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수출이 누적 기준으로 사상 처음 자동차를 뛰어넘었다.
26일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 말 현재 디스플레이 수출규모는 130억6400만달러로 같은 기간 자동차 수출규모(128억9200만달러)를 앞질렀다.
디스플레이 수출실적(연 누적기준)이 자동차보다 많은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며 연간 기준으로도 전례가 없다. 1분기까지만 해도 매월 자동차에 수억달러 뒤떨어졌던 디스플레이 수출규모는 4월부터 꾸준한 증가세를 나타내며 누적기준으로 7월 처음 추월했다.
특히 7월 디스플레이 수출 규모는 작년 동월 16억9000만달러 대비 무려 42.5%나 급증한 24억900만달러를 기록하며 지난해보다 18.3% 줄어든 자동차(21억5700만달러)를 앞지를 수 있었다. 월별 작년 동월 대비 디스플레이 수출은 1·2월만 감소를 나타냈을 뿐 3월(16.7%), 4월(24.1%), 5월(24.4%), 6월(37.7%) 매월 증가율을 늘리고 있다. 7월까지의 작년 대비 누적 수출 증가율은 17.3%다.
2000∼2002년 2억달러대에 불과했던 디스플레이 수출은 2003년 2배 이상 늘린 7억3900만달러를 기록한 이후 2006년 123억8800만달러를 달성할 때까지 매년 2∼3배 큰 폭으로 수출이 확대됐다. 이후에도 10∼30%대 성장세를 나타냈다. 자동차 수출이 이미 2000년 132억2100만달러를 기록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폭발적 수출 성장을 구가했음을 알 수 있다.
디스플레이 수출규모가 자동차를 추월하면서 품목별 수출 순위도 4위로 올라섰다. 2005년 품목별 수출규모 11위였던 디스플레이는 2006년 처음 7위로 10위권에 들어선 이후 2007년과 2008년 6위를 차지했다. 이로써 우리나라 수출 2∼4위 품목을 모두 IT(1위 선박, 2위 휴대폰, 3위 반도체)가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디스플레이 수출 확대 요인으로 환율 효과에 힘입은 가격 경쟁력도 요인이 되겠지만 무엇보다 우리나라 특유의 고객기반 산업 형성을 꼽고 있다. 대만은 패널을 만들어도 팔 곳이 마땅치 않고, 일본은 패널 생산이 미미한 데 비해 우리나라는 패널업체와 ‘삼성·LG전자’라는 확실한 수요업체가 공존한다.
강정원 대우증권 연구원은 “해외에서 우리나라 LCD TV 판매가 워낙 잘돼 디스플레이 산업이 호조를 나타내고 있다”며 “앞으로 PC·모니터 시장도 살아날 기미여서 한동안 수출 증가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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