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ustry Review] 벤처 1000억 클럽 현황-1000억클럽, 그들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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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모 벤처기업협회장

“벤처도 대기업,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습니다.”

 서승모 벤처기업협회장(51)은 ‘벤처 1000억클럽’에 이렇게 의미를 부여하고 “분명 기업 미래 성장에 대한 긍정적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벤처 하면 떠오르는 ‘기술은 있지만 위험한 중소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떨치는 계기가 됐다는 뜻이며 동시에 수많은 신생 초기 벤처기업에 희망과 목표가 된다는 설명이다.

 1000억클럽 100개사 돌파 후 2년 만에 200개사를 돌파한 데에는 ‘벤처정신’이 기반에 깔려 있다는 점을 들었다.

 “벤처들이 어려운 여건에서 특유의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며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것은 고무적입니다. 높은 실패율과 개인 리스크 등으로 벤처 창업에 관심도가 많이 약화돼 우려스러웠는데 국가적으로 건전한 싹이 자라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희망적입니다.”

 1000억클럽은 ‘성공기업’ 그래서 정부 지원이 필요 없다는 시각에 대한 경계도 펼쳤다.

 “외형적인 실적만을 갖고 그동안 가졌던 지원책이 소멸된다면 이들 기업이 큰 충격을 받을 것입니다. 벤처가 독립적인 대기업으로 성장해 중추적인 성장엔진으로 자리 매김할 수 있도록 일정기간 일정요건에 충족한 기업에 국가적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이를 위해 ‘기업 간 비즈니스 연계 및 정보교류의 장’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중견벤처 정책수립의 채널이 되도록 커뮤니티 활성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런 분위기는 제2의 벤처 붐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나타냈다.

 서 회장은 “이들 1000억 기업가들이 그동안 기업을 발전시켜오며 느끼고 경험했던 지식을 후배 벤처기업들과 공유한다면 제2의 벤처 붐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벤처 생명은 무엇보다 창의적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블루오션을 창출하는 것”이라며 “벤처기업들이 갖고 있는 도전정신과 진취적 기상을 살려 글로벌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노력해 더 많은 1000억 벤처기업이 탄생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40조807억원, 8만409명’

 올해 선정된 벤처 1000억클럽 202개사 매출액과 고용인력 합계다.

 벤처기업협회 부설 벤처기업연구원 조사결과다.

 올해 1000억클럽 매출액과 고용인원은 지난해 152개사 매출액(29조5276억원)과 고용인원(6만2632명)에 비해 각각 35.7%와 27.4% 증가했다.

 이들 202개사의 영업이익은 전년과 비교해 49.5%나 급증한 3조2378억원이다. 순이익은 급락했다. 중소벤처기업을 떨게 했던 파생상품 ‘키코’ 여파로, 순이익이 마이너스 4678억원을 나타냈다. 202개사 가운데 약 35%인 71개사가 키코 피해기업이다.

 ◇불황 속 R&D 투자 20% 확대=벤처 1000억클럽 기업들은 지난해 불황 여파로 순이익이 급감한 가운데도 연구개발(R&D) 투자를 20%가량 확대했다. 벤처 경쟁력 핵심이 R&D라는 것이 다시 입증됐다.

 이들 기업의 지난해 R&D 투자 규모는 63억9300만원으로 전년도인 2007년 54억1700만원에 비해 18.02% 크게 늘어났다. 2007년에도 전년 대비 14.77% 투자를 확대했으며, 2개년 R&D 투자증가율은 35.44%에 이른다.

 매출 규모별 R&D투자 증가율을 보면 1000억∼3000억원인 기업들은 19.52% 늘어났으며, 3000억∼5000억원 이상인 벤처들도 28.9% 크게 확대됐다.

 아쉬운 것은 매출 5000억원 이상인 5개 벤처기업의 R&D 증가율이 2007년에 비해 0.47% 감소했다. 이들 기업들은 전년도인 2007년에도 R&D 증가율이 5.64%에 그쳤다. 정부의 중견벤처기업지원제도가 절실한 이유다.

 ◇평균 업력 17년, 수도권 집중도는 완화=1000억클럽에 이름을 올린 202개 벤처기업의 평균 업력은 17.1년이다. 매출 규모별로는 큰 차이가 없다. 1000억∼3000억원인 기업의 평균 업력은 17.0년이었다. 3000억∼5000억원 기업과 5000억원 이상 기업도 각각 평균 19.3년과 16.7년이다. 고수익을 추구한다고 해도 매출이 1000억원을 단시간 내 돌파하는 것은 힘들다는 것이 입증됐으며 동시에 매출이 1000억원을 넘어서면 그 이후 쾌속 성장도 가능함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집계를 시작한 이후 벤처 1000억클럽 평균 업력을 보면 2006년에는 15.0년 2007년 15.4년 2008년에는 17.2년으로 전반적으로 길어지는 추세다.

