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낸드 4위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중국 모바일 제품용 낸드 메모리 시장에 저가 공세를 펼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도시바 등의 칩을 써온 일부 중국 MP3 플레이어 업체가 마이크론 쪽으로 돌아섰다. 삼성전자는 시장에 별 영향이 없다는 시각이지만 내심 대응책 마련에 부심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지난 5월부터 34나노 공정의 낸드 메모리를 본격 양산하면서 MP3 플레이어·내비게이션·USB 드라이브 등 중국 기업에 삼성전자·도시바 등의 낸드 메모리 용량 대비 1∼4 달러 낮은 거래 가격으로 공급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주력 제품인 32Gb 낸드 메모리(MLC)를 삼성전자에 비해 4달러나 낮은 가격에 공급하면서 중국 MP3 플레이어 업체들의 구매 심리를 흔들고 있다. 중국 MP3 플레이어 생산 2위 기업인 팝칩은 최근 삼성 낸드 메모리가 아닌 마이크론 34나노 낸드 제품으로 바꿨다. 이에 따라 이 회사의 시스템 반도체를 삼성 낸드 제품에 맞춰 개발해온 한 국내 팹리스 업체는 비상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전자가 중국에서 사업을 한 이후 마이크론에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일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라면서 “마이크론이 삼성을 공급가에서 앞질러 중국 업체들이 돌아설 수밖에 없는 시장 구조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론이 저가 공세를 펼칠 수 있는 것은 34나노 공정 도입 외에도 비교적 공정 과정이 간단한 저가 스펙의 낸드 메모리에 역점을 두기 때문. 마이크론은 제품 특성이 경쟁사의 8비트 ECC(Error Correcting Code)·쓰기 및 지우기 5000회보다 떨어지는 12비트 ECC·쓰기 및 지우기 3000회의 34나노 낸드를 선보이고 있다. 비트 ECC가 높을수록 신뢰성이 낮아지지만 생산 원가는 떨어진다.
마이크론 관계자는 “중국·한국의 MP3 플레이어 기업에 34나노 낸드 제품을 공급, 최근 삼성·도시바의 공급 물량 일부를 대체하기 시작했다”며 “낸드의 제품 특성이 약한 단점이 있지만 공급 가격에 민감한 로엔드급 중국 세트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중국 시장에서 대형 거래처의 구매 물량에만 대응할 뿐 현물 거래 시장에 대응하지 않는다. “마이크론의 저가 판매 전략이 중국 시장에서 삼성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삼성전자는 로엔드급 낸드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올 연말 12비트 ECC 이상의 35나노 낸드 제품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좀 더 미세한 32나노 낸드를 3분기 양산하기로 하는 등 마이크론 대응 전략을 짜고 있다. 하지만 실천에 옮기까지 일정 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안수민·윤건일기자 sm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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