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LCD 시장, 이제부터가 본 게임

中 정부, 7세대 이상 패널 공장 유치 팔걷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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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중국 정부의 ‘가전하향’ 정책은 전 세계 시장의 최대 소비국으로서 그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상징이었다. 중국 내 LCD TV 수요 덕분에 우리나라 LCD 패널 및 관련 후방산업이 가장 빨리 회복하는 데 성공했고, 쓰러져 가던 대만 LCD 패널 업체들도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런 중국 정부가 최근 기술 선진국인 한국·일본·대만을 대상으로 대면적 LCD 패널 공장 유치에 팔을 걷고 나섰다. 대규모 자금 지원과 기술 로열티는 물론이고, 자국 내 TV 세트 업체들의 LCD 패널 수요까지 보장하겠다는 ‘당근’을 제시하고 있다. 앞으로 중국 시장의 더 큰 잠재력을 생각하면 전 세계 모든 LCD 패널 업체에 결코 놓칠 수 없는 기회이자 동시에 거대 수출 장벽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현행 ‘산업기술유출방지법’에 따라 LCD 패널 전공정 기술의 수출을 아예 원천 봉쇄하고 있다. 누가 중원을 차지하는지에 따라 향후 전 세계 LCD 시장의 경쟁 구도를 또 한번 뒤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현행 법 규제의 전향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자신문은 연속 기획을 통해 중국 LCD 패널 공장 진출의 필요성과 국내 법 규제의 문제점, 발전적인 대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중국 내 LCD TV 시장은 무서운 기세로 급성장 중이다.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오는 2012년이면 전 세계 LCD TV 수요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21%로, 북미·유럽을 제치고 최대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LCD TV 보급률이 80%대에 이른 북미·유럽과 달리 중국은 아직도 엄청난 잠재 수요가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31.8%에 그쳤던 중국 내 LCD TV 보급률은 가전하향 정책에 힘입어 올해 기존 브라운관(CRT) TV를 뛰어넘는 57.4%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께면 70%대, 오는 2013년이면 무려 90%대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LCD TV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와 함께 주목할 대목은 최근 중국 내 현지 TV 세트 업체들의 대대적인 약진이다. 하이센스·스카이워스·TCL 등 중국 TV 제조사는 지난 2007년만 해도 자국 내 점유율이 60%에 못 미쳤지만, 올해는 80%까지 확대할 전망이다. 자국 내 점유율에 힘입어 TCL·하이센스·스카이워스 3개사는 벌써부터 세계 시장 순위에서도 나란히 10위권에 올라섰다. 반면에 삼성전자·LG전자는 올해 들어 중국 내 LCD TV 시장 점유율이 각각 3% 수준에 머물고 있다. 과거 TV 시장의 맹주였던 소니를 삼성전자가 이긴 것처럼 중국 TV 제조사가 세계 시장 선두에 오를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는 셈이다.

 이처럼 중국의 현지 TV 제조사가 갈수록 시장 지위를 강화할 수 있는 배경에는 자국 내 산업을 보호하려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 의지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올해 들어 LCD 패널 산업에 대대적인 육성책을 선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 정부는 향후 TV용 LCD 패널의 절반 이상을 자국에서 조달하는 계획을 수립하고, 6세대 이상 대면적 LCD 패널 라인 건설에 최대 1000억위안(약 20조원)의 자금 지원을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자국 내 기업은 물론이고 일본·대만·한국 등 해외 LCD 패널 업체들에도 문호를 개방했다. 아직은 취약한 7세대 이상 대면적 LCD 패널의 양산 기술을 해외 업체들로부터 도입하기 위해서다.

 이미 자국 내 기업들을 통한 움직임은 시작됐다. BOE·IVO 등 현지 LCD 패널 업체들에 자금을 지원, 6세대 이상 대면적 LCD 패널 생산 라인 건설에 나서고 있다. BOE는 내년 하반기 양산 가동을 목표로 6세대 LCD 라인을 구축 중이며, 이르면 이달 말 8세대 LCD 라인도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또 IVO는 쿤산에 32억달러를 투입하는 7.5세대 LCD 라인을 짓기로 하고, 현재 정부의 투자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중국 내 TV 세트 제조사나 LCD 패널 업체 대다수가 거의 ‘국영’ 기업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확고한 육성 의지가 있는 한 앞으로도 국가적인 차원의 지원은 더욱 강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안현승 디스플레이서치코리아 사장은 “향후 전 세계 시장에서 중국의 성장 잠재력을 고려할 때 중국 정부의 자국 내 산업 보호 의지는 더 강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지금은 적어도 대면적 LCD 패널 생산 라인 유치에 관한 한 중국 정부가 규제보다는 지원에 더 큰 힘을 싣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