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운영자금이 필요한 중소기업들이 정부 정책자금 이용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가 올해 경기회복 기대에 따라 정책자금 중 운전자금 비중을 대폭 축소한 여파로, 수도권 등 중소기업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지원 신청이 몰리면서 매월 초 접수가 마감되는 상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7일 정책자금을 접수·관리하는 중소기업진흥공단에 따르면 이달 7일부터 1월분 자금접수에 들어간 가운데 운전자금인 긴급경영안정자금의 경우 수도권에서는 경기북부를 제외한 서울·서울동남부·경기·경기서부는 이미 마감됐다. 특히 서울과 서울동남부는 접수 이틀째인 8일 모두 마감돼, 이후 본·지점을 찾은 기업인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 수도권 이외에도 12일 기준 부산, 대구, 광주, 울산, 충북 등이 마감됐다. 중진공은 월별 집행규모를 미리 산정해 접수받고 있으며, 대개 집행계획치의 2배를 기준으로 마감한다.
이정훈 중진공 서울본부 기업금융팀 과장은 “경기가 좋아졌다고 말하는 기업인들은 거의 없다”며 “앞으로도 신청 수요가 많아 매월 조기 마감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현상은 중소기업 운영자금 지원 예산의 급격한 축소 여파가 크게 작용했다. 긴급경영안정자금은 지난해 본예산 7000억원에 추가경정예산 8000억원이 배정돼 총 1조5000억원이 집행됐지만 올해는 2500억원으로 6분의 1로 급감했다. 긴급경영안정자금 감소폭(83.3%)은 전체자금 평균 감소폭 46.5%를 크게 웃돈다. 여기에 일선 금융기관들도 선별적으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중소기업 지원자금 절반가량(잔액기준 증가분)을 담당한 기업은행의 윤용로 행장은 최근 “작년에는 중소기업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원을 많이 했지만, 올해 중소기업들이 그것을 기대하면 안 된다”고 선별 지원의사를 명확히 했다.
이에 따라 일시적 자금난에 처한 우량 중소기업이 정책자금 혜택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 예산이 냉탕 온탕을 오가고 있다. 자금집행에 있어 기업들이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며 “예산 부족 소식에 여력이 있는 기업까지 신청에 나서면 정작 필요한 곳은 받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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