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이동통신 장비업체인 에릭슨이 15억달러(약 2조원) 투자를 발표하며 차세대 통신시장에서의 협력에 대한 ‘러브콜’을 보냈다.
지난 4월 한국에 20억달러 투자를 발표한 시스코에 이어 세계 1, 2위의 통신장비업체가 연이어 한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얘기한 것이다. 한국이 유무선을 아우르는 차세대 통신시장의 세계적인 시험무대(테스트베드)가 됐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 같은 발표로 한국은 점차 빛을 잃고 있던 정보기술(IT) 강국으로서의 이미지를 한꺼번에 만회하게 됐다. 아울러 국내 통신산업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한 기회도 얻었다.
◇에릭슨의 ‘한국 끌어안기’=에릭슨의 새로운 최고경영자로 지명된 한스 베스트베리는 향후 5년간 약 15억달러의 투자가 진행될 전망이다. 에릭슨의 투자 발표는 차세대 통신시장에서 한발 앞선 행보를 보이고 있는 한국을 끌어안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최근 송도 투자를 밝힌 시스코처럼 한국의 앞선 이동통신 상용화 능력과 인프라를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겠다는 목적뿐만 아니라 4세대(G) 시장의 주도권 경쟁에서도 협력하자고 손을 내민 것이다.
특히 향후 몇년 내에 한국에서 진행될 4G 투자에 있어 에릭슨의 장비를 공급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겠다는 좀 더 실질적인 이유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협력, 그러나 다른 꿈(?)=에릭슨이 심혈을 기울여 개발중인 LTE는 한국이 주도하는 와이브로와 경쟁하는 기술이다. 이 때문에 에릭슨 투자를 유치하면서 자칫 와이브로 종주국인 한국이 와이브로를 포기하는 것처럼 비쳐질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 정부와 에릭슨 측도 이 같은 민감한 부분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차세대 이동통신 시장의 협력’이라는 말로 논란의 여지를 피해갔다. 하지만 직접적인 언급 회피에도 불구하고 에릭슨이 가장 관심을 두는 투자부분은 LTE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 한국에서도 부정적인 견해만 갖지 말고 ‘견제와 협력’의 미를 살려 실리를 챙겨야 한다는 지적이다. 즉, 4G 시장에서 와이브로와 LTE의 공존이 얘기되는 만큼 LTE에 대한 지나친 견제보다는 관심과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의 국내 대표기업들은 LTE 연구에 많은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투자 이행 ‘사후 관리’ 목소리=에릭슨의 한국내 투자에 대한 부분은 조금 더 구체화되는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KT와의 그린 모바일 기술 분야의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 교환 이외에는 구체적인 내용이 부족하다.
일부에서는 대부분의 다국적기업들의 한국 내 투자계획이 제대로 진행된 적이 없다는 점을 들어 이번도 계획 발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우선 한국은 물론 에릭슨이 좀 더 많은 부분에서 ‘윈윈’할 수 있도록 투자 기반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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