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에 기반한 마케팅 역량 강화 방안과 선진사례
이형인 한국IBM GBS 파트너
경제위기를 맞아 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비용절감이라는 단기적인 목표와 향후 성장을 위한 고객관리라는 중기적 목표 사이에서 고민한다. 이럴 때일수록 고객에 기반을 둔 마케팅 역량 강화가 기업의 미래를 좌우한다. 글로벌 기업 및 국내 선도기업들의 △똑똑한 마케팅(Smarter Marketing) △똑똑한 세일즈(Smarter Sales) △똑똑한 서비스(Smarter Service) △똑똑한 컨버전스(Smarter Convergence)의 사례들을 통해 기업들이 어떻게 하면 똑똑한 고객관계관리(CRM) 전략을 펼쳐 나갈 수 있을지 살펴보자.
#적은 비용으로 고객 마음 읽어라
똑똑한 고객관계관리에서 첫 번째로 짚고 넘어갈 것은 똑똑한 마케팅(Smarter Marketing)이다. 이것은 적은 비용으로 고객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똑똑한 마케팅을 위해서는 똑똑한 △웹 분석 △고객 의견 분석 △내부 고객 분석 △시너지 마케팅 등이 필요하다.
똑똑한 웹 분석이란 기업이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고객이 원하는 바를 우선 파악하기 위해 온라인 채널 중 특히 웹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분석방법이다. 웹 블로그를 통해 자사의 브랜드·제품·가격·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의견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파악해 기업들은 △브랜드 평판 분석 및 대응 △광고·홍보 등 이벤트에 대한 반응 분석 및 대응 △신제품에 대한 시장 반응의 조기 분석 및 대응 △블로그 사이트에 대한 영향도 평가 및 마케팅 관리에 활용할 수 있다. 웹 분석은 많은 인력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분석방법이다. 마케팅 분야의 선두주자라 할 수 있는 P&G, 유니레버, 크래프트 등에서는 웹을 통한 분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똑똑한 마케팅을 위해 필요한 것 중 하나가 똑똑한 고객의견 분석이다. 다양한 고객 서비스 채널로부터 들어오는 VOC(Voice of Customer)도 별도 비용을 지급하지 않고 시장에 대한 통찰력을 확보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국내 많은 기업들이 VOC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웹사이트나 콜센터, 지점 등에서 수집되는 VOC를 분석하고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활동이 고객 불만이나 민원접수 등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그 활용 분야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똑똑한 내부고객 분석의 바탕이 되는 것으로 직원들로부터 얻을 수 있는 VOE(Voice of Employee)도 중요하다. 2006년부터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IBM의 이노베이션 잼은 VOE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이다. IBM 직원과 직원가족, 협력사는 물론 관련 학계의 전문가가 광범위하게 참여해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토론, 검증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서 제일기획을 비롯한 유수의 마케팅·광고 회사들과 SK텔레콤 등 시장친밀도와 혁신이 회사의 성장과 직결된 기업에서 이를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똑똑한 시너지 마케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첫째로 시너지 중심 기업의 정체성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는 시너지 인력 및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세 번째로는 외부 역량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시너지 마케팅은 각 계열사의 규모 및 역량을 고려해 추진하고 과제 간 연관성을 세밀히 감안해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시행착오도 최소화할 수 있다. 이처럼 계열사간 역량 진단을 비롯한 고객 현황의 정확한 파악과 함께 외부 전문기관의 도움 적극 수용, 외부인사 영입 등으로 우월한 마케팅 역량을 강화하는 것, 비용효율적으로 고객 기반을 유지하거나 늘리는 것이 똑똑한 시너지 마케팅의 주요 요건이다. 실제로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로이즈TSB, 시티그룹 등에서는 외부전문기관인 익스페리온, 에퀴팩스, D&B, 엑시옴, 하트행크스 등과 업무 제휴를 통해 마케팅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세일즈 파트너도 고객이다
똑똑한 세일즈(Smarter Sales)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똑똑한 고객 다루기’이다. 이를 위해 많은 기업들이 고객 관리 문제를 풀기 위해 최대한 많은 고객을 응대하려고 한다. 동시에 비용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효과적인 판매 채널 구축과 활용을 추진하고 있다. 고객과 제품의 특성에 따라 대면 채널, 비즈니스 파트너, 전화, 웹 등을 활용한 멀티채널을 최적화해 대응한다. 동시에 채널이 충돌하는 것을 막기 위해 상호간 협업해 운영 절차와 제도, 성과 측정 방안 등을 체계적으로 도입하는 중이다.
