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관점에서 미래를 연구하는 모임이 내달 발족한다. 각 분야의 전문가가 모여서 제대로 미래를 연구해보자는 취지다. 주로 선진국의 관점에서 진행된 지금까지의 미래 연구와 차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내달 열릴 예정인 ‘서울퓨처스스쿨’의 창립총회를 준비하고 있는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장(44)을 만났다.
김 소장은 “한국적인 관점에서, 한국인의 시야에서 바라보는 미래를 연구해보고 싶었다”면서 “혼자서는 모든 분야를 다 연구하기 어려우니 미래 연구자들이 모여서 체계적으로 연구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한국의 미래 연구는 체계적인 방법론을 수립하고, 이에 기초해 종합적인 미래상을 그리는 것이 부족했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미국·호주·영국·일본 등이 체계적으로 미래를 연구했던 것과는 거리가 있었다는 뜻이다.
모임을 구상하게 된 또 하나의 배경은 글로벌 경제지도 변화를 볼 때 서구에서 아시아로 부의 이동, 부의 창출 등이 넘어오고 있는 시점이라는 것이다.
그는 “서구의 관점에서는 많이 연구해왔지만, 정작 아시아 사람들은 이(부의 이동) 얘기를 별로 하지 않았다”며 “한국은 아시아에서 선진국인 만큼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관점의 미래 연구를 주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배경에서 김 소장은 미래연구를 활발히 진행해온 김상회 한백연구재단 소장(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과 뜻을 모으고, 미래연구를 하는 각 분야 인사들에게 연락을 취해 이제 창립총회를 앞두고 있다. 현재 15명의 미래 연구자가 모였고, 창립 때까지 25∼30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울퓨처스스쿨의 회원 자격은 ‘실질적으로 미래연구를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모임의 정체성이 실질적인 미래연구를 하고, 미래상을 그리는 작업까지 나가자는 것이어서 이에 맞는 회원을 확보하기 위한 요건인 셈이다.
그는 “요건이 쉬워 보이면서도 까다롭다”며 “명망을 떠나 미래연구를 놓고 나름의 방법론을 만들 수 있거나,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을 찾았다”고 밝혔다.
참여 회원들의 면면도 정부기관, 연구기관, 대학, 컨설팅, 기업 등으로 다양하다. 모임은 11월에 창립총회를 열고, 공식활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가장 관심이 가는 연구주제는 ‘아시아로의 부의 이동’으로 정했다.
김 소장은 “내년 연구주제와 관련해 2025∼2030년까지의 미래상을 그리는 작업을 할 것”이라며 “국제정치, 사회문화, 경제경영, 과학기술의 4개 분과로 나누고, 분과별로 어떤 이슈를 만들어내고, 어떤 흐름들이 나올 것인지를 연구하고 이것을 총합해서 하나의 미래그림으로 그리는 작업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가 중심이 되는 새로운 국제 경제 질서 속에서 우리가 그리는 미래상을 만들어 보겠다는 것이다. 매년 이렇게 특정 주제를 잡아 20∼30년 후의 미래상을 그리는 작업이 모임의 주된 활동이 될 예정이다.
김경훈 소장은 “지금은 아시아로 부가 넘어오고 있어 한국이 아시아에서 일정 시장을 장악하면 자연스럽게 세계로 갈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이제 우리가 새로운 가치를 찾고, 선진국을 쫓아가는 틀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한국도 이제 미래에 관심을 가질 때”라며 “서울퓨처스스쿨에서 미래 이슈를 계속 제기함으로써 사회적으로 미래를 보는 관심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