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연간 무역흑자 규모가 사상 최초로 일본을 앞지를 전망이다.
4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까지 누계 무역흑자는 345억8천300만 달러로, 연말까지는 400억 달러선을 무난히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비해 일본은 9월까지 무역흑자가 110억 달러에 그쳤다. 하반기 들어서는 회복세지만, 이대로라면 연말까지 흑자 규모가 200억 달러 안팎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지경부 관계자는 “일본의 연간 무역흑자는 200억 달러 내외가 될 전망이어서 우리의 현재 흑자 규모만 갖고도 일본을 앞지른 것”이라며 “전통적으로 일본이 우리보다 무역규모도 크고 흑자가 많은 나라였는데, 유사 이래 우리가 일본을 앞지르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역전에는 환율 효과와 우리 제조업의 경쟁력 향상, 양국의 수출시장 차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무엇보다 환율 덕을 톡톡히 봤다. 우리 수출이 국제적인 경제위기 속에서도 일찌감치 회복세로 돌아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높은 원-달러 환율에 따른 가격 경쟁력이 깔려 있다. 게다가 엔고 현상까지 겹쳐 일본과 경쟁에서도 손쉽게 우위를 점했다.
첨단산업, 선진국 수출 위주의 일본과 달리 개도국을 포함해 수출 제품군을 다변화한 국내 제조업 구조도 선진국 중심으로 덮쳐온 금융위기의 영향을 빗겨가는데 일조했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국내 주요 제조업체들이 일본에 필적하는 경쟁력을 갖춘 것도 주요했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아사히신문 등은 삼성전자의 7~9월 영업이익이 소니와 파나소닉, 히타치 등 일본 내 주요 9개 전자기업의 같은 기간 영업이익의 배가 넘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전자업체들이 경기 침체기에 투자를 줄였지만, 삼성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반도체와 액정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했고 상품의 타깃을 글로벌 시장으로 선정해 판매력에서 우위를 점했다는 분석이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경제연구실장은 “우리나라가 상반기부터 원화 절하 효과를 일찍부터 봤고, 개도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높다 보니 회복이 빨랐다”면서 “우리 기업들이 경제위기 이후 내실있는 경영을 해왔지만, 일본은 제품혁신에서 뒤처져 경쟁력이 약화하는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내년에도 같은 추세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전자와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서 국내 업계들이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한 만큼 이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환율 효과가 연말부터 본격적으로 작용하면 우리 수출이 호조를 보이지만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지경부 강명수 수출입과장은 “격차가 좁아지기는 하겠지만, 내년 우리나라의 무역흑자는 200억 달러 중.후반대, 일본은 200억 달러선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반면 오문석 실장은 “한국과 일본 수출변화에는 환율이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내년에는 올해와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다. 우리가 유리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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