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연료로 변신한 `검은 황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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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안 러독 영국 에너지기후변화부 차관(왼쪽)과 이안 밀러 두산밥콕 사장이 두산밥콕의 순산소연소 설비를 둘러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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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유 위주의 산업화와 함께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몰려 천대받아온 석탄. 이 석탄이 녹색성장 시대에 새삼 ‘청정연료’로 떠오르면서 국내 관련 기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른바 ‘석탄의 재발견’에 우리의 토종기술과 관련 장비 등이 속속 도입되고 있는 상황이다.

 석유에 비해 석탄 가격은 매우 싸다. 1BTU(발열량 단위. 1파운드의 물을 화씨 1도 올리는 데 드는 열량. 약 253㎈)의 열량을 내는 데 석탄은 1달러, 천연가스는 7달러, 휘발유는 23달러가 든다. 거액이 드는 초기 설비 투자를 고려하더라도 국제 유가가 배럴당 40달러를 넘으면 석탄액화(CTL) 석유나 가스액화 석유 생산이 경제성이 있다.

 최근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석탄을 원료로 합성석유 생산을 시작한 연구개발회사 렌테크는 석탄으로 휘발유를 생산하면 생산 원가가 배럴당 25달러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미국 시장에서 휘발유는 배럴당 약 100달러에 팔리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술의 ‘친석탄’ 바람이 거세다. 우선 지식경제부는 ‘청정 석탄에너지사업’을 신성장동력 스마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 중이다.

 SK에너지는 포스코와 공동으로 석탄을 석유와 화학제품 원료, 합성천연가스로 전환하는 기술을 공동 개발한다. 에너지기술연구소는 지난해 CTL 파일럿 설비 건설에 착수, 내년부터 하루 15배럴 정도의 석유를 시험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석탄 에너지 기술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석탄과 산소·수증기를 반응시켜 합성가스를 만드는 기술과 이를 액화시켜 합성석유를 만드는 기술이다. 합성가스는 디젤로, 합성석유는 휘발유로 사용할 수 있고 각종 석유화학 제품도 만들 수 있다.

 합성석유는 석유 가격의 반값에 불과하다. 저급탄을 활용하는데다 합성가스화 과정에서 황이나 이산화탄소 등 환경오염 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 전 세계 석탄 매장량은 1조톤, 석유 매장량의 세 배에 달한다. 앞으로 40년 뒤 석유가 고갈돼도 석탄은 190년은 더 지탱할 것으로 예상된다.

 석탄에서 석유를 뽑아내는 기술은 이미 1913년 상용화됐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은 현재 수송 연료의 27%를 석탄에서 뽑아낸 합성석유로 충당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1980년대 기초적인 CTL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으나 이후 지속된 저유가 시대를 맞아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하지만 향후 석유 고갈이 수십년 내에 닥치고 그에 앞서 고유가 행진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금이야말로 ‘석탄 다시 보기’가 필요한 때다.

 특히 매장량이 석유처럼 중동 등 특정 지역에 몰려 있지 않고 세계 각지에 골고루 퍼져 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도 앞으로 몇 십년 버틸 수 있는 에너지가 있다면 바로 석탄이다. 남한에 15억톤, 북한에 150억톤씩 묻혀 있는 석탄이 새로운 대안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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