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 세트를 신제품으로 교체하고 나서 제일 힘들었던 것이 웨지들의 정확한 비거리를 모른다는 점이었다. 전에 쓰던 아이언 세트와 비교할 때, 새로 교체한 아이언 세트에 포함돼 있는 샌드웨지는 거리가 10야드쯤 더 날아가고, 어프로치 웨지는 20야드나 멀리 간다. 100야드에서 피칭웨지 샷을 때리면 120∼130야드가 날아갔다.
그러다 보니 투 온에 실패한 홀에서 세 번째 샷으로 핀에 붙이려고 짧은 피치 샷을 때리면 어김없이 그린을 넘어가곤 했다. 웨지 거리가 너무 나는 것 같아 거리를 줄여 보려고 스윙 크기를 작게 하면 터무니 없이 짧은 샷이 나와 파는커녕 보기도 힘든 상황을 여러 차례 맞이하게 됐다. 내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는데 철천지 원수들은 희희낙락이었다. 더욱 열통(?)이 터지는 것은 그린 에지에서 2∼3야드 떨어진 곳에서 때리는 칩샷에서 미스 샷이 속출한 것이었다. 칩샷을 할 때 나도 모르게 템포가 빨라져서 뒤땅을 때리질 않나 토핑을 하질 않나 초보를 벗어나고는 범하지 않았던 실수들이 종합선물세트처럼 쏟아져 나왔다. 그날의 스코어를 버린 주범은 바로 웨지 샷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집으로 돌아와 골프클럽 업체 홈페이지에 들어가 아이언 클럽의 스펙을 확인하고서는 너무나 당연한 결과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첫째, 아이언의 페이스가 누워 있는 정도인 로프트가 문제였다. 전에 쓰던 아이언 세트의 피칭웨지 로프트는 48도짜리였는데 신형 아이언의 로프트는 44도였다. 예전 클럽으로 말하자면 9번 아이언에 해당하는 로프트였다. 새로 산 어프로치 웨지 로프트는 52도, 샌드웨지 로프트는 56도였다. 그러다 보니 피칭웨지와 어프로치웨지 사이에 한 클럽의 공백이 있는 셈이다. 대개 아이언 한 클럽의 차이는 로프트 4도 차이가 표준이니 예전 클럽으로 환산한다면 피칭웨지 없이 플레이를 한 셈이다.
둘째, 경량 스틸 샤프트가 장착된 아이언을 사용하다가 그라파이트 샤프트로 바뀐 것을 간과한 것이 문제였다. 웨지의 무게가 40g이나 가벼워졌으니 거리가 더 나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어이가 없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해서 저녁 먹기 전에 골프숍에 가서 경량 스틸 샤프트가 장착된 48도 웨지를 하나 사고 세트에 딸려온 52도, 56도 웨지의 샤프트를 경량 스틸로 교체했다. 총비용은 48도 웨지 11만원, 샤프트 2개 교체비용 8만원. 합해서 19만원을 투자했다.
새로 구입한 웨지의 비거리는 예전의 거리감과 훌륭하게 일치했고, 100야드 남은 거리에서 48도 웨지를 잡고 정확히 보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즐거웠던 것은 짧은 칩샷의 템포가 부드러워져서 그린을 놓쳤을 때라도 반 정도의 홀에서는 파를 잡아낼 수 있었던 점이었다. 투자한 금액이 전혀 아깝지 않은 그런 기분이었다. 라운딩이 거의 끝나갈 무렵, 하도 기쁜 나머지 평소 친하게 지내던 고수 한 명에게 웨지 교체에 자랑을 늘어놓았다가 무안을 당하고 말았다.
“그걸 이제 알았단 말이야? 내 클럽을 좀 봐!” 고수가 보여주는 아이언 구성은 내 클럽 구성과 똑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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