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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분야 기술력을 놓고 볼 때 미국은 SW공학이나 지능로봇 등에 상당히 앞선 반면 한국은 HW적인 측면에 강점이 있습니다. KAIST ‘휴보’를 미국 휴머노이드 로봇연구의 HW 모델로 삼고 있는 이유입니다.”
KAIST 오준호 교수 연구팀과 미국 5개 대학 연구팀이 진행 중인 ‘휴보’ 기반의 휴머노이드 로봇 응용기술 공동 연구 프로그램인 ‘PIRE(국제 연구 및 교육 파트너십)’ 점검차 내한한 폴 오(Paul Y.Oh)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로봇기획조정관(드레셀대 교수)은 “미국에서도 내로라하는 대학 5곳과 협력해 ‘휴보’에 콘텐츠를 넣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휴보’와의 협력 대상은 현재 드레셀대와 펜실베이니아대, 버지니아공대, 브린마대, 콜비대 등 다섯 군데다. 이들이 고민하고 있는 과제는 △울퉁불퉁한 길을 걷는 워킹 알고리즘 개발 △온라인으로 제어하는 SW 개발 △카메라를 통해 사람을 인식하는 휴먼신호 상호작용 △작고 가벼운 연구용 ‘미니휴보’ 등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기간은 총 5년으로 오는 2012년까지 3년 남았다. 예산은 총 250만달러를 지원한다.
폴 오 조정관은 미국내 로봇 R&D와 관련한 프로그램 전체를 총괄하고 있다. 그런 그가 유독 한국의 휴머노이드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KAIST의 기술력이 세계 정상급인데다 미국 대학과의 협력이 기업과는 달리 용이하기 때문이다.
“일본 혼다의 뛰는 로봇 ‘아시모’도 잘 알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기술 공개를 꺼리는 등 상당히 폐쇄적이기 때문에 협력에 한계가 있습니다.”
폴 오 조정관은 ‘휴머노이드’에 대한 나름의 인식도 털어놨다. “사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제대로 구현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미국 내에서도 휴머노이드에 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도 있습니다. 너무 성급하다는 것이죠. 그러나 이의 연구를 통해 차세대 비행이나 자동차, 가전 시스템 등에 응용할 수 있는 분야가 많기 때문에, 특히 미래기술을 연구하는 대학이야말로 제격입니다.”
폴 오 조정관은 협력 방법에 대해서도 의견을 제시했다. 단순한 협력이 아니라 완전한 ‘화학적 결합’을 원한다는 것. 1학기마다 드레셀 대학생 2명이 대전의 KAIST 휴보랩에서 기거하며 밀착 연구를 하고 있는 이유다.
폴 오 조정관은 한국 정부의 유비쿼터스 로봇 투자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3∼4년 전 한국이 유비쿼터스 로봇에 집중투자하는 것을 보면서 세계 시장을 리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유비쿼터스 기반의 지능형 홈서비스 로봇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거의 없던 시절이었으니까요. 그러나 지금은 한국 정부의 기조가 다소 달라진 듯한 감을 받습니다. 한국이 이 분야 시장을 선도하려면 보다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합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