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다국적 기업의 연구개발(R&D) 허브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경기 침체에 따른 비용절감안으로 다국적 기업들이 역외(offshoring) 연구개발을 늘리면서 인도의 R&D사업이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고 22일 로이터가 전했다.
벵갈루루에 위치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도 연구소에는 60명의 정직원들이 근무한다. 대부분이 미국 명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이들은 MS의 핵심 연구를 맡고 있다. 무선 부문에서 암호화 기술까지 7개의 영역에서 연구를 진행한다. MS가 새로 내놓은 검색 엔진 ‘빙(Bing)’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데도 이들의 공이 컸다. B 아쇼크 MS 인도 연구소 이사는 “빙이 미국에서만 개발됐다면 혁신은 없었을 것”이라며 “빙은 인도의 환경에서 영감을 크게 받았다”고 말한다.
시스코·IBM·인텔·노키아 등 굴지의 IT업체들도 대대적인 투자와 현지 인력 고용에 나서고 있다. 인도의 R&D 시장 규모는 92억달러로 추정된다. IBM은 최근 1억달러 규모의 새 연구소를 인도에 투자하기로 했다. 이는 IBM이 미국 밖에서 진행한 사업 중 가장 큰 규모다.
시스코는 와이맥스와 광통신 장비 분야의 핵심 R&D 인력의 절반을 인도에 두고 있다. 아라빈드 시타라만 시스코 부사장은 인도를 전략적 요충지로 삼은 까닭으로 지리적인 조건을 꼽았다. “인도법인은 신흥 시장의 요구에 맞춘 제품들을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며 “벵갈루루는 전략 시장인 동남아시아·동아시아·중동에서 5시간 거리에 있다”고 귀띔했다.
저렴한 인건비도 인도의 매력이다. 중국보다 여전히 15%가량 평균 임금이 저렴하다.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는 미국 임금의 20% 수준인 저렴한 인건비에 기대 1980년대부터 대규모 연구소를 유지해 왔다. IT컨설팅업체 지노브(Zinnov)의 프라빈 바다다 연구원은 “중국·러시아·우크라이나에 비해 인건비는 낮지만 인력 구성은 뛰어나다”고 밝혔다. 매년 인도는 30만명에 이르는 컴퓨터공학(CS) 학부 졸업생을 배출한다. CS 박사 학위자도 매해 100명가량이 나온다.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한 우려도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업계는 인도 정부가 나서 다국적 기업의 R&D 투자에 지원책을 내놓는다면 산업이 더 활황을 이룰 것으로 내다봤다. 비디야 나탐팰리 MS 인도연구소 소장은 “중국은 R&D 투자를 촉진하는 정책을 갖고 있지만 인도는 그렇지 못하다”며 인도 정부의 관심을 요구했다.
차윤주기자 chayj@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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