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해외 수출인큐베이터센터에 ‘공실(빈 사무실)’이 없어, 해외시장 개척에 나선 우리 중소·벤처기업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
21일 관련 정부기관 및 업계에 따르면 이달 17일 현재 정부가 운영·관리하는 전세계 11개국 17개 수출인큐베이터센터(KBDC) 가운데 공실이 있는 곳은 9곳에 불과하다. 도쿄(일본)·베이징·상하이(중국) 뉴욕(미국) 등 우리 중소·벤처기업들이 첫 해외 시장 개척지로 꼽는 주요 거점들은 모두 이용이 불가능하다. 수출시장 개척이 집중되는 지역에 대한 수출인큐베이터 모집 기업 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 지역 KBDC 입주를 희망했던 중소·벤처기업들은 사무실 입주가 힘들어지자 자체적으로 엄청난 비용을 들여 사무실을 개소하고 있다.
최근 일본 도쿄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A사 경우 중진공 수출인큐베이터와 비슷한 규모임에도 보증금 56만엔(728만원)에 관리비를 포함한 월 임차료를 13만엔(170만원) 지불한다. 도쿄 KBDC의 입주 보증금과 월 임차료(관리비 포함)가 각각 200만원과 32만원에 불과하다는 것을 감안할 때 상당한 차이다.
문제는 별도 사무실이나 지사를 둘경우 현지 직원 채용, 인프라 구축, 각종 정보 이용료 등 이보다 매달 수천만원에 이르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다. 수출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해외 개척에 매달 수천만원, 연간 수억원에 이르는 재정적 부담은 중소기업 입장에서 여간 큰돈이 아니다.
A사 관계자는 “KBDC측에서 ‘현재 대기하고 있는 기업도 많고 이미 입주한 기업들은 최대한 연장해서 나가려 하지를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어쩔 수 없이 직접 알아봤는데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토로했다. 현재 KBDC는 2년 계약에 추가로 2년 더 이용할 수 있다.
장덕복 중진공 마케팅사업처장은 “최장 4년까지 이용할 수 있어 입주 희망업체에 대해 ‘예비입주신청’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지금 사무실 면적을 줄이는 것도 불가능하고 공간을 늘릴 수 있는 예산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경기 회복기를 앞두고 해외시장 개척을 타진하고 있는 중소·벤처기업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KBDC 입주사 가운데 이용률이 떨어지고 수출 실적이 미미한 업체를 자진 퇴출하는 등의 방법을 택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또 중소벤처업체이 집중적으로 수출시장을 개척중인 일본 도쿄, 상하이, 베이징, 북미 등에 대한 인큐베이터 규모를 확대하는 요구도 높다.
KBDC는 중진공이 입주사를 선정하고 KOTRA가 현지에서 관리한다. 중소기업의 독자 수출능력을 높이기 위해 마케팅·법률·회계 전문가들이 현지서 자문한다. 입주사들의 수출규모는 2000년에는 6383만달러에 불과했으나 매년 크게 늘어나 지난해는 3억8038만달러에 달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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