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IP 서비스 업계·KT, 해킹 피해 요금 놓고 논쟁
인터넷전화(VoIP) 서비스 사업자와 KT가 해킹에 의해 비정상적으로 발생한 1억1000만원 상당의 통신 요금 지급 사안을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VoIP 가입자 600만 시대를 맞아 첫 VoIP 해킹 사례란 점에서 향후 경찰의 수사 결과와 보안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VoIP 장비인 게이트웨이의 IP 해킹으로 몰디브·소말리아 등 해외에 대량으로 국제 전화가 걸려 약 1억1000만원의 국제전화요금 고지서를 받게 된 별정통신사업자 A사는 비정상 트래픽의 점검·관리를 소홀히 한 KT 측에 책임을 묻고 있다.
특히 A사는 엄청난 양의 트래픽이 발생한 사실을 알고도 KT가 4일 이상 방치하는 탓에 해킹 피해 규모를 더 부풀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A사 관계자는 “지난 10월 17일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몰디브와 소말리아 국제전화 사용량이 한 국가의 총 통화량보다 많을 정도로 급격히 늘어났지만 KT는 나흘이 지난 20일 오후 14시 30분경에서야 국제전화를 차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신용카드도 분실시 분실 신고 전에 사용한 제3자의 부정사용금액 중 일정액을 카드회사가 변제해주고 있는 데 반해 KT는 ‘사용금액 전부를 지급하라’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KT 측은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등 검경이 해킹으로 인한 사이버 범죄로 결론을 내도 KT는 VoIP망에서 발생한 콜을 전달한 게 아니라 일반 전화망에서 발생한 콜을 해외로 전송해준 것일 뿐 VoIP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말했다. KT는 또, “해킹당한 VoIP 게이트웨이가 피해 업체에 설치돼 있기 때문에 보안을 소흘히 한 피해 업체의 몫”이라고 책임을 떠넘겼다.
한국인터넷진흥원 측은 “그동안 VoIP 해킹으로 인한 피해 사고 발생 사례가 전무한 탓에 비정상인 VoIP 요금에 대한 법적 책임 소재를 선뜻 판단하기 힘들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VoIP 해킹 등의 피해 방지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윤정기자 linda@e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