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11년이나 2012년이 되면 현재의 농협중앙회는 금융업(신용)과 비금융업(경제) 조직으로 분리된다. 이는 지난 1961년 농업은행과 옛 농협이 통합된 이후 최대의 변화다. 농협의 신경분리는 현재 국회에서 활발하게 논의 중이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신경분리가 이뤄지게 되면 금융업을 중심으로 한 금융지주와 경제업무를 중심으로 한 경제지주가 설립된다. 이렇게 될 경우 IT도 조직 분리 등 역할 상에 많은 변화가 불가피하다.
“아직 신경분리에 대한 최종 방안이 확정되지 않아 구체적인 고민을 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큰 틀에서 고민은 시작된 셈입니다.” 며칠 후면 최고정보책임자(CIO)를 맡은지 만 1년이 되는 김일헌 농협 IT본부 분사장(상무)은 신경분리에 대한 IT대응방안을 최근 들어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신경 분리는 향후 농협 IT분사의 가장 큰 고민거리이자 핵심과제가 될 전망이다. 만일 신경분리로 인해 농협이 금융지주와 경제지주로 분리될 경우 IT부문은 조직체계와 IT전략, 정보시스템 인프라 등에서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 현재 농협중앙회 IT분사는 신용(금융)업무에 대한 IT지원은 물론, 유통사업 등 경제업무에 대한 IT지원도 하고 있다. 따라서 신경분리가 이뤄지게 되면 IT분사의 역할이 모호해지게 된다. 즉, 각 지주에 맞게 IT분사 조직이 분리되든가 아니면 어느 지주에도 편입되지 않는 독립 조직으로 존재하든가 해야 한다. 그러나 어떤 방안이든 쉽지 않은 일이다.
이에 대해 김 상무는 “현재 어떻게 하면 향후 분리된 조직의 IT시너지를 높일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면서 “보다 심층적인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상무는 개인적인 사견임을 전제로 “금융지주든, 경제지주든 IT는 하나의 전체적인 시각으로 전략을 마련하고 인프라를 관리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관점에서 김 상무는 현 상황에서 계열사간 IT시너지 제고 방안 마련도 고심 중이다. 이미 실무자들에게 농협 계열사간 IT협의기구 마련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각 계열사간 IT실무자 모임도 한차례 가진 상태다. 농협중앙회는 신용업무, 경제업무, 보험업무 이외에도 NH투자증권, NH캐피탈, NH투자선물, NH무역, NH개발, 농협유통, 농협물류, 남해화학 등 여러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들 계열사간 IT교류는 이뤄지지 않았다. 따라서 정보보안 등 공동으로 대처해야 할 IT대응 조차도 협업이 이뤄지지 못했다.
김 상무는 “각 계열사별로 IT전략을 별도로 마련하고 이를 제대로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전체적인 공감대 형성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주요 IT정책을 논의하는 계열사 전체의 IT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회는 이르면 내년 초에 출범하게 된다. 이 위원회가 출범하게 되면 농협 역사상 첫 계열사 전체의 IT정책을 논의하는 IT거버넌스 체계가 마련되는 셈이다.
이와 함께 김 상무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올해 초 성공적으로 가동에 들어간 차세대시스템을 기반으로 경영진이 손쉽게 전국 지점의 실적을 파악할 수 있는 비즈니스인텔리전스(BI)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김 상무는 “IT조직이 정보시스템을 잘 구축하고 운영하는 것은 기본”이라면서 “이제는 이를 넘어서 넘쳐나는 수많은 정보를 보다 유용한 정보로 활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정제하고 가공하는 것이 IT의 능동적인 자세”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일환으로 경영진이 손쉽게 의사결정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점별 여수신 현황 등 각종 실적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기존의 많은 데이터를 활용해 예측 가능한 경영을 할 수 있도록 예측 분석 능력도 강화할 방침이다.
IT인력 및 조직에 대해서도 김 상무의 고민은 깊다. 과거처럼 IT인력이 현업의 요구사항이나 처리하는 수동적인 인력으로는 경쟁력이 없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IT인력도 비즈니스 감각으로 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IT인력들은 뒷처리를 하는 인력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IT개발을 하면서 얻게 되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현업부서에 여러 제안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김 상무는 이처럼 IT인력이 이젠 현업을 이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IT조직 스스로도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김 상무는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내년에는 IT분사 내에 비즈니스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IT전략을 마련하는 팀을 구성할 계획이다. 이 팀은 새로운 프로세스를 끌어내고 비즈니스에 최적화된 IT전략을 마련하게 된다. 김 상무는 “이 팀을 통해 이젠 IT부서도 경영전략을 고민하게 될 것”이다고 기대했다.
농협은 내년부터 200억원 규모의 대규모 국제회계기준(IFRS) 시스템 구축에 착수하게 된다. 현재 진행 중인 IFRS 1단계는 올해 말 완료될 예정이다. 이 컨설팅이 완료되면 내년 초부터 2단계 컨설팅을 거쳐 2분기부터 본격적인 IFRS시스템 구축을 착수하게 된다. 농협은 시중은행보다 늦게 진행하는 만큼 이미 IFRS 시스템 구축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인력을 활용할 수 있다.
차세대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통해 확보한 코어뱅킹시스템의 상품화에 대해서는 계속 추진중이다. 김 상무는 “국내에서는 현실적으로 상품화를 통한 판매는 쉽지 않은 것 같다”면서 “일본이나 동남아의 농협을 대상으로 상품화를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농협이 차세대시스템을 가동한 이후 아시아태평양지구 농협은행장연합회, 몽골 농협, 중국 및 일본의 IT서비스업체들이 방문해 벤치마킹을 한 바 있다.
신혜권기자 hkshin@
김일헌 농협 IT본부분사장은
1955년 충북 영동 출생으로 충남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1982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해 충남지역본부 상호금융팀장, 총부부 급여후생팀장, 상호금융기획부 팀장, 인력개발부 부부장, 신경영기획단장 등 현업부서를 다양하게 거쳤다. 이후 지난해 12월부터 농협의 CIO로서 IT분사를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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