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가 과로사한다는 말이 있다. 백수가 되고 나면 할 일이 없을 것 같지만 놀 것도 더 많고 고민할 일도 더 많다. 커피 때문에, 고민 때문에 잠 못 자고 TV 다큐멘터리 보느라 잠 못 잔다.백수가 더 괴롭고 바쁘고 힘들다. 일 안 하고 놀면 좋을 것 같지만 일 없이 빈둥거리면 금세 지루함을 느낀다. 인간은 다름아닌 일을 함으로써 자기구현을 한다. 인간은 살아 있는 생명 중 유일하게 의식적으로 노동을 선택한다. 집을 지키는 개도, 살랑거리는 고양이도 삶을 위해서 자발적으로 일하지 않는다. 동물의 노동은 본능적인 데 비해서 인간의 노동은 의식적이고 목적 지향적이다. 동물의 노동은 생존을 위한 자기안위지만 인간의 노동은 기여와 봉사가 깃들어 있다. 일은 사람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근원이며 삶의 방향과 의미를 가르쳐준다.
그런데도 일을 지긋지긋해하고 떠나고 싶어 하는 이유는 일이 너무 우리 삶에 들러붙어 있어서다. 노트북PC·휴대폰·인터넷 등 언제 어디서나 일할 수 있게 되면서 늘 붙어다니는 애인에게 싫증을 느끼듯 우리는 일에 염증을 느낀다. 개인적인 시간마저 비짚고 들어와 공격해대는 통에 고귀한 노동의 가치를 잊어버렸다. 하지만 늘 곁에 있어도 그 존귀함을 잊어버리면 안 되는 공기처럼 노동의 신성함을 잊지 말자. 인간은 노동하면서 성숙한다. 일 때문에 고통과 혼란에 빠져들기도 하지만 일을 통해 자신의 존재 이유와 목적을 찾기도 한다. 일 때문에 한없이 무능해 보이고 작아지기도 하지만 일을 통해 짜릿한 기쁨과 성취를 맛보기도 한다.
라틴 철학자는 ‘노동 속에 존엄이 깃든다’고 했다. 페달을 밟지 않으면 넘어지는 두발 자전거처럼 습관적으로 일하고 있다면 되짚어보자. ‘내가 바라는 삶에 일이 진정 없는가, 나는 이 일을 왜 하는가’ 하는 질문을 던져보자. 일의 가치와 의미를 숙고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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