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LCD업계, 중국 진출 `발목` 잡혀

 일찌감치 중국 내 LCD 제조 기지 구축에 착수했던 대만 LCD 업계가 대만 정부의 늑장 대응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22일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일본의 주요 LCD 기업들이 최근 중국 본토 진출을 가시화하면서 대만 관련 업계가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수년간 아시아의 LCD 업체들은 기술 유출 등을 문제삼아 중국 공장 설립을 꺼려왔으나 최근 중국 LCD 시장의 급속한 성장과 중국 지방 정부의 세금감면·수입 관세 면제 등 파격적인 혜택 등에 힘입어 중국행을 서두르고 있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전세계 LCD 제조 분야에서 약 4%의 점유율만을 차지하고 있지만 오는 2011년까지 LCD TV와 모니터 양 분야에서 세계 최대 생산 기지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1분기 중국내 LCD TV 판매량은 일년 전보다 86% 급증한 950만대를 기록할 정도로 성장세가 가파르다.

 이러한 분위기를 감지한 대만은 한·일 경쟁기업보다 먼저 중국 시장 진출을 준비했다. 지난 6월 AU옵트로닉스는 중국 가전업체인 쓰촨창충전기와 쓰촨 지방에 LCD 모듈 합작 법인을 설립한다고 발표했었다. 현재 대만 AU옵트로닉스에 러브콜을 보낸 중국 지방자치단체는 광저우·선전·푸저우·상하이·쿤샨·충칭·난징·허베이 등 다수다.

 대만 치메이옵토일렉트로닉스도 중국 LCD 공장 설립을 이전부터 추진해왔다.

 하지만 대만 정부는 이를 선뜻 허용하지 않았다.

 지난주 옌 시앙시 대만 경제부 장관은 이와 관련해 “올해 4분기에 양안 관계 부처 장관이 만나 대만 기업들의 대 중국 투자와 반도체·평판 패널 제조 규제에 대해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는 사이 일본 샤프는 지난달 차이나일렉트로닉스·난징시와 공동으로 중국에 8세대 패널 공장을 건설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세계 최대 LCD 패널 및 TV 공급업체인 삼성전자도 지난달 중국 내 제조 시설 구축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달 말 30억달러 규모의 중국 광저우 LCD 제조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매트 클리어리 도이치뱅크 애널리스트는 “대만이 주춤주춤하는 사이에 LG디스플레이와 샤프, 삼성 등 한·일 경쟁업체들은 이미 든든한 협력업체와 중국 정부의 풍부한 인센티브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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