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경영자(CEO)는 최일선에서 조직을 진두지휘한다. 새로운 과제를 선택하며 운영은 물론이고 최종 결과까지 책임진다. 강력한 리더십으로 조직과 제품 혁신을 주도해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드는 것이 바로 CEO다. 그러나 혁신을 창조하는 것은 카리스마 넘치는 CEO만이 아니다. 디지털 시대 혁명가로 평가받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 CEO는 흔히 독단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지만 그는 애플에서 밀려났다가 복귀했을 때 이미 달라져 있었다. 과거의 경험을 교훈 삼아 팀 플레이를 중시하고 전문가에게 전폭적인 재량권을 부여하는 리더십으로 변화했다. 그가 수석 디자이너이자 현재의 애플을 만든 일등 공신인 조나단 아이브와 통화를 매일 거르지 않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해당 기술을 담당하는 엔지니어와 산책하는 일화는 유명하다.
◇1인 함장시대=2004년 6월 공개돼 3년 반 만에 국내 가입자 수 1600만명, 해외 가입자 수 1억6000만명을 돌파한 게임 ‘카트라이더’의 성공 배경에는 팀장이 있었다.
그는 “이 프로젝트에 성공하면 다음에는 우리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원하는대로 더 많이 개발할 수 있다”고 팀 구성원 전체에게 동기를 부여했다. 또 모든 책임은 자신이 지겠다며 든든한 방패막이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 결과 가족과 같은 분위기 속에 개발에만 몰두할 수 있는 창의적인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구성원들은 실패에 대한 부담감을 덜고 자발적으로 능력을 발휘했다.
흔히 혁신이나 성공은 천재적인 한 사람에 의해 탄생하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누구나 혁신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 2008년 제품 혁신성, 매출 성장세 등을 바탕으로 14개 품목을 선정해 평가한 결과, CEO의 간접적 리더십으로 성공한 사례가 13개(92.8%)로 분석됐다. CEO가 내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개발을 진두지휘해 성공한 제품은 1개에 불과했다. CEO가 매사에 개입하기보다 팀장과 시스템에 맡기는 편이 효과적임을 보여주는 수치다.
LG전자의 히트 휴대폰 ‘초콜릿폰’ 역시 같은 사례였다. 가전부문에서 영입된 디자인 팀장은 ‘손안에 들어가는 50㏄ 휴대폰을 만들어 보자’며 기존 구성원과 다른 시각으로 접근했다. 소비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것보다 반 보 앞선 디자인을 강조했고 팀원들도 전폭적으로 협조했다. 그러자 세계 3대 디자인상을 석권하고 올해 초 세계 누적 판매량 1800만대를 돌파하는 등 성공적인 결과물을 냈다.
삼성전자 ‘보르도TV’는 강력한 팀워크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 경우다. 디자인 콘셉트 기획부터 제품화까지 전 과정에서 팀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그 결과 보르도TV는 2006년 발매 당시 전 세계 시장에서 매출 5조원을 올리는 돌풍을 일으켰다.
◇능력을 끌어내는 게 능력=성공한 큰 기업일수록 변화에 둔감할 가능성이 크다. 성공에 취해 미래를 자신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흔히 큰 기업을 항공모함에 비교한다. 항공모함은 크지만 빨리 움직이지 못한다. 그러나 항공모함의 진로는 홀로 결정되지 않는다. 순양함, 구축함, 경비정들이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수집한 정보에 따라 방향이 잡히고 목표가 생긴다. 개인이나 소조직이 곧 함장의 눈이 된다.
결국 새로운 기술과 문명, 산업, 인류, 국가가 거대화해 하나의 국가 공동체가 되고 있는 대항해 시대에는 어떻게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조직을 만드느냐가 관건이다. 또 개인이 어떻게 창조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도 핵심이다.
전문가들은 먼저 임직원들의 장점과 역량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최대한 지원을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통제와 강압에 의해서가 아니라 배려하는 환경을 느끼도록 해 자발적으로 역량이 발휘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재적 동기부여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부담은 줄이되 자율을 지나치게 강조해서는 안 된다. 자율이 혁신은 아니기 때문이다.
CEO는 크고 넓게 볼 줄 알아야 한다. 다른 말로 전략과 전술을 잘 짜야 한다는 뜻이다. 간접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지만 특히 실패 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의 경우 CEO가 처음부터 관여해야 한다. 권한 밖의 일을 개인이 맡게 되면 창조적인 성과를 낼 수 없다.
또 CEO는 유능한 팀장 발굴과 시스템 구축에 주력해야 한다. 유능한 팀장은 기술적 전문가보다는 카리스마와 배려를 겸비한 인물이어야 한다.
강우란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전문성은 기본 요건이지만 자신의 지식만으로 팀을 주도하기보다는 팀원의 전문성을 효과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인물이 프로젝트의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며 “혁신 역량을 갖춘 인력은 단순 전문 인력과 구분해 별도의 경력 관리를 통해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강 연구원은 또 “제품 혁신은 자율과 통제 중 어느 하나만으로 성공할 수 없고 권한 확대와 효과적 통제가 동시에 작용해야 한다”며 “CEO는 개발팀이 항상 창조적 자극을 받을 수 있는 ‘혁신의 판 짜기’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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