글로벌 업체들은 멀티채널 운영이라는 큰 방향 아래 여전히 가장 중요한 고객을 위해 고비용을 감수한다. 충분한 경험과 제품 지식, 충성도를 갖는 영업사원을 전진 배치하고 있다. 규모가 작거나 관련된 제품의 복잡성이 크지 않은 경우는 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유연성을 보일 수 있고 빠른 고객 대응력에 장점을 갖고 있는 파트너나 비대면 채널을 통한 커버리지 비율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비용 효율 관점에서의 접근을 넘어 보다 체계적으로 고객의 욕구를 만족시키고 충성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다.
현재 비즈니스 환경은 멀티채널을 운영하도록 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새로운 기술 적용 가능성이 높아졌다. 자연스럽게 세일즈 활동을 관리 및 활용하는 방법도 변하고 점차 고객 중심적인 사상이 도입되고 있다. 이른바 ‘똑똑한 세일즈 관리’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기업에서는 현재 고객과의 세일즈 단계 정의나 현재 단계에서 어떤 업무를 수행할지, 각 단계의 종료 판단 기준 등이 정비되지 못하고 있다. 반면 글로벌 기업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업사원의 업무 절차를 관리했다. 또한 영업기회의 세일즈 사이클을 관리할 수 있는 영업력 자동화나 파이프라인 관리 등을 강화해 왔다. 이를 통해 영업사원부터 최고경영자 층까지 목표와 현황을 공유할 수 있고 진행 상황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는 원인을 파악해 즉각 대처할 수도 있다.
전통적인 파트너 관리에 대한 경영층의 관점은 결과에 따른 금전적 보상에 집중되었다. 그러나 개별 기업이 전체 가치사슬을 총괄할 수 없는 현실에서 파트너십의 중요성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 파트너를 통한 고객 관리만큼 파트너 자체를 관리하는 ‘똑똑한 파트너 관리’의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파트너 관리는 우수한 파트너의 선별 영입부터 평가를 통한 유형 분류와 최적의 비즈니스를 지원할 수 있는 역량 강화, 그리고 실제 세일즈 실행 단계의 협업까지 3단계의 과정이 필요하다. 똑똑한 파트너 관리는 각각의 단계에 기업과 고객의 욕구를 최적의 형태로 연계하는 것으로 기존 파트너 관계에 고객 지향적 관점을 도입한다. 모든 파트너에게 획일적으로 업무를 지원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주요 파트너와는 관련 영역의 기회를 확대 공유해 개벌 기업의 핵심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고객은 사소한 서비스에 감동한다
기업이 고객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비즈니스를 한다는 것은 경영의 기본이다. 브랜드의 힘도 중요하지만 기업과 고객이 얼마나 서로 소통하느냐 하는 것과 그 것에서 얻는 사소한 경험이 중요하다. 고객 만족 및 고객 서비스를 똑똑하게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인 똑똑한 서비스(Smarter Service)는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고객을 만나는 짧은 순간을 활용하는 법에 대한 방향을 제시한다.
기업은 자신들이 고객을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과 배려를 하는지 보여줘야 한다. 큰 사고에서 인명을 구하는 것은 하나의 에어백이듯이 작은 경험들은 고객을 기업의 적극적인 지지자로 만드는 극적인 계기가 된다. 이처럼 똑똑한 고객 경험 설계는 중요하다. 고객 경험 설계시에는 고객에게 기능적이고 이성적인 경험 뿐 아니라 감성적인 부분에도 초점을 맞춰야 한다.
경험 설계의 중요한 원칙은 △합리적인 요구라면(수익이 된다면) 고객을 기쁘게 하라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애고 적당하게 수행하라 △기업이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즉시 고쳐라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경험 설계의 목표는 브래드 가치 약속과 고객 경험의 격차를 최소화 하는 것이다. 고객 경험 설계를 통해 브랜드 신뢰를 극대화해 성공을 거둔 기업으로 티파니, 스타벅스, 애플, 미국의 저가 항공사인 제트블루 에어웨이즈(Jetblue airways), 통신사업자인 오렌지(Orange) 등이 있다.
