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이 IT를 인프라와 시장 중심적인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과 달리 유럽연합(EU)은 IT를 지식사회를 구현하는 하나의 도구로 본다. EU는 이러한 시각을 바탕으로 삼아 지난 2006년부터 전반적인 정보통신기술(ICT) 정책을 ‘아이(i)2010’이라는 계획으로 진행했고, 새해 ‘포스트(post)-i2010’를 구현하기 위해 분주하다.
◇녹색 지식기반사회를 위한 정책=EU는 새해를 앞두고 본격적으로 ‘포스트-i2010’을 구상했다. 그 결과, 지난해 9월 ‘녹색지식기반 사회(A Green Knowledge Society)’라는 보고서에서 △ICT와 사회적 영향력 △ICT와 지식사회 △ICT와 기후변화라는 틀 안에서 10개의 구체적인 정책과 추진내용을 발표했다.
EU는 보고서 발간과 함께 브뤼셀에서 기업과 소비자 그룹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유럽정보사회를 위한 우선 전략’을 주제로 공청회를 개최했다. 공청회에서는 △지속가능한 저탄소 경제 △ICT연구와 혁신 △초고속망과 개방된 인터넷 △일원화된 온라인 시장과 창의성 △기후변화협약·거버넌스(governance)·안보·무역 등과 같은 국제 협상무대에서 EU의 지도적 역할 △공공 서비스와 양질의 삶을 구현하는 ICT 등을 논의했다.
11월에는 EU 의장국인 스웨덴에서 회원국대표·행정관리(EC)·의회·기업·학계·소비자단체가 모여 미래 IT정책을 논의하고자 ‘e유니언(Creating Impact for an eUnion) 2015’ 회의를 개최해 ‘비스비(Visby)’ 선언을 발표했다. 17개 핵심 사안들로 구성된 비스비 선언의 첫째가 EU IT정책의 핵심을 잘 말해준다. ‘선명하고, 미래지향적인 지도력을 바탕으로 전체적, 통합적, 수평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
◇글로벌 리더십 지향=최근 EU가 발간한 ‘더 월드 인(The World in) 2025’ 보고서는 21세기를 아시아의 시대로 예고했다. 보고서는 미국도 절대적 힘을 행사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2025년 이전에 중국이 경제적으로 미국을 앞지른다는 것이다.
EU는 이러한 다극화시대(Multi-Polar Era)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의 연구과제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다극화시대에도 리더로 남겠다는 EU의 강력한 의지다.
지난해 10월 EU 고위급 그룹은 기존 i2010 벤치마킹 보고서를 토대로 한 ‘디지털 유럽 2011∼2015’를 내놓았다. 새로운 벤치마킹 모델은 크게 △광대역통신망(브로드밴드) 공급 현황 △인터넷 사용 양태 △ICT가 미치는 사회적 효과로 나뉘어 해마다 디지털 경쟁 지수로 발표될 예정이다.
한국도 국제사회 정치·경제·사회·문화에 미치는 IT의 영향력에 대한 담론 없는 지수 위주 정책에서 벗어나 고유의 사회적 담론을 담아낼 여력과 내공을 쌓을 때다. 그것이 방송통신위원회가 지향하는 ‘진정한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할 자산이 될 것이다. 한국이 기존 IT 리더십을 바탕으로 아시아의 진정한 리더로 인정받기를 바란다.
델프트(네덜란드)=박윤정 델프트공대 교수 y.j.park@tudelft.n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