 지역별로는 서울·경기·인천이 58.9%(119개사)로 절반 이상이다. 부산·경남·울산이 18.3%(37개사)로 대덕단지가 소재한 대전·충청·강원(14.4%·29개사)보다 많았다. 대구·경북 그리고 광주·전라·제주는 각각 6.4%(13개사)와 2.0%(4개사)로 적었다. 수도권 집중도를 연도별로 보면 2005년 76.5%에서 2006년 75.6%, 2007년 69.6%, 2008년 65.8%로 점차 줄어들고 있다.

 ◇벤처 확인은 ‘신기술’로=최초 벤처기업 확인 유형을 보면 신기술기업이 57.9%로 절반 이상이다. 신기술기업 가운데도 고도기술수반사업 기업이 24.1%로 가장 많았으며 산업지원서비스업체와 특허기술기업이 각각 16.9%와 15.9%로 뒤를 이었다. 중앙행정기관출연 R&D기술기업은 1.0%에 불과했다. 신기술기업 외에는 기술평가기업이 20.5%로 주를 이뤘으며 R&D 기업과 벤처투자 기업은 각각 11.3%와 10.3%였다.

 상장사는 59.4%였다. 코스닥 상장사가 50.5%였으며, 유가증권에 이름을 올린 기업은 8.9%였다. 설립 후 상장까지 소요된 기간은 10년이 넘는 10.4년이었다. 규모별로는 1000억∼3000억원인 기업과 5000억원 이상인 기업이 모두 10.2년이었으며 3000억∼5000억원 기업이 14.7년이었다.

 ◇기업 성과는 ‘NHN’이 최고=NHN은 202개 1000억클럽 가운데 유일하게 1조2081억원으로 매출액 1조원을 돌파했다. 2000년 매출액 88억원에서 9년 만에 137배나 성장했다. NHN은 당기순이익에서도 3631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매출액 2, 3위는 디에스LCD와 태산LCD다. 두 업체 모두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39.3%와 23.3% 크게 오르며 8509억원과 7821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에서는 NHN에 이어 넥슨, 성광밴드, 인터파크지마켓, 메가스터디 등이 500억원 이상으로 뒤를 이었다. 넥슨은 순이익이 소폭(-1.68%)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842억원으로 2위를 차지했다.

 직원 수에서는 씨큐어넷이 3949명으로 NHN(2위·3259명)을 제쳤다. 3위와 4위는 엠피씨(3254명)와 티맥스소프트(1751명)가 차지했고 엔씨소프트는 1662명으로 5위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벤처 든든한 후원자 `벤처캐피털`

 벤처캐피털은 벤처생태계 중심으로 표현된다. 벤처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자금이 수혈돼야 하는데 그 몫을 바로 벤처캐피털이 담당한다.

 최근 한미 양국 벤처캐피털 산업 움직임을 보면 우리나라 벤처산업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과거 벤처 붐에 버금가는 펀드 결성 열풍이 불고 있는 반면에 미국에서는 유례없는 자금 확보난과 함께 펀드 결성과 투자가 급감하며 산업 자체가 흔들린다. 이 때문에 금융위기 이후 IT·신성장·녹색 등의 분야에서 우리 벤처기업의 경쟁력이 크게 강화될 것이란 기대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미국벤처캐피털협회(NVCA) 자료 등을 인용해 최근 공개한 ‘한미 양국 벤처캐피털 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올해 들어 5월까지 벤처펀드 결성 규모가 4616억원으로 작년 동기 2468억원의 두 배에 육박한다. 모태펀드를 통한 정부의 강력한 지원 덕분이다. 경기침체로 극도로 악화됐던 신규 투자 역시 1∼5월 2288억원으로 작년 동기 2586억원에 거의 육박했다. 올해 들어 3월까지 투자실적이 944억원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4·5월 큰 폭의 회복세다.

 미국은 펀드 결성과 투자 모두 지난해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올 1분기 펀드결성금액은 43억1600만달러로 작년 동기 71억2000만달러에 비해 60% 수준으로 내려갔으며, 투자 규모는 더 심각해 작년 1분기 77억4100만달러의 절반을 크게 밑도는 30억4000만달러에 불과했다.

 자금 회수 역시 올해 1분기에 기업공개(IPO)를 통한 사례는 한 건도 없고 인수합병(M&A)도 6억4500만달러에 불과했다. 지난해 IPO 4억7020만달러, M&A 133억300만달러와 크게 비교된다. 금융위기로 금융산업 전체가 흔들리면서 자금이 금융산업으로 오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도 민간자금은 벤처캐피털 산업 투자에 인색하다. 그러나 불황 속 선전하며 외국 자본이 몰려오고 있고 여기에 정부가 직접 나서서 리스크해지(위험분산)를 하자 돈이 몰린다.

 김형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상무는 “미국 벤처캐피털업계는 정부가 나서지 않아 금융위기 여파를 크게 보고 있는 것 같다”며 “우리나라는 이 같은 분위기를 잘 활용해 차세대 먹거리 산업을 적극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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