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월드] e스포츠 첫 FA 결과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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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실시된 자유계약(FA) 제도가 마무리됐다.

 39명의 FA 대상 프로게이머 중 36명이 원 소속팀과 계약을 맺거나 다른 구단으로 둥지를 옮겼다. 협상이 이뤄지지 않은 나머지 선수들은 아쉽지만 은퇴 수순을 밟았다.

 첫 번째 FA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기 어렵다는 것이 e스포츠 업계의 중론이다. 이번 FA는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우선 선수의 제한된 선택권이 구설수에 올랐다. 현행 e스포츠협회 규정에는 FA 선수가 원 소속팀과 협상이 결렬되고 FA 시장에 나오면 무조건 입찰 금액이 가장 높은 팀과 협상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가고 싶은 팀이 있다 하더라도 입찰 금액이 낮으면 갈 수 없다는 말이다.

 협회 측은 영입 경쟁의 과열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라고 설명했지만 어느 프로스포츠에서도 선수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규정은 찾아볼 수 없다. FA 제도의 근본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까지 일고 있다. 팬들은 FA가 자유계약(Free Agent)이 아니라 자유 경매(Free Auction)의 준말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지나치게 큰 보상비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해당 선수 연봉이 5000만원 이상이면 연봉의 200%를 줘야 하는데 e스포츠 시장 현실에 비춰볼 때 너무 부담스러운 규정이다. 선수 쪽에서 이적이 안 되면 은퇴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다.

 FA 계약 시 팀의 선수 보유 기간을 5년으로 둔 규정 역시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프로게이머의 생명이 3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5년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문제가 크다고 제도를 없앨 수는 없다. FA는 프로스포츠의 기본이다. e스포츠 FA가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 우선 FA의 본래 취지를 살려야 한다.

 지나치게 구단 위주로 돼 있는 FA 제도를 선수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e스포츠 팬들의 모임인 이지눈(e스포츠를 지켜보는 눈) 측은 “선수의 구단 선택권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며 “선수가 자신의 목소리와 뜻을 계약에 반영하지 않으면 도대체 FA라고 부를 수 있는 근거가 무엇인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2차 협상 과정에서 최고 응찰 프로게임단을 가리는 기준 역시 개선돼야 한다. 현실은 1년에 2억원을 써낸 팀보다 3년에 3억원을 써낸 팀 중 후자가 최고가 응찰 프로게임단이 된다. 누가 봐도 이는 불합리하다.

 지나치게 많은 보상금도 하향 조정돼야 한다. 연봉의 200%를 지급하거나 보호선수 6명을 제외한 선수 1명과 연봉의 100%를 지급해야 한다는 조항은 딱히 수익모델이 없는 구단에는 매우 부담스러운 제도다.

 아울러 에이전트도 허용해야 한다는 게 프로게이머들의 주장이다. 프로게이머는 자신들을 대변할 수 있는 ‘선수협의회’ 구성도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다.

 문제점도 많았지만 첫 번째 FA는 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겼다. 이제동이나 김택용 등 당대 최고의 선수가 한꺼번에 FA 시장에 나왔기 때문이다. 특히 스타크래프트 랭킹 1위인 이제동은 재협상까지 가는 우여곡절 끝에 화승과 재계약을 했다. 이제동은 화승에서 최고 대우를 받게 됐다고 전해진다. 기본 연봉과 인센티브까지 포함해 3억원이 넘는다는 의견이 대세다.

 SKT의 김택용도 기존 1억원 안팎의 연봉에서 파격적으로 인상, 이제동에게 떨어지지 않는 수준으로 재계약했다는 후문이다. STX 선수들도 이번에 억대 연봉 선수에 합류했다. 김윤환이 연봉 1억원에 옵션 계약을 포함해 총 1억3000만원에, 진영수와 김구현도 옵션을 포함해 1억원대에 재계약하며 이른바 대박을 쳤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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