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데일리]뉴스 포커스-녹색벤처시대:프리보드 문 두드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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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자본금 2억원으로 풍력발전기에 들어가는 베어링을 생산하는 공장을 설립한 박상현(가명 43세)씨. 최근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과 국내 대기업들의 풍력발전 진출 등에 힘입어 매출이 꾸준히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오는 2012년부터 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RPS) 도입이 예고되고 있어 벌써부터 주문 예약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박 씨의 공장은 현재 공급하고 있는 물량만으로도 버거운 상황이다. 그래서 박 씨는 공장을 증설하기 위해 여기저기 자금 융통에 나섰지만 공장 운용기간도 짧고, 매출도 불과 10억에 미치지 않는데다 공장 이외에는 특별한 담보도 없어 번번히 은행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규모와 여건만 갖춰진다면 코스닥과 같은 증권시장에 상장해 자금 걱정을 해결 할 수도 있겠지만 박 씨에게 꿈과 같이 아득히 멀다.

 고민하던 박 씨는 방법을 찾고자 중소기업청을 찾았다. 그 곳에서 상담을 통해 알게 된 것이 ‘프리보드’. 초기 성장단계에 있는 비상장 중소·벤처기업의 자금조달을 지원하기 위한 증권시장이란다. 박 씨는 공장 증설과 공급 물량 확대를 통해 녹색성장시대의 중심 기업이 될 꿈을 안고 프리보드의 문을 두드리러 간다.

 ◇녹색벤처, 증권시장 문턱이 높다면 프리보드로=박 씨의 사례처럼 날개를 펼치고 싶은 녹색벤처들에게 자금 문제는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그리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 바로 ‘프리보드’ 제도다. 프리보드의 가장 큰 특징은 규제를 최소화한 증권시장이라는 것이다.

 재무요건 등 질적 요건이 없고 주권 유통에 필요한 최소한의 형식적 요건만 갖추면 진입이 가능하다. 유가증권시장 또는 코스닥시장에 상장되는 경우 자동으로 지정이 해제되며 자진해 지정을 해제하고자 하는 경우도 기업의 신청에 의해서 가능하다.

 신규지정 요건은 주식유통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만 요구하며 지정해제 요건은 계속기업이 유지될 수 없는 경우 등으로 한정했다. 구체적인 해제요건은 부도·정기공시서류 미제출, 최근 2년내 불성실공시 6회 이상, 월간거래량이 지정주식 총수의 0.05% 미만이 6개월 이상 지속 등이다.

 프리보드의 매매방식은 거래소의 경쟁매매방식과 달리 매도·매수 당사자간 동일가격만으로 매매체결이 가능한 상대매매방식이다. 공시제도는 정기공시는 결산 및 반기만, 주요경영사항의 신고는 경영상 중요한 사실이나 결정 등 약 16개 항목만 공시하도록 되어 있다. 거래소에 비해 낮은 수준의 공시의무이다.

 또한 지정기업에 대해 신규지정비용과 지정유지비용을 부과하지 않으며 정기공시 및 주요경영사항신고 등을 최소로 운영해 회계비용과 공시비용이 저렴한 저비용 시장이라는 것도 장점이다.

 다만 규제를 최소화하는 시장으로 투자자의 철저한 자기 판단과 책임이 중요한 투자자의 자기책임이 강조되는 시장이다.

 특히 정부지원 초기성장기업의 프리보드를 통한 자금조달지원을 위해 예비지정제도 및 테크노파크기업부를 지난 2008년 신설했다. 예비지정법인이 발행한 주권은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으며, 외부감사 등 지정요건 및 공시제도 역시 미적용된다.

 ◇프리보드엔 돈과 혜택이 있다=무엇보다 프리보드가 녹색벤처들에게 유용한 점은 필요한 자금을 실제로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리보드를 운영하고 있는 금융투자협회는 프리보드 펀드를 통한 유망기업 유치에 나서고 있다. 중소기업청 모태펀드 등과 공동으로 ‘프리보드 녹색신성장동력 펀드’를 650억원 규모로 조성해 녹색기업 등 유망 신성장동력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고 해당 기업을 프리보드에 유치하고 있다.

 펀드 조성 규모는 650억원이며 참여기관은 금융투자협회를 비롯해 한국모태펀드·공무원연금관리공단·일신창업투자 등 9개다.

 이 펀드는 특히 투자대상이 녹색벤처들에게 매력적이다. 펀드 결성액 60% 이상을 신성장동력기업에 투자하되, 연기금 출자참여에 따른 녹색산업 분야 투자정책을 반영해 녹색기업에도 50%이상 투자하도록 하고 있다.

