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자유무역협정(FTA)시대가 열리면서 국내 전자부품 업체의 생산거점 조정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일부 대기업은 이미 재조정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대통령과 유럽연합(EU) 의장국인 스웨덴의 프레데리크 라인펠트 총리가 13일(현지시각) 스톡홀름에서 정상회담을 한 후 한·EU FTA 타결을 공식 선언했다. 한·EU FTA 타결의 핵심은 한국산 부품의 관세 면제다.
높은 관세율을 피해 EU지역에서 생산라인을 가동해온 국내 부품 및 소재 업체의 유턴 가능성과 현지에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한국 세트업체의 한국산 부품 조달 비중 확대 및 부품 공급처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폴란드에서 LCD TV라인을 가동하고 있는 LG전자는 FTA 타결에 의한 한국산 부품(2∼4%) 관세 면제에 따라 한국산 부품 조달 비율 확대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관세인하 효과와 물류 비용 등을 분석해 경제적 타당성이 있다면 현지 생산 대신 한국에서 직수출하는 방안까지도 살펴보고 있다.
폴란드에 생산기지를 두고 중국으로부터 70%, 한국으로부터 30% 정도의 부품을 공급받는 셋톱박스 제조업체 휴맥스도 한국산 부품의 조달 확대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국산 자동차용 전장부품의 EU 수출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다임러와 같은 EU자동차 업체는 품질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좋은 한국산 전장부품 구매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저렴한 인건비 등으로 인해 중국에 생산기지를 구축했던 국내 기업이 EU와의 관세인하 혜택을 누리기 위해 국내 생산을 확대하거나 해외 생산라인을 국내로 이전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세트는 관세율이 높지 않으며, 물류 비용 등을 고려할 때 유턴 가능성이 낮은 편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한·EU FTA의 주요 타결 내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기업은 한·EU FTA 체결로 인한 무역환경 변화에 맞춰 글로벌 생산네트워크(GPN)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EU에서 생산 활동을 하는 기업은 관세율이 높았던 품목의 해외 생산 공정을 국내로 이전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등 생산거점 재배치를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EU FTA는 지난 2005년 5월 협상을 시작한 지 2년 2개월 만에 이날 전격적으로 타결됐다. 국내 총생산(GDP)이 16조6000억달러로 최대 단일시장이자 우리가 큰 흑자(2008년 184억달러)를 기록하고 있는 경제공동체인 EU와의 FTA 타결로 국내 기업은 관세면제로 인한 가격경쟁력을 확보, 큰 폭의 수출확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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