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저 호황`속 기업이익 증가

내년도에 대기업 이익이 사상 최대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은 역시 ’3저(低) 호황’이 지속하는 가운데 공격적인 마케팅에 따른 브랜드 인지도 제고 효과 덕분으로 증시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저금리, 저유가, 저원화가치 덕분에 경영환경이 우호적인 데다가 올해 글로벌 구조조정 과정에서 국내 기업이 시장점유율을 높여 나갔던 부분이 내년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IT(정보기술) 기업이 이익 개선세를 주도하고, 경기 회복에 힘입어 철강, 기계, 해운, 항공 등 전반적으로 이익 회복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소비가 얼마나 회복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고 비용이 예상보다 늘어나 기업이익이 시장의 기대만큼 큰 폭으로 늘지 않을 것이란 신중론도 있다.

◇3저 호황 지속…공격적 마케팅 효과 결실=올해 국내 기업의 ’깜짝 실적’을 이끌어낸 것은 단연 환율 효과 덕분이다. 900원대까지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까지 오른 덕분에 IT와 자동차 등의 국내 수출기업이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수 있었다. 최근 환율이 1,100원대로 다시 낮아지고 있으나 과거 수준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높은 수준이어서 내년에도 환율이 우호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됐다. 저금리와 저유가 역시 비용 절감 측면에서 기업이익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관측됐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기준 금리의 인상이 점쳐지고 있지만 절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며, 지난해와 같은 원유 및 원자재 폭등 현상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수요 회복도 긍정적이다. 세계 경제가 올해 마이너스 성장에서 내년에 2% 내외로 성장할 것으로 추정돼 경기 회복에 따른 ’파이’의 증가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올해 국내 글로벌 기업이 각 분야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이며 존재감을 부각시킨 덕분에 전체 파이가 증가하게 되면 이익은 예상보다 크게 늘어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신한금융투자 정의석 기업분석부서장은 “역사적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은 3저 호황을 통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었는데, 80년대, 90년대, 외환위기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 3저 호황시기”라며 “국내 글로벌 기업들이 경제 위기에 공격적인 마케팅과 영업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늘린 만큼 경기 회복 시기에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양종금증권 서명석 리서치센터장은 “환율이 점진적으로 하락할 수 있지만 여전히 절대적 수준에선 고환율”이라며 “환율효과가 지속되고 경기 회복이 이어진다면 과거와 비교할 때 큰폭의 이익증가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IT가 이익개선 주도…철강ㆍ기계 호전=내년에 사상 최대 기업 실적 달성을 주도하는 주인공은 역시 IT기업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내년도 영업이익은 8조7천54억원으로 올해보다 53.81%나 급증하고, 하이닉스는 3천546억원 적자에서 1조4천21억원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추정됐다. 여기에 LG전자, LG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를 더한 IT 6인방의 영업이익은 모두 14조4천278억원으로 올해보다 65.05%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전체 100대 기업의 영업이익에서 이들 IT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올해 19.03%에서 23.29%로 늘어난다. 아울러 전 세계적인 경기 회복에 힘입어 포스코(70.59%), 현대제철(40.29%) 등 철강과 두산중공업(42.26%), 두산인프라코어(46.92%) 등 기계업종도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대한해운, 아시아나항공 등 해운, 항공도 경기 회복에 따른 물동량 증가로 턴라어라운드가 기대됐다.

반면 LG화학(-11.37%), 호남석유화학(-30.23%), 한화석유화학(-30.31%), 케이피케미칼(-20.77%) 등 정유.화학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됐다.

◇사상 최대 실적 회의적 시각도…소비 회복이 관건=내년에 기업이익이 증가하겠지만 시장의 기대처럼 사상 최대를 기록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소비가 그만큼 늘어날지 미지수라는 것. 경제 위기에 각국 정부가 확장적 재정.통화정책으로 경기를 부양했지만 이같은 회복세가 유지되려면 민간 수요의 회복이 뒷받침돼야 한다.

하지만 세계 소비의 주축인 미국이 여전히 높은 실업률과 그간 낮은 저축률 때문에 가계 소비가 회복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또 비용상승이 불가피하다. 환율 효과가 어느 정도 지속될지 시각이 엇갈리며, 경기가 회복국면에 들면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 이익 개선세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경제 위기 시 ’마른 수건도 다시 짠다’식의 비용절감 노력도 언제까지 계속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삼성증권 김학주 리서치센터장은 “경기가 좋아지면 그동안 풀린 유동성이 원자재로 몰려 폭등할 수 있다”며 “특히 원자재는 일정 임계치를 돌파하면 가파르게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마케팅 비용 등이 기업간 경쟁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늘어나고, 기업의 설비투자와 연구.개발비가 증가해 비용이 상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IT와 자동차에서 국내 기업이 올해 글로벌 구조조정에서 이른바 ’살아남은 자의 파티’를 벌였지만, 내년엔 글로벌 경쟁기업이 진열을 재정비해 반격에 나설 것이라는 점도 우려된다. HMC투자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내년엔 환율효과가 거의 없을 것이고, 위기상황이 진정돼 경쟁기업이 넋을 놓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기에 국내 기업의 초과수익이 많이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내년 기업이익은 전체적으로 올해와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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