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스마트그리드 열풍이다. 스마트그리드가 미래 먹을거리로 급부상하면서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한 기업들이 저마다 신성장동력으로 선택했다. KEPCO(한국전력)는 부사장 직속 스마트그리드추진실을 갖췄고 KT는 회장 직속 기술전략실에 스마트그리드 전담반을 가동 중이다. 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도 스마트그리드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선정해 전사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작년에 착공해 올해 본격적인 사업에 들어가는 제주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에 기업들이 관심을 집중하는 이유다. 스마트그리드의 모든 가능성을 담아 낼 제주 실증단지사업에는 기존 정부 선정 컨소시엄 외에 자체 예산으로 2개 컨소시엄 45개사가 추가로 참여했다. 투자금액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정부가 제시한 기대효과만 2030년까지 내수시장이 74조원에 달한다. 국제 경쟁력 강화에 따라 약 49조원의 경제적 효과도 기대된다.
이뿐만 아니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니 30조원의 에너지 수입 절감효과는 물론이고 1조2000억원을 들여 새 발전소를 짓지 않아도 된다. 온실가스 감축량만 1억5000만톤에 달해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연평균 5만개의 일자리가 새롭게 만들어진다.
스마트그리드 로드맵에 따르면 스마트그리드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2030년까지 총 27조5000억원이 필요하다. 27조5000억원을 들여 150조원이 넘는 경제적 효과를 노릴 수 있다. 단순 계산만으로도 5배 이상 남는 장사다. 스마트그리드 투자 열기가 뜨거운 이유다. 여기에 전력산업을 기반으로 IT·보안·자동차·에너지·건설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하는 대규모 국책사업이다.
사업에 참여한 기업은 물론이고 사업 기회를 노리는 기업들에 올해 사실상 원년인 스마트그리드는 분명 핫이슈다.
미래 스마트그리드의 모델이 될 제주 실증단지 구축사업에 기업들의 관심이 높다. 지난해 12월 지식경제부가 제주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 10개 공모 컨소시엄 대표와 사업 협약을 체결, 사업 추진에 불을 댕겼다.
10개 컨소시엄 168개 업체가 제주도 구좌읍 지역으로 몰려들었다. 당초 계획 중이던 8개 컨소시엄(123사) 외에 2개 컨소시엄 45사가 자체 예산으로 사업에 참여했다. 실증단지 참여로 연관 산업과 다양한 사업 기회를 노린다는 복안이다.
스마트 플레이스 분야에는 SK텔레콤·KT·LG전자·KEPCO가, 스마트 트랜스포테이션 분야에는 KEPCO·SK에너지·GS칼텍스가 주관기관으로 참여했다. 또 스마트 리뉴어블 분야에는 KEPCO·현대중공업·포스콘이 컨소시엄 주관기관을 맡았다.
스마트그리드는 거대한 원전으로부터 말단의 작은 냉장고까지 긴밀한 조율이 필요한 시스템이다. 스마트 그린홈·빌딩, 전기차 충전소 등 스마트그리드 주요 분야를 총망라한 세계 최초 ‘올인원’ 실증단지로 전력(78사)·통신(66사)·자동차(6사)·가전(4사) 등 이종산업 간 통합 운영 및 연계로 새로운 융·복합 사업 아이템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제주 실증단지에 투자되는 금액만 2395억원이다. 기존 예산에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러한 관심은 제주 실증단지에서 스마트그리드 관련 모든 사업모델이 창출되고, 표준화 작업도 여기서 개발되는 기술이 표준화 대상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실증 이후 본격적인 시장 창출을 위해 실증단지 성공모델을 국가표준으로 채택하기로 함에 따라 실증단지에 관심이 대폭 늘었다.
게다가 우리나라가 지난해 스마트그리드 선도국으로 선정되면서 제주 실증단지 추진 과정에서 도출되는 결과물은 곧 사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결론이다.
특히 스마트 플레이스 분야는 소비자와 접점을 이루는 분야다. 다양한 사업 기회가 있다. 가정과 빌딩에 설치된 전자식 전력량계를 통해 전기제품의 전력소비를 최적화하며, 실시간 확인은 물론이고 양방향 통신까지 가능한 선진계량시스템(AMI)이 주목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2만호를 대상으로 원격검침을 시행 중이며 실시간 전력정보 교환이 가능한 시스템 기술이 지난해부터 개발되고 있다.
SK텔레콤은 전체 1000가구 중 200가구에는 에너지관리공단에서 보급 중인 그린홈 100만호 가구사업과 연계, 설치비 500만원 전액을 지원할 계획이다. 100가구는 전력거래가 가능한 AMI를 달게 되며, 전액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가정용 충전소까지 설치된 20가구는 미래형 주택으로 20대의 전기차량도 무료로 제공할 예정이다.
스마트 트랜스포테이션은 전기차 충전 인프라와 부가서비스 모델을 구현하고 전기차 충전이 전력망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목표다. 전기차는 해외 스마트그리드와 구별되는 차이점으로 현대기아자동차와 KEPCO가 전기차 및 충전 인프라를 공동 개발 중이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도 전기차 보급을 위해 반드시 보조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만 봐도 정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KEPCO는 충전소·아파트·할인마트·제주공항 등에 급속 및 완속·비접촉·배터리 교환 등 전기자동차의 모든 충전방식을 적용해 실증을 통한 최적 사업모델을 도출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아파트와 마트·공항·호텔에 나뉘어 설치된다. LS산전·LS전선·효성·KEPCO 전력연구원·그린파워 등 담당 기업 간의 치열한 개발 경쟁이 예상된다. 해외 진출을 고려하면 표준화를 시급히 서둘러야 하는 분야다. KEPCO는 현재 일본 도쿄전력과 충전기 국제 표준화를 위해 공동 작업 중이다.
에너지업체 간 경쟁도 올해 본격화할 전망이다. SK에너지는 전기차와 IT·모바일 기술 등을 결합해 다양한 부가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충전요금은 자동 청구되며, 배터리 충전상태와 요금 등은 휴대폰으로 알려준다. 내비게이션과 연동해 충전소 위치 및 요금 현황 등의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충전소에서는 배터리 교환도 가능해진다.
GS칼텍스는 기존 주유소에 충전기를 설치하기보다 독립된 충전소를 운영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여기에 실시간 전기자동차 관리, 스마트 파킹, 렌터카 등을 새 비즈니스 모델로 제시했다.
스마트 리뉴어블은 풍력·태양광 등 전력 생산이 불규칙한 신재생에너지를 에너지 저장장치로 전력망에 안정적으로 연계하는 게 우선 과제다. 이는 향후 신재생에너지원의 분산형 전원으로서 보급을 확대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실증단지는 2011년 5월까지 인프라 구축이 완료될 예정이며 이후 2년간 통합 운영 단계를 거칠 예정이다.
올 하반기면 컨소시엄별 홍보관이 구축돼 실증단지가 저탄소 녹색성장의 현재와 미래를 확인할 수 있는 생활형 체험공간을 구현함은 물론이고 관광객 유치효과도 기대된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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