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슨 한국투자에 기대-불안 양립

에릭슨이 한국에 15억달러(2조원 가량)를 투자하기로 함에 따라 국내에는 4G(세대) 이동통신 기술로 와이브로(WiBro)와 LTE(롱텀에볼루션) 두 경쟁기술이 병존하는 구도가 형성될 전망이다.

세계적 통신장비 업체인 에릭슨을 거느리고 있는 스웨덴과 잇따른 첨단 통신기술 개발로 세계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한국의 만남은 일반적인 외자 유치와는 성격이 다소 다르다.

 에릭슨은 일단 4G 이통 분야에서 한국을 테스트베드로 삼아 한국에 공동 연구를 위한 연구개발(R&D) 센터를 신설하고 한국 지사의 인력을 현재 80명 수준에서 1천 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에릭슨의 한국투자가 다른 외자 유치나 공동 연구개발 경우처럼 마냥 환영만을 받을 수 없는 것은 에릭슨의 성격 때문이다. 에릭슨은 한국의 토종기술 와이브로와 대결 구도에 있는 LTE 진영을 선도하면서 기존 GSM 시장뿐 아니라 WCDMA 기반의 3G 이동통신 장비시장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다.

 스웨덴은 LTE 원천기술 업체인 에릭슨 중심으로 이르면 올해 말부터 LTE 서비스를 본격화하는 등 국가 차원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와이브로가 국내에서 별다른 내수 기반을 다지지 못하고 해외에서 활로를 찾는 등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반면에 LTE는 향후 세계 시장의 70∼80%를 차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등 글로벌 메이저 통신사를 중심으로 기반을 넓혀가고 있다. 여기에다 에릭슨은 이번 투자를 통해 와이브로 원천기술 소유자로서 적지나 다름없는 한국 가운데에 LTE R&D센터를 가동하게 된 셈이다. 결국 한국이 이번 에릭슨의 투자를 받아들인 것은 세계시장 공략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일 수도 있다.

 LTE가 세계 시장의 대세가 되리라는 점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장비나 단말기 등 수출 분야에서 실속을 차리기 위해선 서둘러 LTE 기술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3G 이통기술인 CDMA를 첫 상용화한 종주국 한국이 2G 기술인 GSM 수출로 세계 통신시장을 주도하는 상황과 흡사한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미 4G 기술로 와이브로와 LTE를 병행개발을 추진하면서 지난 3년간 전자통신연구원(ETRI)을 중심으로 와이브로 개발에 625억원, LTE 개발에 572억원을 투자해왔다고 강조하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LTE는 우리가 원천기술 없이 상용화기술만 확보하고 있어 에릭슨과 4G 투자하게 된다면 원천기술 확보를 통해 세계시장에 진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와이브로 장비개발업체는 정부가 에릭슨의 LTE 카드를 수용한 배경과 정책변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기업들이 와이브로 기술로 아랍에미리트, 우즈베키스탄 등 신흥 시장을 개척해가는 상황에서 정부가 LTE로 기우는 듯한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KT 등 국내 일부 통신사들도 LTE 전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와이브로에 비해 3년 정도 서비스가 늦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LTE 진영으로선 시간을 벌게 될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국내 기업들의 우려를 알고 있다며 “와이브로 투자는 당초 계획대로 계속 이행해나갈 것이고 세계 통신회사들이 LTE 체제를 운용하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이 세계시장에 진출하는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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