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 성인영상물 제작업체가 수천 명의 국내 네티즌을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 소송에 대해 경찰이 수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대다수 저작권 관련 전문가들은 ‘음란물도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다’라는 주장을 제기, 논란의 예상된다. 특히 경찰의 수사 불가 방침은 저작권 침해 여부에 대한 해석뿐 아니라 실정법 위반 행위인 음란물 배포를 묵인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 전망이다.
본지 8월 14일자 3면 참조
16일 관련 부처와 업계에 따르면 음란물이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되느냐는 논란에 대해 대다수 법 전문가들은 ‘창작성이 있기 때문에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잘라 말했다. 저작권 관련 교수나 변호사, 정부 관료 모두 이 점에는 이견이 없다. 1990년 10월 23일 대법원이 내린 판례도 ‘저작물의 내용 중에 부도덕하거나 위법한 부분이 포함돼 있는 경우라도 저작권법상 저작물로서 보호된다’고 규정, 이를 뒷받침한다.
이해완 성균관대 법대 교수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비록 음란물이라도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저작권은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해외 성인영상물이 국내에서 저작권을 보호받을 수 있느냐는 의문에 대해서도 법률 전문가들은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저작권법 제 3조에서는 외국인의 저작물도 대한민국이 가입 또는 체결한 조약에 따라 보호된다고 명시돼 있다. 우리나라는 1996년 저작권 분야의 국제적인 상호보호 조약인 ‘베른협약’에 가입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베른협약에 가입한 미국·일본의 저작권을 보호할 의무가 있고, 우리나라 국민의 창작물 역시 다른 지역에서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음란물도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되고, 해외 저작물도 국내에서 보호받을 수 있기 때문에 미·일의 성인 영상물 제작업체가 저작권을 주장하는 행위는 타당하다는 게 보편적인 견해다.
전문가들은 아울러 음란물의 저작권을 인정하더라도 이를 유통하는 행위는 국내 실정법상 엄연히 불법임을 강조했다. 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인터넷과 같은 통신망을 이용해 음란물 유통하다 적발될 경우 징역 1년 이하 또는 벌금 1000만원 이하의 처벌을 받게 된다.
이호응 저작권위원회 책임연구원은 “저작권법 위반 소송과 형법상 음란물 처벌은 명백히 다른 법 체계의 영향을 받는 것”이라며 “이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유의미한 결과를 낳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과 일본 성인영상물 제작업체의 대리인인 법무법인 한서 측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받은 ‘저작권 보호 여부에 대한 질의 회신’을 공개했다. 한서 측은 지난 2월 ‘외국 음란물의 저작권을 보호받을 수 있는가’라는 질의를 문화부에 제출, ‘우리나라와 미국 간에는 저작권 상호주의가 적용돼 미국 내 저작권 보호를 받는 포르노 영화를 국내에서 복제·전송하는 것은 저작권법 위반’이라는 의견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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