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 IT과기계, 이젠 정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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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감사도, 재보선도 끝났다. 예결산 심의가 있지만 국회는 사실상 휴지기에 들어갔다. 다만, 장외 공방은 뜨거울 것이다. 세종시 논란이 들끓었으며 29일 미디어법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이라는 새 뇌관도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기선 제압 싸움도 이미 치열하다. 우리나라처럼 1년 365일 정치가 시끄러운 나라가 지구상 어디에 있을까. 하루라도 여야가 차분하게 정책 대결을 벌이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어느 나라나 정치인이 존경을 받기는 힘들지만 우리나라는 유독 심하다. 존경은커녕 혐오의 대상이다.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이 베이징에서 했던 ‘우리 기업은 이류, 공무원은 삼류, 정치권은 사류’라는 지적은 14년이 지나도록 유효하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혐오증이야말로 사류 정치인의 장수비결이며 자양분이라는 점이다. 정치에 국민적 관심이 높지만 정작 그 판에 들어가겠다는 이는 적다. 참여자가 적으니 국회는 ‘그들만의 리그’다. 정치인이 원하는 진입 장벽을 국민의 혐오와 방관이 더 높이 쌓고 있다.

지금은 사라진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가 있었다. 대권 후보들도 거쳐 갔지만 의원들이 기피한 상임위다. 지역구 기반 의원들이 특히 그랬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역구 유권자에게 줄 ‘떡’이 적은 상임위기 때문이다. 정부와 사업자를 압박해 통신요금을 내리게 한다고 해도 해당 지역구만 요금을 내릴 수 없다. 과학 특구라면 모를까, 과학기술을 육성하는 법을 아무리 많이 만들어도 지역구 유권자의 칭찬을 받기 힘들다.

과기정위는 정부 조직개편과 맞물려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교육과학기술위원회 등으로 나뉘었다. 새 상임위의 인기는 올라갔다. 문방위는 지역구에 줄 것이 여전히 많지 않으나 방송이라는 좋은 홍보 수단에 가까이 갈 수 있다. 교과위는 교육이라는 전 국민적 관심사로 인해 정치인을 알리기 좋은 무대다.

두 상임위의 국감을 놓고 IT와 과기계가 분통을 터뜨렸다. 문방위는 IT를, 교과위는 과학기술을 내팽개쳤다는 이유다. 욕 먹을 말이지만 이런 대접을 받는 게 마땅하다. 정치인은 유권자가 있는 곳이면 지옥이라도 간다. 후원자라면 냉큼 달려간다. 정치인 시각에서 IT와 과기계는 지역구 유권자도, 든든한 지지세력도 아니다. 그러니 무관심할 뿐이다.

우리나라의 현재와 미래를 먹여 살린다는 IT와 과기계가 제 대접을 받으려면 이익을 대변할 정치인을 만들어야 한다. 현역 의원 중에 없다면, 스스로 키워야 한다. IT와 과기인은 다른 업종 사람들보다 더 정치에 무관심한 편이다. 정치인을 한심한 사람들로 매도한다. 많이 배우고 똑똑하다는 사람들이 정작 정치인이 정책의 두 무기인 법과 예산을 쥐고 있다는 사실을 잊는다. 푸대접을 받는다고 푸념만 하지 말라. 대접을 받으려면 세력화를 하라. 그러면 오지 말라고 해도 정치인들이 IT와 과기계를 찾는다. 대덕특구와 같이 과기인이 많이 사는 곳은 투표로도 가능할 것이다. 또 IT와 과기 출신을 국회와 정부에 입성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슬람교의 창시자, 마호메트는 사람들이 기적을 보여달라고 하자 산을 향해 ‘이리 오라’고 명령했다. 몇 번 불러도 산이 꿈쩍하지 않자 마호메트는 이렇게 말했다. “네가 안 오면 내가 가지.”

  신화수 취재담당 부국장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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