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용 LG전자 부회장이 한국 전자기업이 또 한 번 도약하려면 제조 중심에서 솔루션과 서비스 중심으로 무게 중심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과 한국 기업은 숱한 고난을 이겨냈으며 미래가 밝다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남 부회장은 3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우드로 윌슨 국제센터(이하 윌슨센터)에서 열린 특별 강연에서 “제품은 언젠가 범용화하고, 히트 모델을 끊임없이 내놓는 게 불확실해 제품 혹은 제조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서비스와 솔루션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IBM은 제품에서 서비스로 포트폴리오 중심을 바꿔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를 받고 애플도 ‘아이튠스’ 서비스로 경쟁기업의 부러움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남 부회장은 “삼성·현대·LG 브랜드는 최근 코카콜라·마이크로소프트·IBM·맥도날드처럼 글로벌 기업 브랜드로 인정받았다”며 “품질, 제조, 공급망 관리, 마케팅 등이 세계 수준에 올라섰다는 평가도 받는다”고 덧붙였다. 스팀 기능을 넣은 LG 드럼세탁기가 미국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린 것을 혁신 사례로 소개했다.
남 부회장은 “한국 10대 기업은 국내외에서 80만명의 임직원을 고용하며 이 가운데 3분의 1은 해외에 있다”며 “절반 가량의 매출이 해외에서 발생하고 규모도 2000억달러에 이른다”고 글로벌 기업으로 변모한 한국 기업을 소개했다. 이어 남 부회장은 “한국과 한국기업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기회를 잡아내는 능력이 뛰어나 부단히 혁신을 이어가면 미래는 밝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성과에 안주해선 안될 때”라며 “중국, 인도 기업과 격차를 유지하면서 글로벌 리더가 되려면 노동생산성 향상, 솔루션·서비스 사업 확대, 인재 투자 등 3가지 과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남 부회장은 “공과대학에 우수한 인재가 몰리지 않는 것이 큰 문제”라며 “기업체 엔지니어 가운데 차장급 이상과 이하 인력의 질적 차이가 심각할 정도”라고 언급했다. 정부가 앞장서 공대를 중흥시켜 줘야 튼튼한 기업을 만들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특강은 LG전자가 지난 9월 ‘우드로 윌슨 기업시민상’을 수상하면서 이뤄졌다. ‘한국과 한국기업의 과거·현재·미래’라는 주제로 1시간 동안 진행한 특강에는 윌슨센터 리 해밀턴 대표와 센터 소속 학자·관료·경제단체 관계자 등 120여 명이 참석했다.
LG전자는 기업 시민 활동, 사업 성과, 혁신 성과 등에서 업적을 인정받아 우리나라 기업으론 처음 ‘우드로 윌슨 기업시민상’을 받았다.
미국 28대 대통령 우드로 윌슨을 기념해 1968년 설립된 윌슨센터는 1999년부터 매년 공공부문과 민간경제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긴 인물과 기관을 선정해 시상한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