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기 벤처시대를 여는 열쇠는 ‘투자’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과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자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벤처는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의 벤처붐도 적극적인 투자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정부는 제2기 벤처시대를 열기 위해 모태펀드와 민간펀드를 통해 2012년까지 총 3조5000억원을 조성해 녹색·신성장, 창업기업, IT 등 미래 먹거리 분야에 중점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올해까지 1조원, 내년과 내후년에 각각 1조2000억원과 1조3000억원의 벤처펀드를 조성해 투자 활성화를 도모한다.
◇핵심은 ‘모태펀드’=벤처투자 활성화의 핵심은 ‘모태펀드’다. 모태펀드는 벤처투자조합이나 창업투자조합에 투자하는 이른바 ‘펀드에 투자하는 펀드’로 지난 5년 간 벤처투자 기반 확충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재작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활약은 눈에 띈다. 미국은 금융위기 이후 벤처펀드 결성 규모가 많이 위축된 반면에 우리나라는 오히려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그 주된 원인이 모태펀드에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총 3650억원을 모태펀드 조성에 투입했는데 이는 2005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모태펀드 도입 후 신규펀드 결성 규모는 도입 전보다 연평균 40% 가량 증가했고 신규투자 규모도 20%나 늘었다.
올해도 모태펀드는 벤처투자 활성화에 핵심 역할을 하게 된다. 중소기업청은 올해 모태펀드 출자사업의 최대 화두를 ‘일자리 창출’로 삼고 이를 위한 벤처투자조합 결성 지원에 2000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김영태 중기청 벤처투자과장은 “2000억 중 90%는 창업과 녹색펀드 분야 등에 쓰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기청은 지난 12일 1000억원 규모의 1차 출자 사업계획을 공고했으며 한국벤처투자는 이 중 600억원을 초기기업 전용펀드에 투자하기로 했다. 5월 중에는 추가 출자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모태펀드의 재원은 △중소기업창업 및 진흥기금 △문화산업진흥기금 △회수자금 △해외자금 등을 통해 조성한다.
하지만 모태펀드 조성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다. 그간 벤처펀드를 결성할 때 민간출자자의 참여가 부족해 정부에 대한 의존이 심화되고 결성기간은 점차 장기화되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2006년 펀드 결성액 중 11%에 불과하던 모태펀드 비중은 지난해 10월 30%에 육박했을 정도다. 2006년 당시 99일에 불과했던 모태펀드 출자조합 평균 결성기간도 2008년에는 139일로 늘어났다. 정부는 의존도 심화를 우려해 모태펀드 출자제한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으며 본래 10억원이던 수시출자한도를 투자실적이 우수한 경우에 한해 결성액의 25%까지 확대하기로 하는 등 수시출자도 늘리기로 했다.
◇정부, 투자 지원 확대=벤처 투자 강화를 위해 중기청은 ‘보증연계형 승수(乘數)투자제도’도 시행한다. 창업초기기업 투자촉진을 위해 기술평가 보증서를 담보로 벤처캐피털이 보증액의 2배 이상을 회사채(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에 투자하는 제도다.
홍석우 중기청장은 “지금까지는 수익성은 낮아도 성공 가능성이 큰 분야 위주로 투자를 해왔다면 승수투자제도가 시행된 후에는 성공 가능성이 낮아 위험 부담이 크더라도 실질적인 수익이 큰 분야에도 투자를 많이 하게 될 것”이라며 “전체 자금 규모는 비슷하더라도 자금유입 경로가 기존 융자에서 투자로 변화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모태펀드가 출자되지 않은 순수 민간펀드에 대해서는 투자의무비율(40%)을 적용하지 않음으로써 운용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할 계획이다. 또 정부는 유한책임회사(LLC)형 투자회사제도를 도입해 벤처펀드의 자율성과 전문성도 강화한다. 중기청 관계자는 “기존 주식회사형 투자회사는 주주의 간섭으로 벤처캐피털리스트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살리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출자규제 완화=기관투자가 등의 벤처펀드 출자규제를 완화해 투자 강화를 도모하는 방안도 마련됐다. 우리나라의 연기금, 금융기관 등의 벤처투자가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는 문제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실제 연기금의 벤처투자 비중은 미국이 42%인데 비해 우리는 14%에 불과하며 금융기관의 투자비중도 미국보다 낮다.
출자규제 완화의 주요 대상은 대학과 보험사다. 현행 사립학교법으로는 사립대 적립금을 50% 한도 내에서 유가증권에만 투자할 수 있고 벤처펀드 투자는 아예 불가능하다. 정부는 법 개정을 통해 대학도 벤처펀드에 투자할 수 있도록 장려할 계획이다.
보험사의 벤처펀드 출자 규제도 풀린다. 보험사는 현재 법적으로 펀드 결성액의 15%를 넘어서 출자할 수 없으며 사전에 금융위원회로부터 승인을 받아야만 한다. 정부는 앞으로 15% 이상 출자도 허용하며 사전 승인없이 사후에 신고만 하면 되도록 규제를 완화한다.
관련 사립학교법과 보험업법의 개정발의는 완료 됐으며 현재 국회의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인수합병 등 회수시장 활성화=정부는 M&A 등 회수시장 활성화를 통해서도 벤처투자 확대를 꾀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10년 연장된 ‘벤처기업 특별조치법’은 M&A 절차 간소화, M&A 지원센터 인프라 구축 등의 내용을 담고 있으나 아직 가시적 성과는 미흡하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정부는 법인세법 개정을 통해 기업 합병 시 과세이연 등 특례적용을 받기 위한 최소 주식 교부 기준을 95%에서 80%로 완화한다. 또 특례요건을 충족한 경우 과세이연 범위를 유형자산에서 모든 자산으로 확대하고 피합병법인의 이월결손금 승계도 허용하기로 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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