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개인고객 보고 하는 장사는 희망없습니다. 기업을 상대로 하겠습니다. 공공을 노리겠습니다.”
29일 오전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의 목소리는 절박했다. 그럴만 하다. 매출은 수년째 정체다. 정부와 고객은 통신료를 낮추라 한 목소리다. 그래서 이날 나온 전략이 ‘산업 생산성 증대(IPE)’다. 쉽게 말해 ‘기업간(B2B) IT서비스’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얘기다.
기존 SK C&C의 사업영역과 겹치지 않겠냐는 질문에 정 사장은 “C&C는 정보기술(IT)이고, 우리는 통신기술(CT)이다”며 “우리가 앞단의 센싱 쪽을 담당한다면, C&C는 뒷단의 각종 백업 시스템을 맡는다”고 답했다.
IPE란 성장이 멈춘 국내 통신시장의 새 대안으로, 개인고객 위주가 아닌 법인·산업·공공부문을 상대로 산업 전반의 생산성 향상을 높이겠다는 SKT의 신규 전략이다.
예컨대 병원의 경우, SKT 특유의 센싱·네트워킹 기술을 활용해 환자의 만족도와 병원의 수익성을 올릴 수 있게 기존 진료 프로세스를 개선시킬 수 있다. 대기석에 앉아 한없이 기다리지 않고 차 한잔 마시고 있어도, 자신의 휴대폰에 ‘5분후 진료실로 오세요’라고 문자가 뜨면 얼마나 좋겠냐는 게 정 사장의 설명이다. 정 사장은 또 미국의 IBM과 시스코 등이 전력과 유통부문에서 스마트그리드나 RFID·지그비 등의 비즈니스를 구현하고 있는 것을 그 예로 들었다.
SKT가 타 산업 컨버전스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1년 최초로 진출했지만 실패했다. 그 때는 타산업에 대한 이해가 없었다는 게 정 사장의 고백이다. 또 해당 산업의 최종고객을 상대로 마케팅을 해, 각 산업 플레이어의 협조도 받지 못했다.
“비싼 수업료를 지불한 셈이죠. 지금도 IPE 영업 때문에 타 산업계 CEO들을 만나보면 ‘또 뭔 꿍꿍이 속으로 이러나’하는 눈초리로 바라 봅니다. 우리가 해당 사업에 진출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이제 실천으로 보여줘야죠.”
정 사장은 유통과 물류, 금융, 교육, 헬스케어, 제조(자동차), 주택·건설, 중소기업 등을 8대 핵심분야으로 선정했다. 전담조직인 ‘기업사업단’도 신설했다. 이를 통해 내년부터 매년 IPE에서만 1조원의 매출을 신규 창출, 오는 2020년에는 20조원의 매출을 거둔다. 여기에 기존 통신부문을 더해 10년뒤 총 매출 40조원을 달성하고 이중 절반을 해외서 거둔다는 계획이다.
특히 그간 해외 이동통신사 지분인수나 직접 진출을 통해 추진해왔던 전략에서 탈피, 현지 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글로벌 IPE사업’도 적극 추진한다는 게 정 사장의 복안이다.
또 정 사장은 IPE의 성패는 ‘기술’에서 판가름 난다고 보고, 차세대 유무선 네트워크와 혁신적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비즈&오픈 플랫폼, 스마트 테크놀로지, 이종산업간 융합기술 등의 분야에 향후 5년간 3조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한다. 특히 그간 해외 이동통신사 지분인수나 직접 진출을 통해 추진해왔던 전략에서 탈피, 현지 업체와 협업해 ‘글로벌 IPE사업’도 적극 추진한다는 것이 정 사장의 복안이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글로벌 IT기업의 IPE 사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