 녹색기술 기업은 첨단융합산업·고부가서비스분야 등 지식경제부 선정 신성장동력(16개) 분야 기업이며 운용기간은 투자기간 3년 6개월을 포함해 존속기간 7년이다. 또한 펀드 투자기업수의 50% 이상을 프리보드에 지정하고 1년 이상 지정 유지토록하는 투자기업의 의무조항도 있다.

 특히 산업기술단지(테크노파크)에 위치한 녹색벤처에는 프리보드의 문이 더욱 활짝 열려있다. 녹색기술 등 기술기반 중소기업이 프리보드 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금융투자협회와 한국테크노파크협의회가 공동으로 시행하는 예비지정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테크노파크의 유망기업 추천과 금융투자협회의 예비지정 과정이 원활히 진행되면서 예비지정기업 수가 꾸준히 증가해 현재 86개사에 이르고 있다.

 최정일 금융투자협회 이사는 “협회에서는 프리보드 예비지정 및 투자설명회 개최를 분기단위 지속추진하고 프리보드 지정법인, 예비지정법인, 테크노파크 임직원 등을 대상으로 기업금융연수 지속 개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지식경제부·테크노파크협의회 등과 함께 프리보드 예비지정기업에 대한 안정적인 투자기반 마련을 위해 지방기업 투자펀드 모태펀드 지원 테크노파크펀드 조성도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산업은행·기업은행·신보·기보 등과 자금지원 우대, 이자·수수료 감면, 보증 우대 등의 테크노파크 협력사업 확대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라는 것이 최 이사의 설명이다.

 ◇벤처 입맛으로 진화하는 프리보드=녹색벤처들의 중요한 자금 줄이 되어줄 프리보드는 요즘 진화를 계획하고 있다.

 먼저 투자부적격 기업의 진입 및 퇴출요건을 강화하고 투자위험 종목에 대한 시장관리와 불공정거래에 대한 예방활동을 강화해 프리보드 시장건전성을 제고한다.

 강화되는 시장 진입요건으로 자본전액잠식기업과 매출액이 5억원 미만기업의 진입을 금지할 계획이다. 하지만 녹색벤처와 같이 기술력과 성장성이 중요한 벤처기업의 경우는 매출액 요건 적용에서 배제된다. 또한 벤처 및 상장폐지 기업에 대해서도 일반기업과 동일하게 감사의견 부적정 또는 의견거절의 경우 진입을 금지한다.

 퇴출요건도 강화된다. 2년 연속으로 매출액이 5억원 미만이거나 자본전액잠식 상태가 지속되는 기업을 지정해제 한다. 하지만 벤처기업의 경우 매출액 퇴출요건 적용이 배제됐다. 부도발생 상장폐지기업에 대한 1년간 지정해제 유예도 폐지된다.

 아울러 기존 투자유의 안내제도를 관리종목 제도로 개편하고 주가 등이 급변하는 경우 중요정보의 유무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금융투자협회가 정하는 기준에 따라 이상매매 관여계좌에 대해 경고, 수탁거부 등 불공정거래 예방조치를 금융투자회사에 요구하는 ‘불공정거래 예방조치 요구제도’도 도입할 계획이다. 소수계좌거래 집중종목, 주가 급등종목 등을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해 일반투자자의 주의를 환기할 수 있는 ‘투자 주의 종목’ 제도도 도입하며 시장의 효율성 제고를 통한 거래부진을 해소하고 투자자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경쟁매매방식’ 도입도 계획하고 있다.

 최정일 이사는 “특히 투자자의 거래비용 부담 등을 완화하기 위해 거래소시장에 비해 불리한 세제 개선을 건의할 계획”이라며 “양도소득세 비과세 범위 확대, 증권거래세율 인하, 사업손실준비금 손금 산입 허용, 장기보유 주식 배당소득세 감면 등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리보드란

 프리보드란 초기 성장단계에 있는 비상장 중소·벤처기업의 자금조달을 지원하기 위한 증권시장이다. 다시 말해 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시장에 상장되지 않은 비상장기업이 발행한 주권의 매매를 위해 금융투자협회가 개설한 제도화된 장외시장이다.

 프리보드는 정부에서 지난 2004년 발표한 ‘벤처활성화를 위한 금융·세제 지원방안’의 일환으로 제3시장을 개편해 유망 중소·벤처기업을 위한 자본시장으로 출범했다.

 프리보드 지정기업 수는 현재 66개로, 출범 당시 62개 이후 54개가 진입하고 49개가 퇴출됐다.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해 6000만원으로 출범이전 5000만원에 비해 소폭 증가했다. 무엇보다 프리보드는 비상장 중소·벤처기업의 자금조달과 다양한 투자수요 등 벤처자금이 선순환 될 수 있는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프리보드 우수업체로 선정되면 코스닥 상장심사 시 우선 심사를 받을 수 있고 100만원 상당의 심사 수수료 면제 등의 혜택이 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