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창조경제시대로 접어들 것이다. 아이디어와 창의성이 자산이 되는 그런 시대다.”
곽승준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장이 새해 전자신문이 기획한 신년대담에 나와 언급한 말이다. 곽 위원장뿐만 아니라 각계 전문가들은 이번 글로벌 경기침체가 창조경제로 발전하는 일대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산업 발전사를 보면 경제 위기는 변화와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됐다. 이번 경기침체 역시 산업계에 큰 변혁이 찾아올 것이며 그 주도권은 ‘창의·창조성’을 지닌 기업가와 기업이 쥐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창조경제시대의 본격 도래다.
창조경제는 지식경제에서 한단계 진화한 보다 고객 중심의 개념이다. 생산과 지식경제사회에서는 고객 의견은 동일하다고 보고 대량생산을 통한 품질과 가격으로 승부했다. 창조경제는 다르다. 개인의 의견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이를 개별적으로 반영하는 것을 지향한다. 그래서 기업은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 순발력을 요구한다.
이 같은 변화 요인으로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환경 변화를 꼽는다. 과거에는 기업과 고객 커뮤니케이션(의사소통) 통로가 제한돼 있었다. 고객이 의견을 내고 싶어도 쉽지 않았으며, 기업들은 의례 개별 고객의 의견을 무시하기 일쑤였다.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객들은 자연스럽게 보편화한 상품을 ‘불평’없이 사용했다.
하지만, 소통을 특징으로 한 웹2.0시대는 다르다. 고객은 언제나 불평·불만을 토로한다. 그리고 그 불만이 제대로 수용·반영되지 않으며 그 사실을 공론화한다. 그리고 과감히 새로운 기업과 제품을 찾는다.
이런 환경은 분명 기존 기업들에게는 위기로 다가온다. 새로운 환경에 맞게 변화와 혁신을 해야 하고 그렇치 못하다면 바로 도태하게 된다. 그 자리는 물론 새로운 기업들에 기회가 주어진다.
‘벤처’ ‘1인 창조기업’이 주목받는 이유다. 이들 벤처와 1인 창조기업의 특징은 순발력이다. 복잡한 단계와 절차를 거쳐야하는 대기업은 순발력과는 거리가 멀다. 새로운 비즈니스를 펼치기 위해서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야 하고 그리고 가능성 등 이것 저것을 따진다. 확신이 안 서면 뛰어들지를 못한다. 혁신성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이 같은 대기업 한계는 고위험고수익(하이리스크하이리턴)을 추구하는 벤처에는 매우 자연스럽다.
정부는 지난해 2기 벤처기업 육성대책을 내놓았다. 골자는 기업가정신을 북돋는다는 것이다. 튀는 아이디어로 똘똘 뭉친 젊은 창업을 촉진한다는 전략이다. 이들은 바로 창조경제시대에 적합한 주역들이다.
최근 벤처기업협회는 흥미로운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벤처 1만5000여개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3곳 가운데 1곳인 30.6%가 자사의 기술 수준을 ‘세계 유일’ 또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응답했다. 벤처 정신이 사라졌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벤처기업들은 세계 최고의 기술을 바탕으로 상품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창조경제시대에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우리가 창조경제시대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창조경제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기존 기업은 고객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채널을 계속 늘려나가야 한다. 그리고 이 의견을 비즈니스에 적용하기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체제로 바뀌어야 한다.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너무나 길고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하고 그것을 고객은 기다리지 않기 때문이다. 오픈 이노베이션 사례는 많다. 감자칩 프링글스에 그림과 글씨를 프린팅하는 기술을 외부에서 도입한 P&G가 대표적이다. 최병욱 P&G한국본부장은 “급변하는 시장환경에서 기업 내부의 연구개발(R&D)에만 의존하는 기업은 한계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며 21세기 무한경쟁시대에서 오픈 이노베이션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정부도 창조경제시대에 맞는 정책과 시스템 구축에 나서야 한다. 개인의 창조성을 장려하고 이것이 다양한 형태로 결실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1인의 아이디어라도 창조성이 뛰어나다면 성공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도록 컨설팅에서부터 자금 및 상품화지원 등을 위한 장치가 구비돼야 한다. 특히 이들 아이디어가 새로운 또는 기존 아이디어 및 기술과 접목이 될 수 있도록 관리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창조경제시대에 강점을 지닌 IT인프라를 다른 나라에 앞서 갖췄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전세계 최첨단 기기의 ‘테스트베드 시장’이라는 명성을 누렸다. 전 세계 주요 IT기업들이 첨단 인프라 환경에서 새로운 기술에 익숙한 한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테스트를 해왔다. 이 명성에 만족할 수는 없다. 우리가 만든 제품과 기술을 가장 먼저 테스트해 가능성을 타진하고 전 세계에 판매 및 서비스하는 그런 나라로 도약해야 한다. 그 여부는 경기회복기인 올해, 창조경제시대가 본격 도래하는 2010년 민관학계가 얼마나 함께 창의성을 발휘하느냐에 달렸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