로열티(Loyalty)는 고객이 특정 기업에 갖는 충성도를 말한다. 오늘날 고객 관리와 고객 정보의 중요성이 커져 고객 로열티를 활용한 매출의 증대 및 수익성 개선이야말로 기업의 빼놓을 수 없는 경쟁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똑똑한 고객 로열티 관리가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기존에는 자사 우수 고객 확보가 로열티 관리의 초점이었으나 이제는 기업의 가치사슬상에 존재하는 모든 이해 관계자들이 상생할 수 있는 협력체계 강화를 중요시 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똑똑한 서비스를 위해 고개센터 관리의 영역을 넓히면서 똑똑한 고객센터 관리를 하고 있다. 고객센터와 웹을 통해 들을 수 있는 고객의 소리(VOC)와 내부 고객의 소리(VOE)뿐 아니라 웹을 이용해 브랜드 명성 조사, 상품 개발이나 업무 개선 등을 하는 기업 주도형 ‘관리 VOC’를 한다. 고객센터의 비용 효율 추구를 위한 오프쇼링(Off-shoring:인건비가 싼 국외 원격지를 활용한 고객센터)과 온쇼어(On-shore:직영 고객센터), 니어쇼어(Near-Shore) 간의 적절한 배분을 통해 효율성을 높인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고객센터가 보편적인 영역으로 여겨지면서 고객센터 관리에 대한 체계적인 노력이 줄고 있어 글로벌 기업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똑똑한 서비스를 단편적인 노력으로 단기간에 달성하기란 어렵다. 서비스는 고객과의 의사소통 및 고객 경험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영역임을 간과해선 안 된다. 국내에서는 서비스 영역을 점차 비용 절감의 주요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와 고객 경험 간의 눈높이를 맞추는 서비스는 기업 최고 경영층의 최우선 과제며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핵심 역량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보 공유와 협업으로 고객 욕구 파악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나날이 높아짐에 따라 철저한 대응과 변신이 기업 생존의 기본 조건이 됐다. 기업은 고객 및 시장 정보 분석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것을 이해하려 한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채널을 제공해 좀 더 많은 고객과 접촉하고 고객에게 편리한 경험 제공을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고객 욕구는 점차 복잡해져 모든 고객의 요구를 정확히 만족시키기 어렵다. 또한 경쟁력 상실이나 직접 관리의 어려움 등으로 고객이 원하는 대로 채널을 늘리기에는 물리적 한계가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똑똑한 컨버전스(Smarter Convergence)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기존의 고객관리 노력에 더해 자사의 보유 역량과 타사의 보유 역량을 융합하는 똑똑한 고객관리 방법의 하나이다.
똑똑한 컨버전스는 다음과 같은 기회를 제공한다. 첫째 제휴 파트너 간의 고객정보 공유를 통해 입체적인 고객 이해가 가능하다. 이를 바탕으로 기존 상품을 강화하거나 협업을 통해 컨버전스 상품을 출시할 수 있다. 둘째로는 고객 분석 정교화를 통한 마케팅 활동 효과 개선과 교차판매 등을 통한 로열티 강화다. 이는 주로 중복 고객과 다양한 금융상품을 보유한 금융 지주사에서 관찰되는 시너지 마케팅 성공 사례다. 각 사별로 축적된 중복 고객정보를 입체적으로 분석해 잠재 고객을 발굴하는 등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미국 웰스파고의 경우 고객의 라이프이벤트(Life Events)에 맞춘 다양한 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주사 관점에서 본 고객의 총 가치에 따른 가격정책, 다각적인 고객접점을 구축했다. 이로써 고객 당 상품 보유 개수가 평균 6개로 업계 평균의 2배에 육박하는 실질적 이익을 달성했다.
도이체방크는 금융지주사 내 시너지 마케팅을 통한 금융상품 라인 및 업무 다각화로 위험 분산 효과를 극대화했다. 그 결과 2004∼2007년간 이자수익과 비이자수익 비중이 각각 39%, 61%로 국내 4대 은행 평균인 74%, 26% 대비 뛰어난 수익구조를 나타내고 있다. 셋째로 기업 간 고객·상품·채널의 컨버전스는 기존 사업의 마케팅 강화 뿐 아니라 신규 사업 기회 창출 수단으로도 눈길을 끌고 있다.
기업간 고객·상품·채널 컨버전스를 통한 시너지 창출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첫째로 명확한 전략 방향성을 바탕으로 자사의 목표 시장에 가장 필요한 역량을 정의해야 한다. 이 중 자사가 가져갈 핵심 역량과 비핵심 역량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로 비핵심 역량 부분을 가장 잘 보완할 수 있는 제휴 파트너 후보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관리할 수 있는 내부 인력 및 협업 절차를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셋째로 어떤 협업이든 파트너 사이에 존재하는 역량 차이를 고려해 정교한 시너지 모델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제휴 파트너 당사자 간 역량을 분석하고 윈윈 모델을 수립한다. 금융지주사나 일반 그룹사의 경우 그룹 차원의 시너지 창출 목적과 개별사 고유의 목적을 원활히 연계할 수 있어야 한다.
◆이형인 한국IBM GBS 파트너
서울대와 KAIST 대학원에서 컴퓨터사이언스 학사와 석사를 받았으며, 앤더슨컨설팅을 거쳐 현재 한국IBM GBS에서 CRM을 총괄하는 파트너로 재직중이다. 금융, 통신, 전기전자, 유통, 자동차 등 전 산업에 걸쳐 마케팅과 영업에 대한 전략 수립, 프로세스 혁신, 솔루션 설계 및 구현 등 다수의 컨설팅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hyungin.lee@kr.ibm.com
박현선기자 hs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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