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손해보험 업계 빅4 중 하나인 A사. A사는 지난 2006년 차세대시스템 구축에 착수하면서 당초 가동 시점을 2008년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A사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예상 시점보다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차세대시스템을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가동 시점을 3번이나 연기했고 오는 10월로 예정돼 있는 가동 시점도 아직 불명확한 것으로 보인다.
중견 생보사인 B사. B사는 연초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위해 주사업자를 선정하고 본격적으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그러나 몇개월 지나지 않아 프로젝트가 파행을 겪게 됐다. 결국 최근 프로젝트를 원점에서 다시 진행하기로 했다. 물론 주사업자의 역할이 상당 부분 바뀐 상태에서 재추진되는 것이다.
왜 수백억원이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가 이렇게 파행을 겪을까? 전문가들은 이 두 보험사가 곤경을 겪게 된 배경에 대해 동일한 원인을 제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원인은 주사업자의 프로젝트 경험 부족을 꼽고 있다. 이로 인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하청업체 관리가 소홀해지고, 참여 개발자도 수차례 바뀌는 현상이 나타나게 됐다는 것이다. 결국 주사업자 선정 잘못으로 해당 보험사들은 어마 어마한 비용 손실을 떠앉게 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 견해다.
다시말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첫 단추를 잘 못 끼운 이유에 대해 발주사의 발주능력 부족을 들고 있다. 자체적으로 사업자를 평가할 능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 보니, 사업자 선정부터 프로젝트 완료 시점까지 계속해서 외부 사업자에게 끌려 다니기만 한다. 이로 인해 프로젝트에 뭔가 문제가 생겨도, 그것이 얼마나 큰 문제인지, 또 핵심 원인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한편에서는 비공식적인 입김이 작용했다는 설도 흘러나온다.
그러나 어찌됐건 과거는 과거이고, 현재 이 상황을 극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과거 대형 시중은행인 우리은행이 차세대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코어뱅킹 솔루션의 문제로 인해 프로젝트 자체를 전면 중단하고, 처음부터 재추진한 바 있다. 당시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우리은행의 최고정보책임자(CIO)와 프로젝트관리자(PM)는 즉각적으로 실수를 인정하고 문제 파악에 나섰다. 이후 문제점 해결을 위해 코어뱅킹 솔루션을 교체하고 앞서 발생한 실수를 거울 삼아 차세대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얼마든지 문제가 발생될 수 있다. 그러나 심각한 상황은 뭐가 문제인지 모르고 넘어갈 때 나타난다. 실수를 인정하고 즉각적으로 문제를 찾아 내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향후 더 큰 문제를 방지할 수 있는 길이다. 때론 실수를 잘 활용하면 보다 값진 경험으로 간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신혜권기자 hk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