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 치킨 게임에서 승리한 데 이어 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 분야에서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현재 정부가 진행 중인 ‘스타 SOC 사업’이 대표적인 예로,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삼성전자, 하이닉스와 같은 수준의 스타급 기업을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강국으로서 비메모리 분야에서도 위치를 확고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동안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은 명함조차 내밀지 못했다. 미국의 독주와 일본·대만의 추격을 구경만 하던 상황이다. ‘반도체=메모리’라는 미궁에 빠져 시스템 반도체 개발을 등한히 해온 게 사실이다. 우리 반도체 기업들은 대부분 반도체 산업을 다품종 소량 생산보다 대량 생산 산업으로만 인식해 치열한 가격경쟁에만 치중해 왔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메모리 왕국, 시스템 반도체 소국’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타이틀을 달게 됐다.
14일부터 15일까지 열리는 시스템 반도체 콘퍼런스는 이런 국내 산업계의 변화 노력을 엿볼 수 있는 자리다. 특히 △그린 반도체 △스마트폰 솔루션 △이동통신 융복합 △차세대 디지털 방송 △바이오 메디칼 △블루오션 등 다양한 분야의 시장 및 최신 반도체 기술 정보를 제공하며, 30여명의 국내외 대기업, 학계, 연구소 최고 전문가들이 주제 발표자로 참여해 눈길을 끈다. 무엇보다 단순한 시장 현황이나 동향 전달이 아니라 삼성전자, LG전자뿐 아니라 SK텔레콤, 프랑스텔레콤 등 통신서비스 업체와 반도체 업계 최강자인 인텔 등의 임원들이 참가, 강연하면서 업계의 고급 정보를 나눌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이 중에서도 가장 관심을 끄는 건 최근 산업계 화두로 떠오른 녹색성장과 밀접한 ‘그린 반도체’ 세션이다. PC, TV, 휴대폰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한 IT 기기들이 고기능, 고성능, 멀티 인터페이스 등으로 점점 똑똑하게 발전하면서 전력 소모가 더 많아지고 있다. 지구 환경 보호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면서 친환경적인 그린 솔루션 개발이 절실한데, 이에 대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바로 그린 반도체다. 그린 반도체에서 가장 우선시 되는 점은 저전력 특성을 갖춘 친환경 반도체라는 사실이다. 소비 전력을 줄여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일조할 수 있다.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그린 기술은 단순한 부가가치 창출을 넘어 생존의 필수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점에서 세계적인 모바일 반도체 설계 기업인 영국 암(ARM)의 터너 브라운 사장 기조연설 역시 관심의 대상이다. ARM은 저전력 반도체 기술의 선두 업체다. 전 세계 10억대의 PC를 하루 9시간 구동했을 때 소모되는 전력은 9만5000메가와트(㎿)에 이르지만 ARM 기술을 사용하는 23억개의 휴대폰이 소모하는 전력은 하루 100㎿에 불과하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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