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소비자 사로잡은 LG전자 사람들

“LG전자가 페루에 진출한 지 12년이 지났습니다. 수출은 첫해 200만 달러에서 10년 만에 100배 이상으로 증가했고 올해 경제사정이 어렵지만 작년보다 40% 이상 증가한 3억3천만 달러 어치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한국 전자제품의 성공신화’가 지구 반대편 페루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이를 이끌고 있는 최효권(49) LG전자 페루 법인장은 “국내에서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리 전자제품이 페루, 브라질 등 중남미에서 인기가 매우 높다”며 페루시장에서 빠른 판매 신장세와 함께 판매액의 10%에 이르는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데 대한 자부심을 나타냈다.

LG전자가 처음 페루 시장에 진출할 당시 세계적인 업체 소니가 이미 철옹성을 구축하고 있어 시장에 발붙이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래서 무엇보다 먼저 인재 발굴에 나섰고 찾아낸 인재들에 대해서는 과감한 인센티브와 영업 자율권을 보장하는 것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현지 직원들에게 기업가치와 문화를 공유하게 함으로써 LG맨을 만들었고, 판촉요원을 포함해 500여명의 현지 직원들에게 연수교육을 강화했다. 특히 연말이면 판촉 노하우 대회를 열어 판매기술을 공유하는 데 노력했다.

“여기에다 24시간 이내 수리 보장, 수리기간에 대용품 제공, 이사를 해도 계속되는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등 이제껏 페루 시장에서 볼 수 없었던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소비자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고 최 법인장은 소개했다.

시간에 지남에 따라 구체적인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작년에 연간 매출목표 2억 달러를 달성했다. 세탁기와 LCD TV 등 주요 7개 제품이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매출액에서 소니를 따돌린 것은 물론이고 페루에 진출한 외국기업들 가운데 도요타에 이어 2번째 매출을 올리고 있다.

최 법인장은 “2007년에 1억7천800만 달러의 매출로 전년대비 27%나 증가했으며, 작년에도 전년도에 비교해 30% 증가한 2억3천1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 경제사정이 어렵지만 40% 이상의 신장세를 목표로 잡았다”고 소개했다.

현지인과 함께하며 기업이미지 제고를 위해 노력한 것도 매출 신장에 큰 도움이 됐다. 필라르 노레스 페루 영부인이 주도하는 ’빈민 어린이들 끓인 물 먹이기 캠페인’에 참여해 휴대용 컵 4만개를 지원했다. 최 법인장은 “당장 구매력이 있는 계층은 아니지만 돈만 챙기고 가는 외국기업이 아니라 현지인들과 함께한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2007년 8월 남부 지방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했을 때는 40명으로 구성된 봉사단을 파견, 이재민들에게 세탁서비스도 하고 전자제품을 수리해 주기도 했다. 이와 함께 페루판 ’전국 노래자랑’이라 할 수 있는 가라오케 노래대회를 개최해 인기몰이했다. 학교대항 대회는 초등학생들에서부터 중고교생들까지 청춘의 열기를 발산하는 문화의 광장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한다.

트럭을 개조한 이동식 무대를 제작하여 페루 남북 3천km를 2개월에 걸쳐 종단하는 지방대회는 문화에 목말라 있는 지역 주민들에게 더없이 좋은 선물이 됐다. 현지언론들 보도로 소문이 퍼지면서 각 지자체에서 가라오케 무대를 유치하기 위해 문의가 이어지고 있으며, 2008년에는 리마 군사령부에서 페루판 ’우정의 무대’를 재현해 페루정부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애로점도 없지 않다는 설명이다.

최 법인장은 “페루에 아직 각종 제품의 규격을 정하는 인증기관이 없어 때로는 엉뚱한 피해를 보기도 한다. 게다가 리마는 연 6개월 동안 햇빛을 볼 수 없는 환경이기 때문에 고국에서 파견온 직원들의 건강 유지가 항상 걱정이다”면서 “짙은 연무로 천식,감기 등 호흡기 질환에 많이 걸리기 때문에 3개월에 한번은 건강유지를 위한 휴가를 줘야 하는 데 그것도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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