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8개월 간 매듭짓지 못했던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야후의 검색 협력이 마침내 성사됐다. 지난해 2월 MS의 야후 인수 시도로 시작된 양사 간 마라톤 협상이 결국 10년짜리 장기 검색 동맹으로 귀결됐다.
구글이 65%의 점유율로 거침없이 질주해 온 검색 시장에서 MS-야후 연합전선이 유일한 대항마로 부상했지만 이들이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 쏟아져 나왔다.
◇야후 검색, MS ‘빙’을 품다=29일(현지시각) MS와 야후는 향후 10년간 검색 사업 부문에서 협력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협력의 골자는 야후닷컴에 MS 검색엔진인 ‘빙’을 채택하기로 한 것이다.
CNN에 따르면 야후닷컴에서 검색을 하면 검색 결과 옆에 ‘파워드 바이 빙(powered by Bing)’이라는 문구가 뜨고 MS의 광고 플랫폼인 ‘애드센터’가 제공하는 스폰서 링크가 보인다.
야후가 ‘빙’을 채택하는 대가로 야후는 첫 5년간 야후 검색 매출의 88%를 가져가기로 했다.
또 MS는 야후의 검색 관련 기술과 방대한 검색 데이터베이스 내역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스티브 발머 MS 최고경영자(CEO)는 “양사의 검색 협력으로 소비자가 더 나은 서비스를 접하는 것은 물론이고 광고주도 더 이상 독점 사업자인 구글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실적 부진으로 고전해 온 야후도 MS와 손을 잡으면서 연간 5억달러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추정했다.
◇야후의 굴욕(?)=하지만 이들의 야심찬 결합을 놓고 주요 외신은 다소 냉담한 평가를 내렸다. 특히 MS가 이번 제휴로 구글과 경쟁할 수 있는 힘을 보탠 반면에 야후가 MS ‘빙’을 선택한 것은 ‘굴욕’이며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캐럴 바츠 야후 CEO가 직면한 문제로 △협력의 효과를 주주에게 이해시키기 △야후 관련 인력의 추가 감원 △야후 광고 영업직에 대한 MS 기술 교육 △정부 당국의 반독점 규제 등을 꼽았다.
크리스타 콸스 토머스위즐파트너스 애널리스트는 “캐럴 바츠는 빙을 떠안으면서 선불로 막대한 돈을 챙기지 못함으로써 투자자와 주주로부터 신뢰를 잃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야후 주가는 12% 급락했다.
구글의 검색부문을 이끌고 있는 마리사 메이어 구글 부사장은 “MS의 검색엔진인 빙을 이용할 경우 시장의 주요 업체가 셋에서 둘로 줄어드는 꼴”이라며 “MS·야후 간 합의가 시장경쟁과 고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반독점 규제 압박 커=점유율로만 보면 양사를 합쳐도 구글에 한참 처지는 28%지만 반독점 규제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하다. 버락 오바마 정부와 유럽연합(EU)은 독점 기업에 대한 규제의 고삐를 한층 죄고 있다.
허브 콜 미 상원 반독점 패널 의장은 “거대 기업인 양사의 협력이 소비자와 광고주에게 미칠 광범위한 영향에 대해 심도 있게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는 양사가 이번 협력에 대한 규제 당국의 승인을 얻고 전 세계에서 새로운 시스템으로 이행을 마무리짓기까지 약 2년이 소요될 것이며 이는 1위 구글과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는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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