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컴퓨팅 서버시장 `脫선` 가속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1분기 서버시장 매출 현황

 오라클의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인수를 틈타 IBM·HP 등 컴퓨팅 서버 분야 공룡들의 고객 가져오기(윈백)가 잇따르면서 이른바 ‘탈(脫) 선(Sun)’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27일(현지시각) 포브스는 오라클의 선 인수 과정에서 빚어진 전력 공백을 겨냥한 IBM·HP의 공세로 100개가 넘는 선 고객들이 이탈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에 따라 기존 고객을 지키려는 오라클·선과 신규 우량고객을 확보하려는 IBM·HP 간 수 싸움이 하반기 들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IBM의 스콧 핸디 마케팅·전략·영업지원 담당 디렉터는 “올해 상반기에만 선을 떠난 고객의 수가 170개 사이트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2분기 이탈 고객의 수는 1분기의 두 배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IBM 파워시스템의 최근 분기 실적은 3년 사이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다.

 HP도 오라클의 선 인수가 확정되기 전부터 공세에 나서 100개 사이트에 이르는 선의 고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HP는 선의 공급 라인에 속했던 상당수의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와 리셀러까지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이 시장에서 1 대 1 비교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시장 점유율의 변화를 정확하게 수치화하기는 어렵다. 일부 고객들은 선의 솔라리스 운용체계(OS)를 구동하는 인텔 기반 하드웨어로 전환했고 다른 한편에서는 리눅스나 윈도 등 전혀 다른 플랫폼으로 갈아타기도 했다.

 하지만 IBM·HP 등의 주장에 따르면, 이처럼 선을 이탈한 시장 수요의 규모가 약 2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수치가 그다지 많은 양이 아닐 수도 있지만 메인프레임에 준하는 고기능 멀티프로세싱 서버 시장을 두고 보면 그 의미는 작지 않다. 하이엔드 유닉스 서버 시장은 우선 하드웨어 자체가 매우 비싼데다 다른 벤더가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더라도 제품을 바꾸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SW·유지보수·업그레이드·서비스와 추가 구매 등까지 감안하면 잠재적인 매출과 수익은 더욱 커진다. HP가 선 고객을 상대로 기존 제품을 사들이는 조건으로 자사 제품을 공급하는 이른바 ‘트레이드인(Trade-in)’ 전략을 구사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전개되면서 향후 선 인수 작업을 마무리한 오라클의 대응 행보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선의 플랫폼과 오라클의 애플리케이션, 그리고 영업·마케팅을 결합한 역공이 가져올 시너지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포브스는 “아직 누구도 쉽사리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선·오라클, IBM·HP 등 모두가 합병이 가져올 가능한 시나리오와 선 고객의 잔류·이탈 가능성 등을 두고 정교한 전략 마련에 고심 중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