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의 해, 경인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21세기 첫 10년을 마무리하는 전환점이자, 새로운 10년을 맞는 출발점이다. 지난해 보다는 글로벌 경제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여전히 낙관적이지는 못하다. IT강국 코리아가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서는 모든 산업이 새로운 기회 발굴에 적극 나서야 한다. 새해에는 정부의 IT뉴딜 정책과 더불어 통신 강국을 넘어 방송통신 융합 강국으로 거듭나는 변화의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도 우리 경제의 성장 활력을 한껏 높이기 위해 공격경영에 나설 것으로 감지되고 있다. 경제회복의 온기가 우리 사회 곳곳으로 확산되는 ‘희망경제’를 만들기 위해서다. 전자신문은 새해 떠오르고 있는 주요 쟁점들을 선정, ‘2010 핫이슈’ 코너를 마련해 집중 분석해 본다.
대기업에 다니는 입사 10년차 김 차장(39). 지난해 회사 차원에서 연말 휴가를 적극 장려하는 바람에 등 떠밀려 6년만에 가족여행에 나섰다. 출발한 지 3시간째 아이들이 슬슬 지겨워하자 아내가 최근 구입한 스마트폰에 다운받아 놓은 고화질 애니메이션을 보여준다. T맵에서 알려주는 대로 운전을 했더니 출발 5시간만에 남해안 콘도에 도착했다. 박 차장은 점심을 해먹기가 번거로워 스마트폰 GPS 기능을 이용해 근처 맛집을 검색한다. 마침 블로거들이 올려놓은 유명한 한식당을 발견했다. 맛집에 들어가서 주문을 해놓고 보니 상다리가 부러질 것처럼 한 상이 나온다. 배부르게 밥을 먹고 뭘 할까 고민하던 중에 아내가 근처에 사람들이 잘 모르는 명소 바닷가를 인터넷으로 찾아놨단다. 컴퓨터가 어디 있어서 찾아 놓았느냐고 물어보는 날 한심하다는 눈으로 쳐다보며 스마트폰을 들이댄다. 스마트폰에는 한 여행작가의 블로그가 올라와 있는데 컴퓨터로 보는 인터넷 화면 그대로다.
스마트폰이 우리 삶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음성통화 위주인 휴대폰을 데이터 통신과 정보처리 수단으로 바꿔 놓고 있다. 이에 따라 아이폰으로 촉발된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무선인터넷 활성화와 더불어 모바일 시장의 후방산업 성장에 ‘신병기’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스마트폰 시장 규모가 지난 2007년 대비 20% 이상 성장하면서 전체 휴대폰 시장의 17%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NH투자증권 이윤상 애널리스트는 “고성장과 고수익이 예상되는 스마트폰 시장은 노키아, RIM, 애플 중심의 과점체제 아래 신규 업체들의 진입으로 경쟁이 심화될 전망”이라며 “후발 주자인 국내 업체들은 혼자 모든 것을 다하려 하기보다는 강점인 단말기 디자인과 제조에 주력하면서 약점은 다른 영역 플레이어들과의 협력으로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급성장하는 스마트폰=올해 휴대폰 시장은 스마트폰이 화두다. 지난해 경기 침체로 전 세계 휴대폰 시장 규모는 전년대비 8% 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은 지난 2007년 대비 20%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분석된다. 2013년에는 전체 휴대폰 시장에서 40%를 스마트폰이 차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매출 기준으로 보면 글로벌 시장의 스마트폰 성장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2008년말 스마트폰은 매출 기준으로는 전체 휴대폰 매출 가운데 30%에 육박한 것으로 파악됐다. 2011년에는 이 비율이 50%를 돌파하고 2013년에는 70%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스마트폰 영업이익률이 일반 휴대폰보다 두 배 가까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도 스마트폰 시대가 성큼 열릴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로아그룹이 전문가 1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올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규모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76%가 100만∼15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답했다. 이는 국내 전체 단말 시장을 한해 2200만대로 추산할 경우 7%에 이르는 수치다. 전체 시장의 10%에 육박하는 200만대 돌파를 답한 경우도 22%에 달했다.
◇이통사·제조사 “올해는 스마트폰 원년”=올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외산과 국산의 진검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이통사업자가 다양한 운영체제를 적용한 스마트폰을 대거 선보일 예정이어서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삼성전자는 올해 스마트폰 출시를 지난해의 2배 이상인 40여종을 선보인다. 올해 전세계 휴대전화 시장규모가 10% 가량 감소하는데 반해 스마트폰 시장 규모는 급성장세를 지속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LG전자 역시 사용이 편리하면서도 SNS 기능이 강화된 20여종의 스마트폰을 출시할 방침이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긴밀한 협업과 급부상하는 안드로이드폰 시장에서의 입지 구축을 양대 축으로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확고한 리더십을 확보할 계획이다.
외산 단말기 업체들의 행보도 심상치 않다. 모토로라는 SKT를 통해 구글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탑재한 드로이드폰을 이르면 이달 안에 선보일 예정이며 소니에릭슨 역시 ‘엑스페리아 X10’ 국내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애플 아이폰도 2분기께 KT를 통해 추가 물량이 공급될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 OS 역시 관심사다. 현재 노키아 단말기에 주로 탑재되는 심비안은 올해 기준으로 50%에 가까운 점유율을 기록하며 대세로 자리 잡았다. 림 OS가 20%, 애플 OS가 10%를 웃도는 수준이다. 하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구글 안드로이드 OS가 급부상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OS가 주목받는 이유는 개방성에 있다.
국내 이통사 및 제조업체는 올해 상당수 스마트폰에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의 경우 올해 선보일 스마트폰 15종 가운데 최대 14종을 안드로이드폰으로 출시할 방침이다. LG전자 역시 출시할 스마트폰의 절반을 안드로이드폰으로 계획하고 있다. KT는 20여종 가운데 최소 6종을, LGT는 2∼3종을 안드로드폰으로 내놓는다.
◇무선인터넷 서비스 경쟁 ‘후끈’=지난해 아이폰 등장은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지형을 크게 흔들어 놓았다. 이통사의 폐쇄적 망 운용을 개방시켰기 때문이다. 올해 이통사 생존 화두는 음성에서 데이터로 변하고 있다. KT가 올해 무선통신 사업 가운데 무선데이터 매출 비중을 60% 선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가장 주목받는 무선인터넷 서비스는 위치기반 정보서비스(LBS)다. 스마트폰에서 LBS가 힘을 받는 것은 여가를 즐기려는 소비자의 욕구와 레저서비스가 결합됐기 때문이다. 드로이드에서 볼 수 있는 구글 지도를 활용한 무료 음성 방향지시 애플리케이션 등이 좋은 예다. 위치기반 서비스가 풍부해지면서 사용자들은 식당 예약과 같은 일상 생활에서의 스마트폰 LBS 사용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또 배송이나 서비스 인력을 쉽고 편리하게 업무 환경에서 추적할 수도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 커머스도 주목해야할 산업이다. 제휴사 쿠폰을 휴대폰에 저장해 두었다가 결제시 제시하면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는 ‘모바일 쿠폰’, 휴대폰으로 전자쿠폰을 발송하고 이를 통해 상품을 교환받을 수 있는 ‘기프트콘’ 등이 새로운 모바일 후방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의 등장과 게임·쇼핑·뱅킹 등 모바일 관련 비즈니스가 스마트폰 시장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김동석기자 ds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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