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전문보험이라는 것이 있어요? IT업계에 20년 넘게 있었는데 그런 것은 처음 들어보네요.”
사실 기자도 IT전문보험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2007년 전자금융거래법이 시행될 때 살짝 거론된 적이 있긴 하지만 실제 우리나라에 어떤 종류의 IT전문보험이 있는지, 어느 범위까지 보장해 주는지 등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른다. IT 관련 업체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미 소개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시장이 확산될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IT전문보험은 말 그대로 IT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위험을 보장해 주는 것이다. 최근에는 사고 발견 초기에 대응 컨설팅을 지원해줌으로써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일부 보험상품은 피해자에 대한 사과문 작성이나 화해 교섭 등의 컨설팅도 포함한다. 주주에게 배포할 사실 설명서나 재발방지책 작성까지도 지원해줄 정도다. 주주 이탈로 인한 주가 하락을 최소화하는 데까지 IT전문보험의 영향력이 발휘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IT전문보험이 국내에서는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했다. 홍보를 제대로 하지 못한 보험사 측의 잘못도 있지만 국내 기업들의 보험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확산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대부분 IT전문보험을 하자보증보험과 혼돈해 사용한다. 하자보증보험은 IT 관련 서비스 기업들이 프로젝트가 있을 때마다 고객 요청에 따라 가입하는 보증보험이다. 즉, 하자보증보험은 예측가능한 사고 발생에 대해 사전에 보상 금액을 정해 놓는 것이다. 이에 비해 IT전문보험은 우연에 의한 사고 발생을 담보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종신보험과 같은 개념이라 할 수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이라는 것이 원래 사고가 없을 때는 필요 없는 것인데, IT 서비스 제공 업체들은 보험에 가입하면 투자한 만큼 이득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1∼2년간 아무런 사고 없이 보험금만 냈을 경우 대부분이 보험을 해지하며 돈 아깝다고 한다”고 말했다.
한 기업이 연간 1000만원의 IT전문보험에 가입한다면 10년간 1억원을 투자하는 셈이다. 10년 동안 1억원의 투자로 IT 사고 위험에 대해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다. 10년 안에 사고가 나서 보험으로 큰 피해 없이 대응했다면 1억원의 소중함이 아주 크겠지만, 아무런 사고 없이 지나간다면 1억원이 낭비 요소로 둔갑한다.
‘감탄고토’라는 말이 있다. 제 비위에 맞으면 삼키고 안 맞으면 뱉는다는 뜻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IT전문보험은 이로울 때 가입했다가 이롭지 않으면 바로 해지하는 식이다. 하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기업 환경에서 이롭지 않은 시기를 예측하긴 어렵다. 마치 개인의 건강이 언제 어떻게 나빠질지 알 수 없듯이 말이다.
IT전문보험은 예기치 못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손해를 최소화하고 막는 것이 목적이다. 일반 개인이 종신보험에 가입하는 것처럼 IT전문보험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리스크 관리를 위한 방법의 하나로 인식돼야 한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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