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포럼] 가상세계에 투영된 미래 융합콘텐츠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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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가상세계는 MMORPG로 대표되는 게임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해외에서 큰 성공을 거둔 세컨드 라이프는 일반적인 온라인 게임과는 달리 ‘퀘스트(quest)’, 즉 특정 목표, 승자와 패자 구분, 레벨 등급이 없다. 사용자들이 상상하는 대로 마음껏 역할놀이를 해볼 수 있다. 다른 사람들과 파티를 즐기며, 익명의 새로운 친구를 사귄다. 현실세계에서의 교육이 가상세계 공간에서 실제로 이루어지기도 하고, 기업은 마케팅의 장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현실세계와 똑같은 공간이 사이버상에서 만들어진 셈이다.

 컴퓨터 네트워크 속에 새롭게 탄생한 다중접속형 가상세계는 현실세계와 매우 흡사하다. 내가 관여하지 않아도 가상세계는 계속 돌아간다. 따라서 참여한 가상세계에서 내가 어떤 영향력을 미치고 싶다면 계속해서 접속해 무언가를 해야 하는 강박증을 유발한다. 한국형 MMO는 전형적으로 이런 인간의 욕망을 기반으로 설계돼 있다. 북미형 MMO가 세계관이 보다 방대하며 가상세계에서 자유롭게 또 다른 삶을 경험하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켜 주고 있다면, 한국의 MMO는 경쟁을 강화해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

 컴퓨터 네트워크 속에 새롭게 탄생한 다중접속형 가상세계는 현실세계와 매우 흡사하다. 타인과 관계맺기를 중시하는 인간의 사회적 욕망은 가상세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세컨드라이프의 성공도 가상세계에서 자유로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적 요소와 더불어 또 다른 삶을 경험하고 싶은 인간의 욕구를 다양하게 충족시켜 주었기에 가능했다. 많은 사람들이 장래에 과연 어떤 형태의 가상세계가 성공할지 궁금해 한다. 예측이 쉽지는 않지만 인간의 ‘재미추구’ 욕망을 더욱 충실하게 채워주는 것이 성공의 중요한 열쇠라고 본다. 인간이 갖고 있는 상상력의 재미, 그 이상의 욕망을 채워줄 수 있는 가상세계라면 분명 경쟁력이 있을 것이다.

 얼마 전 봤던 영어 책에서 한국 PC방 문화를 묘사한 대목이 문득 떠오른다. ‘한국인은 PC방이라는 곳에 모여서 게임을 한다. 우리는 집 안에 틀어 박혀서 가상세계에 빠져들지만, 한국인은 PC방에서 모여서 같이 게임을 한다. 옆의 사람과 같이 소리 지르며 협력하고, 가상과 현실을 넘나들고 있다’고 한다. 이것이야말로 융합의 정신이 아닐까 한다. 한국이 IT산업에서 지속적인 경쟁력을 갖게 된 것은 기초과학기술의 우월성이 아닌 ‘빨리빨리 문화’와 결합된 ‘이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이다. 디지털 융합기술과 융합콘텐츠를 서슴지 않고 수용해 체화(體化)하는 한국인에게는 누구보다 먼저 미래를 접해보려는 상상력과 욕망이 충만하다.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은 10년 안에 미국인을 달나라에 올려놓자는 상상력을 담은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고 나서 미국은 9년 만에 달나라에 갈 수 있었다. 케네디의 상상력이 결국 결실을 거둔 것이다. 정부는 최근 미래 융합콘텐츠 산업을 육성하고자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가 좋은 결실로 맺기 위해서는 재미있는 상상력에 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새로운 재미를 추구하는 상상력은 새로운 기술과 융합콘텐츠의 뿌리가 된다. 얄팍한 기술개발의 지원보다는 충분한 가상사회 연구를 통해 재미있는 가상세계를 상상하고, 인간의 숨겨진 욕망마저 충족시키려는 노력이 선행된다면 융합콘텐츠의 미래는 언제나 맑음이다.

윤형섭 광운대학교 겸임교수·GCALI 대표 quesera21@kw.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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