사들이 많아질수록 더 쉽게 관련 기사를 찾아볼 수 있도록 태그를 통해 기사 인덱싱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보완 작업이 시급하다는 의견입니다.

 ◇류광현=온라인 포스트 전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전자신문이라는 브랜드의 통일성과 일관성을 유지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RPM9이나 보안닷컴, G밸리 등 사이트에 많이 들어갔지만 전자신문이 운영하는 사이트라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습니다.

 전자신문 브랜드를 부각시키면 이들 온라인 사이트의 신뢰성이 훨씬 높아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 융합시대, 전문지가 대세

 미디어법 개정으로 인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도 다각도로 논의됐다.

 전문 언론에게 다채널 시대는 위기라기보다는 오히려 기회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독자들은 이러한 기회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성민=이번 CES에서 핵심 테마는 3D 디스플레이였습니다. 세상의 방대한 데이터를 가공해서 소비자들이 좀 더 잘 보도록 제공하는 것이 이면에 깔린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마찬가지로 가공되지 않은 날것으로서의 정보 제공은 앞으로 무의미합니다.

 다채널 시대에 전자신문의 생존 조건은 정보의 홍수 속에 어떻게 유저 인터페이스와 콘텐츠를 알기 쉽고 선택하기 쉽도록 만들어 전달하느냐입니다.

 ◇이희성=전자신문의 전문적인 콘텐츠를 원하는 채널이 많으리라 예상됩니다. 전자신문이 독자적으로 채널을 만들기보다 협력을 통해 콘텐츠 소스를 여러 채널에 뿌리는 편이 더 유리할 것 같습니다.

 사용자 친화적인 제품 리뷰를 제공하는 동영상 콘텐츠를 제작해 채널사업자에게 공급하는 것은 어떨까요.

 #. 글로벌화로 국격을 높여라

 독자들은 1차 독자위에서 지적했던 글로벌화도 재차 언급했다.

 단순히 전자신문의 서비스 품질을 향상시키는 방편이 아니라 IT 강국 대한민국의 국격 향상에 일조하는 길이라는 지적이다.

 ◇안문석=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세계 각국 사용자들의 휴대폰 사용에 관한 분석 기사가 나왔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은 제외됐습니다. 영어로 기사를 제공하는 기회가 적기 때문이라는 생각입니다.

 전자신문을 보면 우리나라 독자들뿐만 아니라 해외 독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기사들도 적지 않습니다. 영문 사이트 활성화 등은 서둘러야 합니다.

 국가브랜드위원회에 비용 지원을 요청해서라도 추진해야 합니다. 국격을 높이는 일이니까요.

 ◇김준식=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의 유명 IT 칼럼니스트와 접촉해 이들의 칼럼을 온라인에서 게재하는 방법도 제안합니다. 신뢰도 높은 칼럼니스트들의 경우 이들의 제언이 제품 개발에 즉각 반영될 정도입니다.

 #. 스타 기자를 양성하라

 전문지의 위상에 걸맞은 콘텐츠 보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특히 독자위는 일주일에 한 번 꼭 보고 싶은 기사를 읽기 위해 신문을 구매하는 독자가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이민규=요즘 ‘저널리스트’가 아니라 ‘저애널리스트(저널리스트+애널리스트)’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전자신문에 특정 기자의 이름을 단 기명 칼럼이 없는 게 참 아쉽습니다.

 독자들은 신문의 브랜드를 보고, 기자의 이름을 보고 즐거워합니다.

 핵심 제품에 대해 기자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자신있게 권하는 당당함이 부족합니다.

 스타 기자를 적극 양성해야 할 때입니다.

 ◇김준식=지면 개편을 통해 전자신문이 훨씬 읽기 쉽게 변했습니다.

 한 가지 더 요구한다면 지면에 매일 ‘핫 이슈’ 코너를 만들어서 소개했으면 합니다.

 독자들이 매일 전자신문의 ‘핫 이슈’만 읽으면 그 전날 전자업계의 핫 이슈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정도의 코너가 됐으면 합니다.

 ◇안문석=조금 다른 시각에서 보면 전자신문 기자들의 전문성을 강화하면서 독자 겸 기사 컨셉트를 가진 시민기자를 활용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고령화 사회인데 노인들을 훈련시켜서 기자로 활용하면 젊은층이 생각할 수 없는 아이디어를 발굴해낼 수도 있지 않을까요.

 기발하고 창의적인 콘텐츠를 누가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독자의 목소리, 귀담아 듣겠습니다.

 지난해 9월 16일, 첫 모임에서 1기 독자위원들은 전자신문이 멀티미디어 시대에 생존해나가기 위한 개선사항들을 허심탄회하게 지적했었다. △기업 대 기업 경쟁 구도를 부각시키는 선정적인 비교 기사 지양 △멀티미디어 시대에 적합한 콘텐츠 고민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심층보도의 확대 △글로벌 시각에서 바라보는 영문 콘텐츠 보강 등이 주요 지적이었다.

 지난 4개월간 전자신문은 이러한 지적에 대해 독자 대표들의 목소리를 실제 편집에 적극 반영해왔다.

 포스트 인터넷 전략의 추진과 뉴스 공급 채널 세분화·다양화를 중심으로 단순한 소식 전달에 그치지 않고 와이드 지면을 늘려 해설, 분석까지 담으려는 시도를 강화해왔다.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사실상 협력 관계인 기업의 대립각을 부각시키는 기사도 자제해 줄 것을 내부적으로 강조해왔다.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전자신문의 위상 확립과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독자들에 대한 정보 제공을 위해 영문 전자신문 인터넷 사이트 구축 작업도 사전 조사 및 현지 인력 접촉을 추진해왔다. 연내 한글 전자신문 사이트에 필적할 만한 정보를 제공하는 영문 사이트를 오픈할 계획이다.

 오는 4월 열릴 3차 독자위원회에서는 1, 2차 회의에서 지적된 사항들이 실질적으로 얼마나 반영됐고 지면 향상에 도움이 됐는지 구체적인 데이터도 제시할 예정이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