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황우석 박사의 1심 선고공판이 3년 4개월 만에 일단락됐다.
재판부는 정부지원 연구비를 가로챈 혐의(횡령), 난자를 불법 매매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법원은 “여러 증거상 황 전 교수가 2004년 논문 중 DNA와 테레토마 사진 조작과 2005년 논문 중 줄기세포 도표가 조작된 사실 등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 논문 조작을 지시 및 묵인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나아가 논문 조작 가운데 일부를 암묵적으로 지시했거나 묵인했다고 조작 책임을 인정했지만 업무방해 혐의가 적용되지 않아 처벌할 수 없었다며 검찰 기소의 문제점까지 지적했다. 재판부는 “논문 조작행위 자체가 논문심사 기관의 심사업무를 방해하는 정도에 이른다면 업무방해죄의 형사적 책임을 지는 게 당연하다”고 밝혔다.
1심 재판부는 하지만 법적으로 가장 큰 핵심사안이었던 ‘논문이 조작된 것을 알면서도 연구비를 타냈다’는 이른바 ‘사기’혐의에는 무죄를 선고했다.
교과부 고위 관계자는 “징역을 몇 년 받았느냐보다 사법부가 논문 조작을 인정한 점이 과학자로서는 가장 큰 타격”이라고 지적했다. 황 박사 측은 그간 재판과정에서 “논문 조작을 지시하지 않았지만 포괄적 책임은 인정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황 박사 측은 횡령 혐의 등에 대해 항고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기의 길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황 박사는 지난 8월 경기도청 상황실에서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당뇨병 질환모델 복제돼지 생산을 위한 공동 협약을 체결하면서 본격적인 연구활동 재개 가능성을 알린 바 있다. 또 적지 않은 기업이나 해외기업에서 황우석 박사를 초빙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만큼 실증을 통해 부활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그러나 과학자로서는 더 이상 권위를 인정받기는 어렵게 됐다.
한편 선고를 마친 뒤 재판부가 퇴장하자 황 박사는 방청객의 박수를 받으며 밝은 표정으로 지지자와 악수하며 퇴정했다. 그는 법정 밖으로 나와 사진촬영에는 응했으나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지 않은 채 승용차에 올라타고 자리를 떠났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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