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프린터 시장 진출 저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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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전자가 프린터 시장 진출을 저울질하고 있다. 브랜드를 앞세운 LG가 프린터 사업에 뛰어들면 전체 프린터 시장에도 상당한 파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신사업의 일환으로 프린터 등 사무기기 분야에 눈독을 들이고 글로벌 프린터 업체를 접촉 중이다.

 주요 프린터 업체에 따르면 LG전자는 태스크포스를 꾸리고 올 초부터 캐논·렉스마크·오키 등 주요 프린터 제조업체를 물밑에서 만나 왔다. 복수의 업체 관계자는 “LG전자가 프린터 사업 진출을 전제로 제품 라인업에서 경쟁업체 동향, 시장 규모, 사업 타당성까지 상당히 깊이 있는 조사를 끝냈다”며 “최종 공급업체, 제품 라인업 등 막바지 사업 내용을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제조·마케팅·영업을 일괄 추진하기보다 글로벌 생산업체에서 제품을 주문자상표 부착(OEM) 방식으로 공급받아 ‘LG’ 브랜드로 진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PC사업과 시너지가 큰 보급형 잉크젯 프린터 사업을 적극 검토 중이다. 단계적으로 레이저와 복합기 제품군으로 확대해 일반 소비자뿐 아니라 기업 시장에도 뛰어들 계획이다. LG전자는 데스크톱과 노트북을 포함한 전체 PC 시장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확고한 2위를 달린다.

 LG는 프린터 사업이 충분히 승산 있는 게임이라는 결론을 얻었지만 한 번 실패한 경험이 있어 출시 시점과 제품 라인업 등에서 장고를 거듭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는 지난 1989년 ‘골드스타’라는 이름으로 팩스·복사기·프린터 등 사무기기 시장에 뛰어들었으나 IMF 외환 위기 직전인 1990년 중반 사업을 중단했다. 이어 LG상사를 통해 HP·캐논·렉스마크 등에서 제품을 받아 기업 시장을 공략해 왔다. 최근에는 LG전자가 렉스마크 제품을 받아 LG 직영매장에 공급하는 등 간접 마케팅에 치중해 왔다.

 LG는 공식적으로 프린터 사업을 포기했지만 LG가 취급하는 다른 IT제품과 연관성이 높아 시장에서는 사업 진출과 관련한 소문이 끊임없이 나왔다. 산업계에서는 프린터에 관심이 없던 LG가 주요 프린터 업체를 접촉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출시 시점이 문제지 프린터 사업 진출을 기정사실화했다. LG전자 측은 “오키·렉스마크 등 주요 글로벌 프린터 업체를 접촉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말 그대로 시장조사 차원”이며 “사업 진출을 포함해 확정된 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국내 프린터 시장은 삼성과 HP가 50% 점유율로 사실상 ‘양강체제’를 구축했다. 올해 경기 불황으로 시장이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잉크젯 제품이 6000억원, 레이저 제품이 2000억원, 컬러 레이저 제품이 1500억원 등으로 전체 1조원 수준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