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네트워크] 하원규 ETRI 기술전략본부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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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전세계 인구의 4분의 1인 4억6000만명, 전세계 육지의 4분의 1인 3670㎢를 식민지로 넣은 대영제국의 힘은 ‘강력한 해군력’과 5대양 6대주를 거미줄처럼 연결하는 해저 케이블(The Red Chain)에 있었다.

 20세기 팍스아메리카나 기반으로서의 인터넷도 같은 맥락이었다. 다시 말해 네트워크와 정보력을 지배하는 국가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패권 국가의 공통 논리가 팍스아메리카나 체제에서도 그대로 계승됐던 것이다. 세계의 인터넷은 미국을 중심으로 콘텐츠가 생산·유통·소비된다고 했을 정도였다. 이는 미국의 혁신적인 IT산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실리콘밸리의 무수한 글로벌 IT기업이 시발점이었으며 이 기업들은 정보력과 기술력으로 전세계 산업을 좌지우지하다시피 했다.

 19세기, 20세기를 거쳐 21세기의 패권국가의 논리는 무엇일까. 감히 얘기하건대 만물지능통신으로 구축되는 미래네트워크를 선점하는 것이 전세계를 제패할 수 있을 것이다. 21세기 세상의 모든 것은 연결되고 검색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세상의 모든 것이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세상의 모든 것에 고유의 ID가 부여되는 것이다.

 우리는 초고속인터넷기본구축계획부터 시작해 정보화 강국의 발판을 십수년간 이룩해 왔다. 특히 유무선 통신 산업의 세계와 컴퓨팅의 세계가 서로 다른 네트워크 아키텍처로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통신은 전보에서 전화·인터넷으로, 컴퓨팅은 메인프레임·PC·유비쿼터스 컴퓨팅으로 각자 진화했다.

 하지만 이제 정보고속도로의 개념은 변화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에는 초고속 정보통신망이 화두였다면 2000년대에는 광대역통합망, 2010년대에는 만물지능통신망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2010년대에는 사람과 사물, 환경이 유기적으로 네트워크화하는 확장성과 편의성, 인식·판단·처리 등이 키워드로 등장했다.

 이용자 관점에서의 미래정보통신망은 네트워크에 접속하고 있는 동안 정보 교환 및 의견전달에 참여하고 유비쿼터스 네트워크와 생활 공간을 일체화하고 지능공간으로서의 플랫폼과 서비스를 소비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제 중요한 것은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미래정보통신망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잘 구축해 나가느냐 하는 것이다.

 이미 선진국들은 그들만의 계획과 비전을 세워 장기적인 실행에 착수했다. 해외 곳곳을 돌아보면 정보통신 강국이라는 슬로건에 우리나라가 너무 자만하고 있었다는 느낌을 누구나 받을 것이다.

 이제 전세계 경제의 새로운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미래네트워크 설계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현재의 네트워크에 구애받지 않는 아키텍처를 디자인해 나가야 하며 새로운 비전과 응용 서비스를 고려한 설계도를 디자인해 나가야 하는 시점이다.

 1단계로는 우선 미래사회 시나리오를 구성하고 한국 모델과 핵심 기술체계를 설계해 나가야 한다. 2012년까지 정부의 투자 방침과 어깨를 맞춰 새로운 네트워크 아키텍처를 완성하고 핵심기술 로드맵을 제시하는 것이 2단계다.

 3단계로는 2015년까지 미래네트워크의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표준화와 실증연구망을 갖춰 확보한 핵심기술을 연계시켜 나가야 한다. 2020년을 전후로 한 4단계에서는 확보한 기술력을 중심으로 사회시스템 적용 방안과 다양한 사회적 과제를 해결해 나가는 역량을 모아야 한다.

 만물지능통신 패러다임이라는 거대한 파도는 쉼없이 밀려오고 있다. 패러다임 전환 요구를 듣고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세워나가야 할 시점이다.

 wgha@et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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