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출연연구소의 맏형 격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원장 한홍택)이 그린에너지 기술 부문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이번 그린에너지기술지수(GETI) 전체 평가에서 KIST는 국내 5위, 글로벌 77위로 나타났다. 막대한 투자 여력을 갖춘 글로벌 기업들과 직접 비교한 결과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국내 기업의 움직임이 활발한 2차전지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취약점을 보이는 연료전지 부문에서 거둔 성과라 그 의미가 각별하다.
실제 KIST보다 앞선 순위의 국내 기업들은 삼성SDI·삼성전자·LG전자 등 대형 기업들이며, 글로벌 순위에서도 혼다자동차·소니·GE·HP 등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만이 포진해 있다. 연구소 가운데 KIST보다 순위가 앞선 곳은 캘리포니아 대학(36위), 미드웨스트 리서치(67위)뿐이고, 대만의 ITRI(84위), 미국의 프린스턴 대학(90위) 등이 뒤를 잇고 있다. KIST가 주력하고 있는 2차전지 및 연료전지 분야로 한정하면 KIST의 글로벌 순위는 더욱 올라간다. 2차전지 부문은 글로벌 46위(국내 6위), 연료전지 부문은 글로벌 45위(국내 3위)로 모두 50위권내에 포함된다.
KIST의 그린에너지 기술 경쟁력은 최근 들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음이 이번 GETI 평가에서 확인됐다. KIST는 평가기간 직전 5년(1999∼2003년)의 GETI 점수가 글로벌 평균을 의미하는 1점에 크게 못미치는 0.4점에 그쳤으나, 최근 5년(2004∼2008년)사이에 GETI 점수가 1.7점으로 크게 뛰어올랐다. 특허 수도 4개에서 15개로, 우수특허는 제로에서 4개로 증가하는 등 각 지표에서 공히 4배 가량의 경쟁력 상승이 나타났다.
이러한 KIST의 특허 확보 행보는 갈수록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현재 KIST가 주력하고 있는 연료전지 부문에서 심사 대기 중인 미국 공개특허 수가 40여건에 이른다. 특히 올해 들어서만 공개된 특허가 16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미국 특허 출원 추세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공개 특허가 등록특허로 전환되는 2∼3년 뒤에는 연료전지 부문 글로벌 10위권의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KIST는 환경공정연구부에 연료전지연구센터를 설립하고 연료전지 원천기술 개발을 추진하는 등 기술력 축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KIST는 연료전지 부문에서 용융탄산염 연료전지(MCFC), 고체산화물 연료전지 (SOFC), 고분자전해질 연료전지 (PEMFC) 및 직접 메탄올 연료전지 (DMFC) 등 다양한 특허 기술을 바탕으로 거의 모든 연료전지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서주원 이디리서치 사장은 “최근 5년간(2004∼2008년) 등록 특허의 질적 수준을 살펴보면, KIST는 과거 5년간(1999∼2003년) 대비 평균 IPQ 점수가 104에서 114로 높아지면서 특허 경쟁력이 지난 10년간 급성장을 이뤘다”며 “향후 공개특허가 등록특허로 전환되는 시점에서 KIST의 기술 경쟁력은 더욱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평가했다.
문의 전자신문 미래기술연구센터(ETRC) (02)2168-9457
이강욱기자 woo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