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업체, 에어컨 재고로 `부담백배`

 에어컨 재고로 가전 업체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올 여름 에어컨 등 냉방기기 판매의 최대 변수인 날씨가 예상과 달리 평년기온 이하에 머물면서 판매량이 전년대비 20% 가까이 줄었기 때문이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가전·유통업계는 당초 올해 국내 에어컨 시장 규모를 전년수준인 100만∼110만대로 예측하면서 생산 계획을 수립하거나 판매 전략을 세웠다. 하지만 에어컨 최대 성수기로 불리는 올 7∼8월 날씨가 예년처럼 덮지 않아 경기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수요 전망이 예상을 빗나갔다.

이로 인해 가전사와 유통업체들 모두 재고 처리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특히 재고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에어컨 제조업체는 지난 8월 이후 에어컨 사입을 줄인 유통 전문점과 직매입을 조절한 백화점과 달리 ‘속앓이’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올 1월부터 9월까지 판매한 에어컨이 전년 동기대비 20% 이상 줄었다. 올 여름 LG전자 에어컨 판매도 전년 동기대비 떨어졌다. LG전자가 올 7월부터 9월까지 국내시장에서 판매한 에어컨 매출은 2465억원으로, 2008년 3분기 3136억원보다 21% 가량 감소했다.

1월부터 9월까지 하이마트·전자랜드 등 전자 전문점과 백화점의 에어컨 매출도 전년과 비교해 10% 안팎으로 줄었다. 올 한해 하이마트 에어컨 판매는 전년동기 대비 5% 감소했고, 전자랜드 에어컨 판매량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한 자리수 감소했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올 봄 실시했던 예약 판매가 호조를 보였지만, 지난 여름 에어컨 판매량에 절대적인 변수인 열대야가 없어 전체적으로 판매 경기가 좋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가전사와 유통업계는 재고 처리에 고심하고 있다. 업계는 우선 올 여름 에어컨 재고를 기업(B2B) 특판 시장을 통해 판매하거나 내년 초 이월상품 예약 판매 형태로 처분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국내 에어컨 판매량은 온·오프라인 유통을 모두 합쳐 90만대를 넘지 못한 것으로 추산한다”며 “지난 여름 판매되지 않은 벽걸이형 에어컨은 중소형 호텔 등 특판시장을 중심으로 소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원석기자 stone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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