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에게 뇌과학을 말하다
크리스 프리스 지음, 장호연 옮김, 동녘사이언스 펴냄.
노래를 한번만 듣고도 가사를 줄줄 외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십수번을 불러도 노래 가사가 외지지 않는 사람이 있다. 인간 내비게이션이라 불릴 만큼 길눈이 밝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지하도 안에서도 길을 헤메는 사람이 있다.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거나 이름을 외는 데에도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다. 개개인의 지능지수와는 관련이 없어보이지만 분명이 그 이유는 있을 것이다.
뇌는 인간의 장기(臟器) 중 가장 간사한 장기로 간주된다. 담배나 술이 몸에 해롭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고 정신적 만족을 위해 손이 가도록 유도하는 게 사람의 뇌다. 심지어 뇌에 치명적인 상처를 주는 금지된 약물까지도 몸안으로 불러들인다.
사람이 표정을 짓거나 감정을 느끼는 것은 의식일까 무의식일까. 인간을 일생동안 두뇌발달을 위해 노력하면서도 정작 그 뇌의 속성을 잘 알지 못한다.
런던대학교 웰컴재단의 신경영상센터 명예교수이자 신경심리학 권위자인 크리스 프리스가 쓴 ‘인문학에게 뇌과학을 말하다(원제:Making up the Mind)’는 뇌에 관한 여러 가지 궁금증을 명쾌하게 해결해주는 흥미진진한 뇌과학서다. 뇌영상 기술을 활용한 인간의 인지 능력 연구로 세계적 명성을 얻게 된 저자는, 우리가 뇌와 관련하여 가질 수 있는 일반적인 호기심들을 바탕으로 뇌가 우리에게 어떻게 거짓말을 하는지, 뇌의 활동이 어떻게 잘못된 지식을 만드는지, 뇌가 우리로 하여금 세상을 어떻게 지각하도록 만드는지 등 신기한 뇌의 메커니즘을 흥미롭게 풀어나간다.
또한 최근의 연구를 통해 증명된 최신 뇌과학 지식들은 물론 의식과 무의식, 자유의지, 마음의 실체 등 다양한 철학적 주제들까지 과학과 철학, 심리학, 의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다양하고 폭넓은 접근을 시도한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인문학 교수의 질문에 저자가 답변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인간은 이성적인 사고와 자유의지를 바탕으로 행동한다’고 믿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이 책은 뇌가 우리의 마음을 만들고,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의 이미지를 만든다고 설명한다. 마치 소설을 읽듯 내용을 따라가다가 마지막에 과학적인 결론을 얻을 수 있도록 장치한 글의 구조 또한 인상적이다. 1만4800원.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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